北 대남방송 중단 6개월…웃음 되찾은 접경지 주민들
"건강 회복하고 생체리듬 돌아와"…관광·레저도 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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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되찾은 강화군 송해면 당산리 주민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기사발신지=연합뉴스) 김상연 기자 = "시도 때도 없이 들려오던 귀신 소리가 사라지니 급격히 나빠지던 눈 건강도 말끔히 회복했습니다."
북한과 직선거리로 불과 1.8㎞ 떨어진 인천시 강화군 송해면 당산리의 안효철(68) 이장. 그는 한때 승용차 1대가 지나가면 2대로 보일 정도로 눈 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한다.
노안인 줄만 알았는데, 병원에서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한 뇌신경 문제'라는 진단을 받았다.
안 이장은 2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북한의 대남방송 영향이 컸다"고 스트레스의 원인을 짚었다.
그러면서 "지난 6월 이후 (확성기) 소음이 사라지고 꾸준히 치료받으니 건강도 돌아왔다"며 "잠을 설치고 입 안이 헐어 고생하던 초등학생 손주들도 웃음을 되찾았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접경 마을인 당산리에는 현재 150가구 정도가 자리하고 있다.
이곳 주민들은 지난해 7월부터 지근거리에서 들려오는 기괴한 확성기 소음으로 수면장애와 두통 등에 시달려야 했다. 일상생활을 제대로 하기 힘들 정도였다고 한다.
당시 강화군 교동·송해·양사면과 경기 김포·파주·연천 등 접경지를 중심으로 비슷한 피해가 잇따랐다. 지역 경제도 타격을 입었다. 소음 등으로 관광객이 눈에 띄게 줄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지난 6월부터 소음 대신 평온이 찾아왔다.
우리 군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지하자, 북한도 대남 방송을 멈춘 데 따른 것이다.
김포시 하성면 마근포리의 이완증(62) 이장은 "시골 노인들은 이른 저녁에 잠들고 아침 일찍 일어나 농사일하는데 잠을 못 자니 그만한 고통이 없었다"며 "이제는 생체리듬이 완전히 돌아왔다"고 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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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군 소음피해 주택 방음창 설치 [연합뉴스 자료사진]
밤낮 없이 울려대는 기이한 소리와 스산한 분위기에 방문객이 줄어 골머리를 앓던 접경지 관광·레저업계도 조금씩 활기를 띠고 있다.
강화군의 한 캠핑장은 그동안 '단체로 공포 체험하는 것 같다', '너무 시끄러워 쉴 수가 없다' 등 부정적 후기에 시달려야 했으나, 확성기 소음이 사라지면서 이런 불평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캠핑장 관계자는 "2박을 예약했다가 참지 못해 1박만 하고 떠난 손님도 있었다"며 "단골만 겨우 받을 정도로 운영이 어렵다가 대남방송 중단 이후로 한숨 돌렸다"고 했다.
접경지 대표 관광지인 강화 화개정원의 방문객은 대남방송이 나오던 지난해 9월과 10월 각각 3만5천명, 7만4천명에 그쳤으나, 올해 같은 기간 4만1천명과 8만5천명으로 눈에 띄게 늘었다.
강화군은 현재 접경지 내 돌발 행위로 남북 긴장 관계가 심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파주시처럼 대북 전단 살포 행위를 방지하는 내용의 조례 제정을 추진 중이다.
접경지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주택 방음창 설치 사업은 연내 계획한 70가구 지원을 마무리한 뒤 추가 지원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강화군 관계자는 "북한 마을의 자체 방송에 따라 노랫소리가 들리기도 하지만 일상에 지장 없는 미미한 수준"이라며 "접경지 평화 유지에 필요한 후속 조처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goodluc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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