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Unsplash의George Kochiashvili
2. 81수, 『천부경』과 『정역』의 수학적 동일성
주지하다시피 동양의 수학은 2수의 음양 혹은 3수의 천지인을 수의 전거로 삼는 전통이 있다. 『주역』을 심취했던 대부분의 학자들은 음양(오행)으로 만물의 구성과 생성변화를 설명하는 것에 익숙하다.
“옛날에 성인이 역을 지은 것은 장차 성명의 이치에 순응하고자 함이니, 하늘의 도를 세움은 음과 양이요, 땅의 도를 세움은 유와 강이요, 인간의 도를 세움은 인과 의로서 3재를 거듭한 것이다. 그러므로 역이 여섯 획으로 괘를 이루고, 음과 양으로 나뉘며, 유와 강을 차례로 사용했다. 그러므로 역이 여섯 위상으로 문장을 이루었다.”
천지인 3수와 음양 2수는 어떤 함수 관계가 있는가? 3재를 음양 법칙으로 두 번 곱한다[兼三才而兩之]는 문맥에서 보면, 3재가 음양보다 논리적 선후 관계에서 앞선다고 할 수 있다. 한편 3재와 음양의 결합은 『주역』 6수 문화의 종합이라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거듭한다[兼]’는 개념은 변화의 다층적이고 복잡한 전개를 압축한 생물학적 진화 방식을 가리키는 말이다.
역은 여섯 개의 효가 완성되어야 제대로 작용이 가능하다[六畵而成卦]. 음양과 강유의 운동은 분리와 결합의 방식으로 움직인다[分陰分陽, 迭用柔剛]. 천도와 지도와 인도를 반영한 것이 소성괘小成卦라면, 이들은 각각 음양 짝으로 나뉘어 작용하는 대성괘大成卦를 형성한다. 예를 들어 중천건괘(䷀) 맨 위의 두 효는 천도[陰陽]를, 아래의 두 효는 지도[剛柔]를, 가운데의 두 효는 인도[仁義]를 표상한다. 그리고 여섯 효에서 홀수의 위치에 있는 초효와 3효와 5효는 양, 짝수의 위치에 있는 2효와 4효와 상효는 음이다.
『천부경』에 나타난 3재는 삼위일체三位一體라 말해도 틀리지 않는다. 원래 ‘삼위일체’라는 말의 trinity는 ‘하나로 통일된 셋’이란 뜻의 ‘tri-unity’에서 유래했다. 그러나 음양, 강유, 인의로 나누는 형식 이전에 천지인 3수가 전제되어 있다. 이러한 사유의 원천을 『천부경』에서 찾을 수 있다. “천일일天一一, 지일이地一二, 인일삼人一三”에서 ‘천일天一, 지일地一, 인일人一’의 하나[一]는 세계를 구성하는 근본 요소로서 세상의 모든 것은 천지인의 세 요소를 갖추었다는 뜻이다. 그리고 하늘은 1, 땅은 2, 사람은 3이라는 의미는 천지인 3재가 생겨나는 시간적․사실적 순서가 아니다. 그것은 천지인 구성의 논리적 선후 관계를 지적한 것이다.
『천부경』은 우주의 구성을 하늘, 땅, 인간의 삼자가 원래부터 균형을 이루면서 존재한다고 했다. 다만 천지인의 논리적 선후 관계로는 하늘이 가장 앞서고[一], 그 다음은 땅이고[二]이며, 마지막이 사람[三]이라는 것이다. 하늘과 땅과 사람의 가치가 일정한 순서대로 정해진다는 뜻이 아니다. 그 위상과 구조가 하늘은 위, 땅은 아래에, 사람은 하늘과 땅의 중간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바탕으로 「설괘전」이 괘 구성의 원칙을 설명한 점에서 『주역』의 근거가 『천부경』에 있다는 것이 반증되고 있는 것이다.
『천부경』의 수리 구조는 ‘1-3-(6)-9-81’의 형식을 띠고 있다. 그것은 『주역』의 ‘1-2-4-8-64’의 논리와 구분된다. 『천부경』과 『정역』의 동일성은 숫자 81을 구성하는 수리 철학의 중심에 있다. 1은 무극 또는 조화옹造化翁의 의지, 3은 천지인 3재 또는 무극과 황극과 태극의 3극, 6은 하도의 중심, 9는 낙서 수 9와 함께 그것의 확대판이 81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또한 『천부경』의 81이 만물의 생성 전체 과정을 표상하고 있다면, 『정역』은 시간의 모체인 원력原曆을 81로 상정하는 동시에 선후천 전환의 종점을 시사하는 낙서에서 하도로의 교체 공식을 81로 매듭짓고 있다.
“아아! 오늘인가, 오늘인가! 63과 72와 81은 일부에서 하나 되도다.
동서양 철학은 우리가 어디서 왔는가, 지금은 어디에 서 있으며, 또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물음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김일부가 말한 ‘오늘’의 현재 시각이 몇 시인가를 묻는 시계 숫자판이 아니다.
그것은 인류에게 지금은 선천에서 후천으로 넘어가는 절박한 시간대임을 일깨우는 교훈이다. ‘오늘인가, 오늘인가?’라는 감탄어는 지극한 인류애와 함께 미래에 대한 경고가 뒤섞인 물음이다. 비록 선천이 후천으로 뒤바뀌는 급박한 상황을 예고하는 일종의 종말론 언어일수도 있으나, 하늘은 인류에게 새 하늘 새 땅을 안겨주기 위해 시간 프로그램을 작동시키고 있다는 뜻이다.
시간은 하늘이 인간에게 내려준 선물이다. 유토피아라는 말에도 시공 의식이 개입되어 있다. 왜냐하면 유토피아라는 말 자체가 지금의 세계를 초월한 피안彼岸에 설정했기 때문이다. 유토피아 없는 철학은 무미건조하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63 + 72 + 81 = 216’이라는 공식 속에는 김일부의 유토피아 사상이 담겨 있다. 다만 시간의 운행을 수학 형식으로 표현한 까닭에 전달하기가 쉽지 않다. 하늘은 모든 것을 알고 있지만, 인간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63 + 72 + 81 = 216’의 전거는 『주역』에도 있다. 건책수乾策數 216 + 곤책수坤策數 144 = 360에 근거한다. 건책수는 왜 216인가? 건괘 작용의 수는 9이고, 그것이 4방으로 전개되고, 여섯 효이므로 9 × 4 × 6 = 216효가 성립한다. 또한 곤괘 작용의 수는 6이고, 그것이 4방으로 전개되고, 여섯 효이므로 6 × 4 × 6 = 144가 성립한다. 이 둘을 합한 수 360을 공자는 1년의 날 수와 똑같다고 말했다. 『주역』은 건곤의 작용 수 9와 6을 중심으로 하늘의 운행 시간에 맞추었던 것이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주역』의 방법일 뿐이고, 『정역』의 해법은 아니다. 다만 절충형 계산 방법도 있을 수 있다. 그러면 9와 6이 건괘와 곤괘의 작용을 뜻하는 수라면 7, 8, 9의 근거가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혹시 “천부경天符經”의 “하늘도 음양운동 3수로 돌아가고, 땅도 음양운동 3수로 순환하고, 사람도 음양운동 3수로 살아가니 천지인 큰 3수가 합해 6수 되니 생장성 7․8․9를 생함이네.[天二三, 地二三, 人二三, 大三合六生七八九]”의 논리에서 온 것은 아닐까? (구고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