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다닌다'는 말 부끄럽지 않도록 신뢰 회복 주력"
박승렬 신임 NCCK 총무…"청년·여성과의 교감 강화할 것"
"내년 남북교회 교류 구상…불안·분노 이기는 건 사랑의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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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즈 취하는 박승렬 NCCK 신임 총무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박승렬 NCCK(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신임 총무가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5.12.3 ryousanta@yna.co.kr
(기사발신지=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한국 교회의 위기'라는 말이 등장한 지 꽤 오래됐지만, 지난 1년여간 위기를 경고하는 목소리는 더 커졌다. 정치 이슈 속에 교회가 부쩍 자주 등장했고, 일부 목사들의 극단적인 행태가 한국 기독교를 대표하는 것처럼 오해받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의 신임 총무를 맡게 된 박승렬(65) 목사는 지난 1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지금 한국 교회가 봉착한 가장 큰 난관은 신뢰와 이미지의 실추, 너무 극우적이고 정치적이라는 비난"이라고 말했다.
박 총무는 "교인들로부터 '교회 다닌다'고 말하기 부끄럽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며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고 한국 교회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을 임기 중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할 과제로 꼽았다.
그는 "실제로 조사해보면 기독교인 중 80%는 민주주의를 옹호하며 이웃들과 함께 살아가려는 사람들"이라며 비상계엄 사태 등을 겪으면서 일부 극단적인 목소리가 여과 없이 드러나 과잉 대변됐다고 진단했다.
박 총무는 이러한 목소리가 커진 것은 "자신들이 지지해왔던 체제가 무너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 때문"이라며 "이들의 불안감에 공감하진 않지만 이를 해소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상대적으로 가려진 80%의 목소리도 들리도록 균형을 찾아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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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하는 박승렬 NCCK 신임 총무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박승렬 NCCK(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신임 총무가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5.12.3 ryousanta@yna.co.kr
한국 교회의 신뢰를 되찾는 방법 중 하나로 박 총무는 교회에서 멀어졌던 청년과 여성들과의 교감을 강화하는 방법을 구상 중이다.
"기독교라는 이름으로 청년들에게 발언할 기회, 자신을 표현할 기회를 줄 수 있는 방식을 고민 중입니다. 또 교회를 위해 가장 헌신하는 여성분들이 교회에서 좀더 안전하게 느끼고 존중받을 수 있게 만들어가려고 합니다."
지난달 25일 NCCK 총무로 취임하기 전에도 그는 자신의 교회 안에서 못지않게 밖에서도 목소리를 내던 '행동하는 성직자'였다.
성균관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한신대 신학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한 그는 4·16연대에서 활동하며 세월호 유가족과 함께했고, 한국교회인권센터를 이끌면서 2018년엔 파인텍 노동자들의 고공 농성에 동참해 25일간 단식하기도 했다.
"목사들은 교회 안에 갇혀 있기 쉽습니다. 교우들도 은연중에 '교회·성경 얘기만 하라'고 요구하기도 하죠. 그렇지만 성경 자체가 세상에 대한 얘기입니다. 하나님은 세상을 만드셨지, 교회를 만든 게 아니죠. 더 많은 목회자가 교회 밖에서 사람들을 만나 아픔을 위로해줬으면 합니다."
인권을 비롯한 사회문제에 관심을 놓지 않았던 박 총무는 "세계 인권운동 자체가 기독교 사상에 기반해서 만들어졌다. 기독교의 본질이 사람을 존중하고 우리 모두가 평등하다는 것"이라며 NCCK 차원에서도 인권 문제에 더 관심을 기울일 것임을 시사했다.
특히 이주 노동자 문제에 대해 "우리 사회에 가장 큰 갈등 요소가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며 "사회 구조적이고 경제적인 건 종교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지만, 더 포용적인 사회를 만들고 분노와 열정을 좀 더 순화해보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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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즈 취하는 박승렬 NCCK 신임 총무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박승렬 NCCK(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신임 총무가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12.3 ryousanta@yna.co.kr
남북관계 경색으로 함께 중단된 남북 교회 교류의 끈도 이어가려 한다.
박 총무는 "더 엄혹했던 시대에도 선배들은 교류를 만들어냈다"며 1986년 스위스 글리온에서 남북 교회가 처음 만난 것을 기념하기 위한 40주년 남북 대화를 내년 8월 구상 중이다.
아직 구체화한 것은 없지만 지난 8월 제리 필레이 세계교회협의회(WCC) 총무 방한 당시 WCC에 중개 역할을 요청했고, 필레이 총무도 흔쾌히 수락했다고 박 총무는 전했다.
임기 4년의 박 총무는 이재명 대통령의 임기 대부분을 함께 하게 된다.
1년 전 계엄의 밤에 곧바로 국회 앞으로 달려갔던 그는 "정부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잘못을 규명하고, 인공지능(AI) 중심 전환 등 사회·경제적인 변화 흐름 속에서 모멘텀을 잘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AI로 인해 일자리를 빼앗길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다. 지금도 일자리 전망이 보이지 않아 많은 청년이 분노하고 불안해하고 있다"며 이런 분노와 불안을 달랠 방안을 강구해줄 것을 정부에 당부했다.
기독교 역시 이러한 불안과 분노를 달래는 데 기여하려 한다.
"불안과 분노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사실 많지 않습니다. 역사적으로 봐도 그렇죠. 유일한 길은 우리가 '하나님 사랑 속에 태어났다'는 생각으로 사랑의 공동체를 만들어가자는 신념이 퍼지는 것입니다. 하나님 대신 신이라는 용어를 넣어도 좋습니다. 결국 나에게 따뜻한 말 건네줄 사람도, 내 불안을 덜어줄 사람도 내 이웃입니다. 이웃과 평화롭게 살 수 있는 세상이 됐으면 합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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