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집사람들' 공효진 "영화제 관객들 쉴 새 없이 웃어 신기했죠"
하정우 감독의 부부 코미디…"관객 반감 없도록 대신 당황해주는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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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윗집 사람들' 주연 배우 공효진 [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기사발신지=연합뉴스) 정래원 기자 = 사이가 냉담해진 지 오래인 정아(공효진 분)와 현수(김동욱) 부부의 위층에는 서로를 뜨겁게 사랑하는 김 선생(하정우)과 수경(이하늬) 부부가 산다.

윗집 사람들을 부러워하던 정아는 어느 날 이들을 저녁 식사에 초대한다. 윗집 부부는 그들의 부부관계에 정아와 현수를 초대하고 싶다는 황당한 이야기를 꺼낸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더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 현수와 달리 정아는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일단 들어나 보자"고 한다. 남편에게는 '손님으로 모신 이들이니 너무 예의 없게 굴지 말아 달라'는 부탁도 더한다.

윗집 부부의 자유분방한 말들에 한없이 당황하면서도 받아들여 보려고 노력하는 정아의 모습에 관객들도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된다.

하정우 감독의 네 번째 연출작 '윗집 사람들'에서 정아 역을 맡은 공효진은 "저는 그저 사람들 대신 당황해주는 역할이라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오는 3일 개봉하는 '윗집 사람들'은 자유분방한 부부관계를 표방하는 윗집 부부와, 느닷없는 제안에 당황해하는 아랫집 부부의 진한 대화를 담은 '19금' 코미디다.

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공효진은 "누구와도 나누기 힘든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인 만큼, 관객들이 잘 따라올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등장인물들이 관객 대신 당황해하고 화내주는 구조"라면서 "듣기에 민망할 수는 있어도 흥미가 없을 수는 없는 내용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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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윗집 사람들' 속 한 장면 [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공효진은 "관객들이 부담감이나 불쾌감, 반감 없이 영화를 보게 하려는 노력을 가장 많이 했다"면서 "그것을 위한 최선의 무기는 웃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반쯤은 성공한 것 같다"면서 부산국제영화제와 런던아시아영화제 등 영화 개봉에 앞서 관객들을 만난 후기도 전했다.

공효진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영화가 상영될 때 객석 여기저기서 쉴 새 없이 웃음이 터졌다"면서 "배우 입장에서는 신기할 정도로 예상하지 못한 장면들에서도 많이 웃으시는 걸 보고 신기했다"고 돌아봤다.

영화의 유머 코드가 이렇게 잘 먹힐 줄은 몰랐던 공효진은 "관객들이 하도 빵빵 터져서, 처음에는 '하정우 감독의 팬들이 많이 오셨나 보다'라고만 생각했다"며 웃음 지었다.

폭소와 실소를 유발하는 대사들이 쉼 없이 이어지지만, 정작 촬영 현장에서 배우들은 대사 암기와 연기에 몰입하느라 웃을 틈이 없었다고 한다.

공효진은 "배우들끼리는 '코미디인 줄도 모르고 찍었다'고 이야기하곤 한다"면서 "외울 내용이 많아서 쉬는 시간에도 항상 모여서 대사를 맞췄다"고 돌아봤다.

감독이자 주연 배우 하정우에 대한 애틋함도 전했다. 하정우는 최종 대본이 확정되기 직전까지 주 5회, 아침 8시에 시작하는 '리딩 회의'를 반복하면서 수정에 수정을 거듭했다고 한다.

공효진은 "(하정우가) 즉흥적인 사람인 줄 알았는데, 대사 한줄 한줄을 그렇게 고심해서 결정하는 사람이라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다"고 회상했다.

이어 "쉬는 시간 없이, 미친 듯이 생각하는 사람"이라면서 "저런 사람이 감독도 하고 배우도 하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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