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매체 쫓겨난 펜타곤 기자실에 트럼프 강성지지자 가득
언론 감시·비판 무력화 우려 …언론학자 "새 매체들에 어떤 신뢰성도 부여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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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방부 로고(2024년) [AP=연합뉴스 자료사진]

(기사발신지=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미국 국방부(전쟁부)의 새 미디어 정책을 거부한 언론인들이 떠난 자리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강성 지지자와 극우성향 매체들이 채우고 있다.

미국의 군사 문제와 국방 정책 전반을 밀착 감시해야 할 언론의 본연의 기능이 위축되고 정권의 '프로파간다'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6일(현지시간) 영국 매체 가디언에 따르면 뉴욕타임스, AP통신, 워싱턴포스트, CNN 등 유력 매체의 미 국방부(펜타곤) 담당 기자들이 프레스 카드를 반납한 뒤 국방부는 70명 이상의 언론인에게 새 출입증을 발급해 줬다.

새로 국방부 출입 허가를 받은 이들 중에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의 대표 인플루언서인 로라 루머(32)를 비롯해, 극우성향 매체 원아메리카뉴스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쇼를 진행하는 맷 게이츠 전 공화당 하원의원, 정치적 음모론을 주로 다루는 린델TV의 기자 등이 포함됐다.

지난주 국방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는 12명이 넘는 우익 활동가들이 참석했다고 한다.

주요 매체들이 국방부 기자단에서 나간 것은 국방부의 새 보도 지침을 거부해서다.

앞서 미 국방부는 지난 10월 출입 기자들에게 보도 승인이 나지 않은 기밀이나, 기밀은 아니지만 통제된 정보를 허락 없이 노출할 경우 출입 자격이 박탈될 수 있다는 등 내용을 담은 '서약'을 통보하고 서명을 요구했다.

국방부는 서명을 거부하는 매체는 출입증을 반납하라고 했고, 주요 매체들은 대부분 보도 통제 방침에 반발하며 출입증을 반납했다.

이 가운데 뉴욕타임스는 보도 통제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수정헌법 1조를 위반한 것이라며 국방부를 상대로 소송까지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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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오랜 전통과 공신력을 자랑하는 유력 매체들이 빠져나간 빈 자리가 극우와 강경보수 성향, 또는 트럼프 대통령의 열성 지지층 인플루언서나 블로거, 군소 매체 필진 등으로 채워지면서 미국의 국방 관련 보도가 정부 정책의 일방적인 홍보나 선전(프로파간다)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피트 헤그세스 장관이 지난 3월 미군의 예멘 후티 반군 타격 당시 작전 정보를 공유하면서 민간 채팅앱을 이용했다가 내부 감사에서 보안규정 위반 판정을 받았고, 미군이 태평양과 카리브해의 마약조직 소탕전에서 생존자들까지 전원 사살하면서 '전쟁범죄' 논란이 점화하는 등 국방부에 대한 우려가 매우 커진 상황에서 오히려 언론의 비판 기능은 무력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캐롤 안 모리스 노스캐롤라이나대 교수(언론학)는 "이미 비밀로 가득한 미국 군산복합체에 대한 접근이 심각하게 제한되고 있다"면서 "문제가 엄청나게 심각하다"고 말했다.

모리스 교수는 "펜타곤의 새 언론 정책에 동의하는 매체나 기자에게 그 어떤 신뢰성도 부여하기 힘들다"면서 "그들은 펜타곤의 언론 담당자가 떠먹여 줄 정보나 앵무새처럼 전달할 수 있을 뿐"이라고 비난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미 국방부는 지난 3일 자체 보고서를 내고 새 기자단이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고 자평했다.

킹슬리 윌슨 국방부 대변인은 "이 '뉴 미디어'는 기존 미디어와 다르게 운영되며, 국방부는 이 새 매체들이 더 많은 국민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리는 데 더 적합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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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미 국방부에서 짐싸서 나오는 기자들 [AP=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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