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강제징용 피해자, 80년 만에 나고야 찾아 지진 희생자 추모
정신영 할머니, 도난카이 대지진 81주기 추모식 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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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난카이 대지진 81주년 추모식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기사발신지=연합뉴스) 김혜인 기자 = 일제강점기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항공기제작소로 끌려가 고역을 치른 강제동원 피해자 정신영(95) 할머니가 80년 만에 다시 일본 나고야를 찾아 징용 당시 지진에 숨진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7일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에 따르면 정 할머니는 이날 오후 나고야 메이난 후루아이병원 주차장에서 열린 도난카이 대지진 희생자 추모식에 참석했다.

정 할머니는 휠체어에서 일어나 추모비에 새겨진 희생자들의 이름을 어루만지며 하나하나 되새겼다.

추모비에는 지진 당시 희생된 59명의 이름이 적혀 있는데, 그 가운데에는 정 할머니와 함께 징용돼 일하던 조선인 소녀 6명의 이름도 있었다.

정 할머니는 오랜 세월 마음속에 묻어둔 친구들의 이름을 다시 확인하며 그들의 넋을 기렸다.

정 할머니는 14세였던 1944년 5월 나고야항공기제작소로 징용돼 강제노역을 하다가 같은 해 12월 발생한 도난카이 지진으로 친구들을 잃었다.

1945년 10월 가까스로 고향 전남 나주로 돌아왔으나 일본에 다녀왔다는 이유로 편견과 비난 속에서 생계를 이어가야 했다.

정 할머니는 2020년 민변 광주전남지부의 도움을 받아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과정에서 일본연금기구가 후생연금 가입 사실을 부인했다가 뒤늦게 탈퇴수당 명목의 99엔(약 931원)을 송금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날 '나고야소송지원회' 회원들과의 간담회에서도 정 할머니는 "3년 전에 미쓰비시가 월급이라며 100엔을 보내왔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이국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대표는 "도난카이 지진 희생자 59명 중 6명은 조선에서 건너온 어린 소녀들이었다"며 "참사는 자연재해로 촉발됐지만, 전범기업 미쓰비시의 탐욕과 폭력이 비극을 키웠다"고 말했다.

이어 "전쟁으로 무고한 이들이 희생되지 않도록, 인권과 정의의 가치를 지키는 한일 연대가 더 큰 미래를 열 것이다"고 덧붙였다.

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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