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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마가 휩쓸고 간 고운사. "26일 경북 의성군 단촌면 고운사 가운루를 비롯한 건물들이 전날 번진 산불에 모두 불에타 흔적만 남아 있다. 이번 화재로 국가 지정 문화유산 보물로 지정된 가운루와 연수전 등이 소실됐다." 사진 : 연합뉴스

(불교일보=아난다 기자)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 천년 고찰 고운사를 집어삼키며 소중한 문화유산이 소실되는 비극이 발생했다. 25일 오후 4시 50분, 대한불교 조계종 제16교구 본사인 고운사가 산불로 인해 소실됐다. 고운사는 신라 신문왕 1년(681년) 의상대사가 창건한 유서 깊은 사찰로, 그동안 불교 문화의 중심지로 자리해왔다. 특히 사찰의 상징인 일주문은 전국적으로도 아름다움이 손꼽혔으며, 가운루와 연수전은 국가지정 보물로 지정돼 있었다.

고운사 도륜 스님은 "소방청으로부터 전각이 모두 불탔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다. 다행히 사찰 내에 있던 스님과 신도들은 대피해 인명 피해는 없었다. 9세기 불상인 석조여래좌상은 긴급 대피 조치로 무사히 보존됐으나, 받침대인 대좌는 옮기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마가 휩쓸고 가기 전 고운사의 평화로운 전경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 피해 현장 방문

26일 오전,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피해 현장을 직접 방문했다. 총무원장 스님은 고운사 주지 등운 스님과 함께 사찰의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화재 진압에 힘쓴 소방대원과 관계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또한, 조계종 차원에서 피해 사찰의 복구를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진우 스님은 “고운사를 비롯해 운람사 등 여러 사찰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며 “문화유산 보호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생명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 당국은 구조와 진화대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며, 재난 지역 사찰에서는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화마가 휩쓸고 가기 전 고운사의 평화로운 전경


문화유산 보호 대책 마련 시급

산불 피해가 확산되면서 방재 당국은 소방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보호에 나섰으며, 유관 기관들과 협력해 사전 대응책을 강화하고 있다.

조계종은 이번 화재를 계기로 문화유산 보호 시스템을 더욱 정교하게 보완할 계획이다. “낙산사 화재 이후 여러 유관 기관과 협력해 재난 방지 대책을 마련해왔지만, 여전히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며 “앞으로도 사찰과 성보 보호를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과 함께하는 재난 극복

이번 산불 피해로 인해 국민들의 상심이 크다.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산불로 인해 상처받은 국민들에게 깊은 위로를 전한다”며 “조계종은 국민과 함께 아픔을 극복하고, 빠른 복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산불이 완전히 진화된 후에는 정부 및 유관 기관과 협력하여 일상 복귀를 위한 다양한 지원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피해를 입은 사찰들이 법등(法燈)을 다시 밝힐 수 있도록 종단 차원에서도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