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김건희 수사무마' 의혹 정조준…대검 등 압수수색(종합)
영장에 尹부부·박성재 피의자 적시…'명태균 수사' 정유미 前창원지검장도

중앙지검서 '도이치' 수사검사 PC 포렌식…물증 분석 후 본격 수사 전망

X
법정 출석한 윤석열·김건희 [사진공동취재단 제공] 2025.9.26 2025.9.24

(기사발신지=연합뉴스) 이영섭 이의진 기자 =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김건희 여사의 이른바 '셀프 수사 무마 의혹'에 관한 자료를 확보하고자 2일 조은석 내란특검팀과 검찰을 압수수색했다.

김건희특검팀은 이날 오전 10시 20분께 서초동 서울고검에 있는 내란특검팀 사무실과 서울중앙지검, 대검찰청 등에 차례로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영장을 제시하고 수사에 필요한 자료를 임의 제출받는 절차다.

김건희특검팀은 내란특검팀에서 박 전 장관의 휴대전화 포렌식 과정에서 발견된 김 여사와의 텔레그램 대화 내역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수색영장에는 김 여사, 윤석열 전 대통령,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피의자로 적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유미 전 창원지검장(현 법무연수원 검사)도 피의자로 적혔다.

서울중앙지검에서는 작년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들이 사용한 컴퓨터를 포렌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영장에는 김 여사, 윤 전 대통령, 박 전 장관의 이름이 등장하나 피의자는 '성명불상자'로 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건희특검팀은 이날 확보한 물증을 토대로 김 여사가 작년 5월 자신에 대한 수사 무마를 시도했다는 의혹의 진위를 확인할 예정이다.

X
법정 향하는 박성재 (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내란 중요임무 종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이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25.11.13 seephoto@yna.co.kr

김 여사는 작년 5월 박 전 장관에게 '내 수사는 어떻게 되고 있느냐', '김혜경·김정숙 여사의 수사는 왜 진행이 잘 안되나', '김명수 대법원장 사건이 2년이 넘었는데 방치된 이유가 뭐냐'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이 무렵은 김 여사의 디올백 수수·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등에 대한 검찰 수사가 가시화했을 때다.

김 여사가 메시지를 보내기 전후로 윤 전 대통령도 박 전 장관과 텔레그램 등으로 통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윤 전 대통령은 작년 5월 2일 이원석 전 검찰총장이 송경호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에게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전담수사팀을 구성할 것을 지시한 지 이틀 후인 4일 박 전 장관과 1시간 15분가량 통화했다.

같은 달 12일에도 박 전 장관에게 4차례 전화해 총 42분간 통화했다.

다음날인 13일 법무부는 서울중앙지검장과 1∼4차장검사를 전원 물갈이하고, 이 전 총장의 대검찰청 참모진도 대거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5월 15일에는 김 여사와 윤 전 대통령이 박 전 장관에게 차례로 검찰 수사팀 인사에 대한 '지라시'를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라시는 대통령실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은 이 전 총장이 항의성으로 김 여사에 대한 신속 수사를 지시한 끝에 수사팀 지휘부가 교체됐다는 내용으로 알려졌다.

지라시를 받은 박 전 장관은 같은 날 윤 전 대통령에게 전화해 약 10분 통화했다.

결국 새 수사팀은 김 여사를 검찰청 대신 경호처 부속청사에서 방문 조사하고 디올백과 주가조작 사건을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X
김건희 첫 재판 출석 (서울=연합뉴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와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등으로 구속기소 된 김건희 여사가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5.9.24 [사진공동취재단] photo@yna.co.kr

내란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김 여사를 '김안방'으로 저장하고 검찰로부터 보고받은 '명태균 공천개입 의혹' 수사보고서 등을 전달한 정황도 포착했다. '안방마님'의 줄임말로 추정되는데, 두 인물이 가까운 사이였음을 보여주는 정황으로 특검팀은 의심한다.

내란특검팀은 이런 정황을 종합해 박 전 장관이 김 여사로부터 수사 무마 청탁을 받은 혐의(청탁금지법 위반)가 있다고 보고 수사해왔다.

김건희특검팀은 내란특검팀과 수사 조율을 거쳐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 박 전 장관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추가 수사를 진행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작년 명태균씨와 관련한 초기 수사를 지휘한 정유미 전 지검장도 피의자로 입건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김건희특검팀은 김 여사의 디올백 수수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고발된 사건은 아직 대검에서 넘겨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여사가 2023년 6∼9월 최재영 목사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대가로 디올백 등 금품을 받았다는 게 의혹의 골자다. 인터넷 매체 서울의소리는 2023년 11월 김 여사가 최 목사로부터 디올 백을 받는 모습이 담긴 '몰래카메라' 영상을 공개하고 같은 해 12월 윤 전 대통령 부부를 검찰에 고발했다.

현재 특검팀은 이 사건의 무혐의 처분과 관련한 검찰의 '부실수사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다만, 디올백 수수 사건 자체는 아직 수사 대상으로 삼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이 사건 고발인 측의 항고 절차가 아직 진행 중인 터라 이첩을 요청하지 않았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young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