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으로 돌파구 찾는 롯데·메가박스…영화 산업 재편되나
코로나19 침체 장기화에 '맞손'…업계 1위 CGV 위협할 듯

"콘텐츠 투자, '영화시장 포기 안 한다'는 시그널"…일각선 독과점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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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컬처웍스, 메가박스중앙 로고 [각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기사발신지=연합뉴스) 오보람 박원희 기자 = 롯데컬처웍스와 메가박스중앙이 8일 합병을 추진키로 하면서 영화계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멀티플렉스 2·3위인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를 비롯해 주요 투자배급사인 롯데엔터테인먼트와 플러스엠까지 영화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두 회사가 '맞손'을 잡으면서 침체한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넣을지 주목된다.

롯데컬처웍스는 롯데시네마(영화관)·롯데엔터테인먼트(투자배급사)·샤롯데씨어터(극장)를, 메가박스중앙은 메가박스(영화관)·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투자배급사)·플레이타임중앙(실내 키즈 테마파크)을 주요 사업으로 한다. 이 가운데 주력 사업은 영화관과 투자배급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침체한 영화 산업이 좀처럼 회복세로 들어서지 못하면서 관련 사업은 꾸준히 내리막길을 걸었다.

특히 지난해 전체 관객 수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의 절반가량인 1억2천300만여 명을 기록하며 극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롯데시네마는 지난해 영업이익 3억원을 기록했고, 메가박스는 13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반면 업계 1위인 CGV는 75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롯데컬처웍스와 메가박스중앙의 합병은 이런 침체를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풀이된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롯데시네마의 스크린 수는 915개, 메가박스는 767개다.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의 스크린 수를 합하면 총 1천682개로 업계 1위인 CGV(1천346개)를 능가하게 된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가 경쟁이 아닌 협력으로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두 극장이 합치게 되면 산술적으로는 CGV와 맞대결을 할 만한 체급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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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영화관 [연합뉴스 자료사진]

투자배급사인 롯데엔터테인먼트와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의 시너지 효과도 이번 합병을 통해 기대되는 대목이다.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천만 영화인 '신과 함께' 시리즈를 비롯해 '해적: 바다로 간 산적'(866만명), '최종병기 활'(748만명), '한산: 용의 출현'(728만명) 등 흥행작을 배급했으며 올여름에는 제작비 300억원의 대작 '전지적 독자 시점' 개봉을 앞뒀다.

영화계 신흥 강자인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는 '서울의 봄'(1천312만명)과 천만 시리즈물 '범죄도시' 2∼4편을 성공시켰고 최근에는 '야당'(270만명)을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 중 최다 흥행작으로 만들었다.

롯데컬처웍스와 메가박스중앙은 "각 사에서 확보한 지식재산권(IP)과 제작 노하우를 활용해 양질의 신규 콘텐츠 투자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투자 축소로 신작 제작에 어려움을 겪는 영화계로서는 긍정적인 소식이다.

김형호 영화시장분석가는 "단순히 극장 수를 확보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까지 염두에 두는 합병"이라며 "'영화 시장은 끝났다'는 말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두 회사가 영화 시장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시그널로도 읽힌다"고 분석했다.

이어 "두 회사의 합병에 부정적인 시선을 보낼 수 있지만, 지금 시장은 그런 것을 논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 영화계를 살린 건 삼성이 투자해 만들어진 '쉬리'였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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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박스가 시도한 '낮잠 자는 영화관'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러나 영화계 일각에서는 업계의 '공룡' 탄생에 따른 독과점을 우려하기도 한다.

또 다른 영화계 관계자는 "지금도 극장에선 개봉 1∼2주 차까지 같은 계열 투자배급사 영화 '밀어주기'가 공공연히 일어나고 있다"며 "만약 CJ ENM 영화를 CGV에서, 롯데와 플러스엠 영화를 (합병) 극장에서 밀어준다면 극장이 없는 다른 배급사들이 손해를 보는 구조가 강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두 회사가 영화 제작 편수를 늘릴지 혹은 더 공격적으로 큰 영화에 투자할지 좀 더 지켜봐야 가닥이 잡힐 것 같다"면서도 "제작사 입장에선 (투자받을 수 있는) 창구가 하나 더 줄어든 것이어서 아쉽다"고 말했다.

ramb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