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15만 운집 베이루트 미사로 첫 해외순방 마무리(종합)
"레바논, 레반트 전역 평화의 선구자 될 수 있어"
2020년 베이루트 항구 폭발 현장서 희생자 위해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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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루트 국제공항에서 손 흔드는 교황 레오 14세 [AP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기사발신지=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 레오 14세 교황이 2일(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루트 해안에서 미사를 집전하면서 첫 해외 순방 일정을 마무리했다.
레오 14세는 이날 오후 베이루트 해안에서 15만명이 모인 미사를 집전하며 "불안정과 전쟁, 고통으로 얼룩진 이 땅에 평화를 내려주시길 하느님께 간절히 청하며 희망의 순례자로 중동에 오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동은 복수와 폭력의 사고방식을 거부하고, 정치·사회·종교적 분열을 극복하며 화해와 평화의 이름으로 새로운 장을 열기 위한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교황은 "특히 사랑하는 레바논을 위해 기도한다"며 "레바논은 다시 한번 '정의와 형재애의 집'이자 '레반트 전역의 평화의 선구자'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레바논에 다시 일어설 것을 촉구한다"며 "국제사회도 대화와 화해 과정을 촉진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아끼지 말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교황은 이 미사를 끝으로 레바논 일정을 마무리한 뒤 로마 바티칸시티로 향했다. 미사가 열리는 해안에는 교황이 도착하기 수 시간 전부터 수천 명이 몰려들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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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루트 해안 미사에 운집한 레바논 신자들과 교황 [AP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레오 14세는 이날 정신질환 환자를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드라크루아 병원 방문으로 순방 마지막 날 일정을 시작했다.
이후 2020년 베이루트 항구 폭발 현장을 찾아 218명의 희생자를 위해 기도하고 유족 일부를 만났다. AP통신에 따르면 항구 폭발 이후 5년이 지난 지금도 단 한 명의 공직자도 이 사고와 관련해 유죄 판결을 받지 못해 유족들은 여전히 정의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튀르키예를 시작으로 첫 해외 순방에 나선 레오 14세는 전날 레바논 베이루트 북쪽 브케르케에서 현지 청년 1만5천명과 직접 만나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열광적인 환영을 받았다.
또 1975∼1990년 레바논 내전 당시 전선 지역인 '그린라인'에 있는 순교자 광장에서 레바논의 여러 종교 공동체 지도자들을 만나 "평화를 건설하는 이들이 되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수년간 분쟁, 정치 공백, 경제 파탄에 시달린 레바논 방문을 '평화의 사명'이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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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루트 항구 폭발 현장에서 기도하는 교황 레오 14세 [AFP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hyunmin6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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