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말맛 살리려 커뮤니티 잠입…배우들 열정도 과열됐죠"
4번째 연출작 '윗집 사람들' 주연…공효진·이하늬·김동욱과 호흡
곽범·엄지윤 등에 코미디 조언 구해…"짓궂은 유머 속 관계 회복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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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윗집 사람들' 감독·배우 하정우 [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기사발신지=연합뉴스) 정래원 기자 = "저는 짓궂은 유머, 예상치 못한 이야기로 뜬금없이 웃기는 걸 좋아해요. 이번 작품에는 거기다가 '클래식'한 아재 개그 등 좀 더 쉬운 코미디도 넣었습니다."
영화 '윗집 사람들'로 돌아온 감독이자 배우 하정우는 이번 영화를 "그 자리에서 웃고 갈 수 있는, 쉬운 코미디"라고 소개했다.
오는 3일 개봉하는 '윗집 사람들'은 여러 차례 영화화된 스페인 소설 '센티멘털'을 원작으로 한 하정우 감독의 네 번째 연출작이다. 한 식탁에 모인 두 부부가 성적 취향 등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관계에 대한 생각을 재정립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하정우는 "예전에는 제가 생각해내는 코미디가 제일 웃긴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며 "저도 더 마음을 열고, 세상을 둘러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작업했다"고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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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윗집 사람들' 속 한 장면 [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실제로 곽범, 이창호, 엄지윤 등 인기 개그맨들을 리딩 배우로 초청해 '말맛'을 살리고, 코미디적인 요소에 대한 조언도 얻었다.
하정우는 "초청한 분들에게 시나리오를 감수해달라,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얘기해달라고 부탁드리고 많은 사람과 작품 이야기를 하면서 확장해갔다"고 설명했다.
10대가 많이 사용하는 신조어는 물론이고 영화 '대부'(1973)나 '티파니에서 아침을'(1962) 등 고전 영화 속 명대사까지 집요하게 수집했다.
하정우는 "말 한마디 한마디를 자료 수집하듯이 조사했다"며 "처음부터 끝까지 한순간도 허투루 치는 대사가 없게 만들자는 마음으로 수집한 문장들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윗집 사람들'은 그의 연출작 가운데 유일한 '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다. 수위 높은 장면 없이 오로지 윗집과 아랫집 부부가 나누는 대사로만 '19금' 판정을 받은 데에는 다양한 성적 취향을 나누는 커뮤니티를 잠입 취재해 얻은 지식이 한몫했다고 한다.
하정우는 "연출부를 시켜 이런 커뮤니티 구성원들이 나누는 단계적인 대화, 세세한 규칙 등을 전부 조사했다"며 "놀라운 취재였다"고 웃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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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윗집 사람들' 포스터 [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를 통해 황당하고 웃긴 대사들이 탄생했지만, 정작 공효진·이하늬·김동욱 등 함께한 주연 배우들은 촬영 현장에서 웃는 일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107분을 오로지 네 배우의 대사로만 채우는 작품인 만큼 촬영 현장에서 쉬는 시간은 이어지는 회차의 대사를 예습하는 것으로 채워졌다.
하정우는 "연기를 하면서 아무도 웃지 않았다는 게 정말 이상한 지점"이라며 "열정이 과열됐던 것 같고, 각 배우의 촬영 집중도가 너무 강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현장에 초집중한 배우들의 명연기는 코믹한 대사의 정확한 '말맛'을 살리는 역할을 하고, 부부의 관계 회복이 시작되는 후반부에서는 감정적인 몰입을 자연스럽게 유도했다.
하정우는 "쉬운 코미디 뒤에 정아(공효진)와 현수(김동욱)의 드라마가 이어지는 마무리가 자신 있었다"며 "코미디 뒤에 숨겨진 관계 회복에 대한 드라마가 관람 포인트가 될 것 같다"고 귀띔했다.
on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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