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용 결정문 낭독하는 문형배 권한대행
(서울=연합뉴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인용 결정문을 낭독하고 있다. 2025.4.4 [사진: 연합뉴스, 공동취재단]
7. 이 사건 포고령 발령에 관한 판단
가. 인정 사실
(1) 국방부장관 김용현은 피청구인이 조만간 비상계엄을 선포할 것에 대비하여 2017년 계엄문건에 첨부된 2017년 포고문 및 1979. 10. 27.자 계엄포고 제1호 등 예전 군사정권 때의 예문을 참고하여 이 사건 포고령의 초안을 작성해 두었다. 피청구인이 2024. 12. 1.경 김용현에게 비상계엄을 하게 되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묻자, 김용현은 미리 준비해 두었던 이 사건 포고령 초안 등을 피청구인에게 보고하였고, 피청구인은 국민에게 불편을 줄 우려가 있고 시대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야간통행금지 조항을 삭제할 것을 지시하였다. 김용현은 2024. 12. 2.경 피청구인의 지시에 따라 수정한 이 사건 포고령 초안 등을 피청구인에게 보고하였고, 피청구인은 이를 승인하였다.
(2) 계엄사령관 박안수는 2024. 12. 3. 22:30경 계엄사령관으로 임명된 후 김용현으로부터 이 사건 포고령의 초안을 받았다. 박안수는 이 사건 포고령의 초안을 읽어본 후 김용현에게 법적인 검토가 필요한 것 같다고 말하였는데, 김용현은 이미 검토를 받은 것이니 그대로 발령하라고 하였다. 이에 박안수는 김용현의 지시에 따라 포고시간만 22:00에서 23:00으로 고친 후 2024. 12. 3. 23:17경 이 사건 포고령에 서명하고 23:23경 이를 발령하였다. 이 사건 포고령의 내용은 [별지 4]와 같다.
나. 판단
(1) 이 사건 포고령의 법적 성격 및 효력
이 사건 포고령은 계엄법 제9조 제1항, 제14조 제2항의 내용을 보충하는 기능을 하고 그와 결합하여 대외적으로 구속력이 있는 법규명령으로서 효력을 가진다(대법원 2018. 11. 29. 선고 2016도14781 판결 참조). 따라서 이 사건 포고령이 발령되는 즉시 모든 국민은 일체의 정치활동 등 이 사건 포고령이 금지하는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고, 그 의무를 위반하는 경우 영장 없이 체포․구금․압수․수색을 당할 수 있으며 계엄법 제14조 제2항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지게 된다.
피청구인은 단순히 계엄의 형식을 갖추기 위하여 상징적으로 이 사건 포고령을 발령한 것이지 이를 집행할 의사가 없었고 상위법과 저촉 소지가 있어 집행할 수도 없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청구인이 이 사건 계엄을 선포하면 추가적인 조치 없이도 곧바로 비상계엄의 효력이 발생하므로, 계엄의 형식을 갖추기 위하여 이 사건 포고령을 발령할 필요는 없는 점, 피청구인이 이 사건 포고령이 집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면 야간통행금지 조항을 삭제할 필요가 없었고, 국민에게 불편을 줄 우려가 있고 시대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야간통행금지 조항을 삭제하였다는 것은 오히려 나머지 조항들의 효력 발생 및 집행을 용인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점, 피청구인은 국회의 반국가적 활동을 금지하기 위하여 이 사건 포고령에 국회의 활동을 금지하는 내용을 포함시켰다고도 주장하고 있는 점, 피청구인은 이 사건 포고령이 발령될 무렵 계엄사령관 박안수에게 전화하여 경찰청장 조지호에게 이 사건 포고령의 내용을 알려주라고 하였고, 조지호에게 직접 6차례 전화한 점, 김용현은 이 사건 제4차 변론기일에서 이 사건 포고령이 효력이 있으니까 실제로 집행하려고 하였고, 당연히 그렇게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증언한 점 등에 비추어 이를 믿기 어렵다.
(2) 헌법 제77조 제5항 및 대의민주주의 등 위반 여부
피청구인은 국회와의 대립 상황을 타개하기 위하여 이 사건 포고령을 통하여 국회의 활동을 전면적으로 금지하였다. 이는 국회에 대한 군경 투입과 마찬가지로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 계엄해제요구권을 부여한 헌법 제77조 제5항을 위반한 것일 뿐만 아니라, 대의민주주의와 권력분립원칙에 명백히 반하고,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 등 헌법상 권한을 침해한 것이다.
피청구인은 국회의 해산을 명하거나 국회의 비상계엄해제요구 결의안 의결을 위한 의정활동 등 정상적인 활동을 금지하려는 것이 아니라, 반국가적 활동을 금지하기 위하여 위와 같은 포고령을 발령하게 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포고령은 단순히 국회의 활동을 금지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국회의 모든 활동을 금지한다고 해석된다. 또한 피청구인은 반국가적 행위란 국익을 해하여 나라의 위기를 초래하는 일체의 행위로서 비상계엄 선포의 실체적 요건 위반 여부 부분에서 살펴본 국회의 입법권 행사 및 예산 삭감 등이 모두 이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회의 입법권 행사 및 예산 삭감 등은 헌법과 법률에 근거한 국회의 권한행사이므로 피청구인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포고령은 사실상 국회의 모든 활동을 금지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따라서 피청구인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3) 지방자치의 본질적 내용 침해 여부
헌법 제117조와 제118조에 의하여 제도적으로 보장되는 지방자치는 주권의 지역적 주체로서의 주민에 의한 자기통치의 실현을 위한 것으로, 지방자치의 본질적 내용인 핵심영역은 어떠한 경우라도 입법 기타 중앙정부의 침해로부터 보호되어야 한다(헌재 2014. 6. 26. 2013헌바122 참조). 헌법이 직접 규정한 지방자치단체의 기관인 지방의회는 지역주민이 선출한 지방의회의원으로 구성된 주민의 대표기관으로서 지방행정사무와 법령의 범위 안에서의 지방자치단체의 의사를 결정하며, 지방행정사무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집행기관의 업무를 감시, 감독하는 역할을 한다(헌재 2008. 6. 26. 2005헌라7 참조). 지방자치단체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거나 각종 권한을 말살하는 것은 지방자치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다(헌재 2001. 11. 29. 2000헌바78 참조).
피청구인은 이 사건 포고령을 통하여 지방의회의 활동을 전면적으로 금지하였으므로, 이는 지방자치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 것이다. 피청구인은 지방의회의 활동도 반국가적 활동만을 금지한 것이라고 주장하나, 그와 같은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음은 국회 활동 금지 부분에서 살펴본 것과 같다.
(4) 헌법 제8조 위반 여부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헌법은 오늘날 대의민주주의에서 정당이 갖는 의의와 기능을 고려하여 정당제도를 채택하고, 정당활동의 자유를 포함한 정당의 자유를 광범위하게 보장하고 있다.
피청구인은 이 사건 포고령을 통하여 모든 정당의 활동을 전면적으로 금지하였다. 이는 정당활동의 자유를 침해한 것일 뿐만 아니라,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정당제도 자체를 부인하는 것으로서 헌법 제8조를 위반한 것이다.
(5) 국민주권주의 및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위반 여부
우리 헌법의 전문과 본문 전체에 담겨 있는 최고 이념은 국민주권주의와 자유민주주의에 입각한 입헌민주헌법의 본질적 기본원리에 기초하고 있다. 기타 헌법상의 여러 원칙도 여기에서 연유되는 것이므로 이는 헌법을 비롯한 모든 법령해석의 기준이 되고, 입법형성권 행사의 한계와 정책결정의 방향을 제시하며, 나아가 모든 국가기관과 국민이 존중하고 지켜가야 하는 최고의 가치규범이다(헌재 1989. 9. 8. 88헌가6 참조).
주권자인 국민이 자신의 정치적 생각을 표현하거나 합법적인 집회와 시위를 통해 설파하는 것은 국가의 안전에 대한 위협이 아니라 우리 헌법의 근본이념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핵심적인 보장 영역에 속하는 것이다. 정부에 대한 비판에 대하여 합리적인 홍보와 설득으로 대처하는 것이 아니라, 비판 자체를 원천적으로 배제하려는 공권력의 행사나 규범의 제정은 대한민국 헌법이 예정하고 있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부합하지 아니하므로 그 정당성을 부여할 수 없다(헌재 2013. 3. 21. 2010헌바132등 참조).
피청구인은 이 사건 포고령을 통하여 국회의 활동을 금지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일반 국민의 정치적 기본권,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등을 포괄적․전면적으로 제한하고 그 행사를 범죄행위로 규정하였다. 이는 위와 같은 기본권의 행사를 허용하면 국회와의 대립 상황을 타개하는 데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판단하에 일반 국민의 비판 자체를 원천적으로 배제하기 위하여 이루어진 조치이므로, 헌법의 근본원리인 국민주권주의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반한 것이다.
(6) 헌법 제77조 제3항 및 계엄법 제9조 제1항 위반 여부
(가) 헌법 제77조 제3항은 비상계엄이 선포된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영장제도,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에 관하여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계엄법 제9조 제1항은 비상계엄지역에서 군사상 필요할 때에는 계엄사령관이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특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면서, 그 대상을 체포․구금․압수․수색․거주․이전․언론․출판․집회․결사 또는 단체행동으로 한정하고 있다.
헌법 제77조 제1항 및 계엄법 제2조 제2항이 규정한 비상계엄 선포의 요건에 비추어 볼 때, 계엄법 제9조 제1항에서 정한 ‘군사상 필요할 때’는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로 적과 교전 상태에 있거나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되어 행정 및 사법 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상태가 현실적으로 발생하여 경력(警力)만으로는 도저히 비상사태의 수습이 불가능하고 병력을 동원하여 그러한 상황에 이른 직접적인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게 된 때를 뜻한다(대법원 2018. 11. 29. 선고 2016도14781 판결 참조). 또한 헌법상 국가긴급권의 인정 취지 및 계엄사령관의 특별한 조치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점을 고려하면, 특별한 조치는 위기상황의 직접적인 원인을 제거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최소한도 내에서만 취해질 수 있다(헌재 1996. 2. 29. 93헌마186; 헌재 2015. 3. 26. 2014헌가5 참조).
(나)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이 사건 계엄 선포 당시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가 발생하였다거나, 적과 교전 상태에 있거나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되어 행정 및 사법 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상태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계엄법 제9조 제1항에서 정한 ‘군사상 필요할 때’에 해당한다고도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이 사건 포고령을 통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였으므로, 계엄법 제9조 제1항을 위반하였다.
(다) 또한 계엄법 제9조 제1항은 계엄사령관의 특별한 조치의 대상을 ‘체포․구금․압수․수색․거주․이전․언론․출판․집회․결사 또는 단체행동’으로 한정하고 있다. 그런데 피청구인은 이 사건 포고령을 통하여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지함으로써 정치적 기본권, 정당의 자유를 제한하였고,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으로 하여금 48시간 내에 본업에 복귀하도록 함으로써 직업의 자유도 제한하였다. 따라서 피청구인은 계엄법 제9조 제1항이 규정하지 아니한 헌법상 권리 또는 자유를 제한하였다는 점에서도 위 조항을 위반한 것이다.
(라) 이 사건 포고령은 국회, 지방의회 및 정당의 활동을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지하며, 모든 언론과 출판이 계엄사령부의 통제를 받도록 하고, 사회혼란을 조장하는 파업, 태업, 집회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며, 모든 의료인으로 하여금 48시간 내에 본업에 복귀하여 근무하도록 하는 등 국민의 기본권을 광범위하게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사건 포고령 제6항은 “반국가세력 등 체제전복세력을 제외한 선량한 일반 국민들은 일상생활에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조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나, ‘선량한 일반 국민’과 ‘일상생활에 불편’이 의미하는 바가 불분명하여 집행기관이 이를 자의적으로 해석할 위험이 있을 뿐만 아니라, 위 규정을 감안하더라도 이 사건 포고령에 의한 기본권 제한이 위기상황의 직접적인 원인을 제거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최소한도 내에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다.
그렇다면 피청구인은 헌법 제77조 제3항 및 계엄법 제9조 제1항을 위반하여 이 사건 포고령을 발령하게 함으로써 국민의 정치적 기본권,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정당의 자유, 단체행동권, 직업의 자유,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였다.
(7) 영장주의 위반 여부
헌법 제12조 제3항 본문은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헌법 제16조는 “주거에 대한 압수나 수색을 할 때에는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영장주의를 헌법적 차원에서 보장하고 있다. 우리 헌법이 채택하여 온 영장주의는 형사절차와 관련하여 체포․구속․압수․수색의 강제처분을 함에 있어서는 사법권 독립에 의하여 신분이 보장되는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하지 않으면 아니 된다는 원칙이다. 따라서 헌법상 영장주의의 본질은 체포․구속․압수․수색 등 기본권을 제한하는 강제처분을 함에 있어서는 중립적인 법관의 구체적 판단을 거쳐야 한다는 데에 있다(헌재 2018. 6. 28. 2012헌마191등 참조).
비상계엄지역에서 군사상 필요가 인정되어 특별한 조치로서 사전영장주의의 예외를 인정하는 경우에도 영장주의의 본질을 침해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으므로, 수사기관의 강제처분이 영장 없이 이루어지는 경우 조속한 시간 내에 법관에 의한 사후심사가 이루어질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헌재 2012. 12. 27. 2011헌가5; 헌재 2013. 3. 21. 2010헌바132등 참조).
피청구인은 이 사건 포고령을 통하여 ‘일체의 정치활동’,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거나, 전복을 기도하는 일체의 행위’, ‘사회혼란을 조장하는 파업, 태업, 집회행위’ 등 광범위한 행위를 금지하고 그 위반자에 대해서 영장 없이 체포․구금․압수․수색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는 어떠한 제약 조건도 두지 아니하고 법관의 구체적 판단 없이 체포․구금․압수․수색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이에 대하여 법관에 의한 사후적 심사장치도 두지 아니한 것이므로, 국가긴급권이 발동되는 상황이라 하더라도 지켜져야 할 영장주의의 본질을 침해하는 것이다.
(8) 헌법에 따른 국군통수의무 등 위반 여부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피청구인은 국회와의 대립 상황을 타개하는 등의 의도로 계엄사령관으로 하여금 이 사건 포고령을 발령하게 하였다. 따라서 피청구인은 국군의 정치적 중립성에 반하여 국군통수권을 행사하였으므로, 헌법 제5조 제2항 및 제74조 제1항을 위반하였다.
(9) 소결
피청구인은 계엄사령관으로 하여금 이 사건 포고령을 발령하게 함으로써 헌법 제5조 제2항, 제74조 제1항, 제77조 제5항, 대의민주주의, 권력분립원칙을 위반하였고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 등 헌법상 권한을 침해하였으며, 지방자치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고 헌법 제8조, 국민주권주의 및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반하였다. 나아가 피청구인은 이 사건 포고령을 통하여 헌법 제77조 제3항 및 계엄법 제9조 제1항, 영장주의를 위반하여 국민의 정치적 기본권,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정당의 자유, 단체행동권, 직업의 자유,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였다.
8. 중앙선관위에 대한 압수․수색에 관한 판단
가. 인정 사실
(1) 피청구인은 2023년 행해진 선관위에 대한 국정원의 보안점검 이후에도 부정선거에 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며, ‘선관위는 헌법기관이고 사법부 관계자들이 위원으로 있어 평시 상황에는 영장에 의한 압수․수색이나 강제수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이유를 들어, 국방부장관 김용현에게 비상계엄이 선포되면 이 기회에 병력을 동원하여 선관위의 전산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점검해보라고 지시하였다.
(2) 정보사령부 소속 군인 10여 명은 이 사건 계엄 선포 직후 중앙선관위 과천청사에 들어가 야간 당직자들의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이들에 대한 행동감시 및 외부연락 차단, 출입통제를 하였으며, 통합선거인명부시스템 서버 등 전산시스템을 촬영한 다음 대기하다가, 비상계엄해제요구 결의안이 가결된 후 철수하였다.
육군특수전사령부 소속 군인들은 중앙선관위 과천청사, 관악청사, 수원연수원(이하 위 세 청사를 모두 합하여 ‘중앙선관위 청사’라 한다)으로 출동하여, 중앙선관위 과천청사의 경우 건물 내외부에서, 나머지의 경우 건물 외부에서 각각 경계근무를 하다가, 비상계엄해제요구 결의안이 가결된 후 철수하였다.
국군방첩사령부 소속 군인들은 부정선거 의혹과 관련한 자료를 확인할 수 있도록 중앙선관위 청사의 서버 등 전산시스템을 확보하라는 지시를 받고 출동하였으나, 법무실의 검토의견에 따라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에 대기하다가, 비상계엄해제요구 결의안이 가결된 후 철수하였다.
나. 판단
(1) 영장주의 위반 여부
(가) 피청구인은 영장에 의한 압수․수색을 통한 부정선거의 의혹 확인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등의 이유에서, 군인을 동원한 유형력을 행사하여 선관위의 전산시스템을 점검하도록 하였다는 것인바, 이는 결국 영장 없는 압수․수색의 강제처분을 지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현행 헌법상 압수․수색은 제77조 제3항, 제12조 제3항, 제16조에서 엄격한 요건하에서만 허용되는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 한,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하여야 한다.
(나) 먼저 헌법 제77조 제3항에 규정된 예외에 해당하는지 본다. 위 조항 및 계엄법 제9조 제1항에 따르면, 비상계엄지역에서 ‘군사상 필요할 때’ 계엄사령관이 압수․수색에 대하여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으나 이 경우 ‘계엄사령관은 그 조치내용을 미리 공고’하여야 한다. 그런데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계엄 선포 당시의 상황이 위 조항의 특별한 조치가 군사상 필요한 경우였다고 볼 수 없고, 계엄사령관 박안수가 관련된 조치내용을 미리 공고한 바도 없다. 따라서 헌법 제77조 제3항에 규정된 예외의 요건은 충족되지 않는다.
(다) 다음으로 헌법 제12조 제3항 단서 및 제16조 후문 해석상 인정되는 예외에 해당하는지 본다. 헌법 제12조 제3항 단서는 ‘현행범인인 경우와 장기 3년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고 도피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을 때에는 사후에 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하여 영장주의의 예외를 명문으로 인정하고, 헌법 제16조 후문은 그 해석상 ‘그 장소에 범죄혐의 등을 입증할 자료나 피의자가 존재할 개연성이 소명되고, 사전에 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이 있는 경우’ 영장주의의 예외를 허용한다(헌재 2018. 4. 26. 2015헌바370등 참조). 피청구인은 선관위가 헌법기관이고 사법부 관계자들이 위원으로 있어 영장에 의한 압수․수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이유를 들고 있으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선관위는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에 응하여 왔고, 그러한 이유만으로 사전에 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 등을 인정할 수는 없다. 따라서 헌법 제12조 제3항 단서 및 제16조 후문 해석상 인정되는 예외의 요건도 충족되지 않는다.
(라) 결국 피청구인이 선관위에 대하여 영장 없는 압수․수색을 하도록 한 행위는 영장주의에 위반된다.
(2) 선관위의 독립성 침해 여부
(가) 오늘날의 대의민주주의에서 선거는 국민이 대표자를 결정․구성하는 방법이자 선출된 대표자에게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함으로써 국민주권주의 원리를 실현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선거관리가 공정하게 이루어지지 못한다면 그 선거는 본래의 민주정치적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하나의 형식적인 기능에 그치고 말 것이다. 선거관리사무의 담당기관을 일반행정기관과는 별도의 독립기관으로 구성해야 한다는 요청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헌재 2008. 6. 26. 2005헌라7; 헌재 2025. 2. 27. 2023헌라5 참조).
(나) 행정부에 의해 관권선거가 자행된 이른바 3‧15 부정선거로 대의민주주의와 국민주권주의의 위기를 경험한 우리 국민은, 헌법적 결단을 통해 1960. 6. 15. 헌법 개정(제3차 개정헌법) 이래로 선거관리사무를 행정부로부터 기능적‧조직적으로 분리하여 독립된 헌법기관에 맡기고 있다. 현행 헌법 역시 제7장에서 ‘선거관리’라는 표제하에 선거와 국민투표의 공정한 관리 및 정당에 관한 사무의 처리를 담당하는 독립된 합의제 헌법기관으로 선거관리위원회를 두면서, 그 구성에 대통령, 국회, 대법원장이 동등하게 참여하도록 하고 위원의 임기와 신분을 보장하며 규칙제정권도 부여하고 있다(제114조). 선거관리사무는 그 성격상 행정작용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우리 헌법이 위와 같이 해당 사무의 주체를 독립된 합의제 헌법기관으로 규정하면서 그 독립성과 중립성을 강조하는 체계를 택한 것은, 공정한 선거관리를 위해서는 외부 권력기관, 특히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행정부의 영향력을 제도적으로 차단하여야 한다는 확고한 의사가 반영된 것이다(헌재 2025. 2. 27. 2023헌라5 참조).
(다) 그런데 피청구인은 헌법과 법률이 예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군대를 동원하여 중앙선관위 청사에 무단으로 들어가 선거관리에 사용되는 전산시스템을 압수․수색하도록 하였다. 이는 선관위의 선거관리사무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자 선거가 지니는 본래의 민주정치적 기능에 위협을 가하는 행위로서, 선관위의 독립성을 철저히 보장하고자 하는 우리 헌법의 취지에 반하는 것이다.
(3) 피청구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피청구인은 선관위의 전산시스템에 대한 점검이, 계엄법 제7조 제1항에 따라 계엄사령관이 관장하는 행정사무의 집행 차원에서 행해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리 헌법이 선거관리사무를 일반행정사무와 기능적으로 분리하여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면(헌재 2008. 6. 26. 2005헌라7 참조) 선거관리사무에는 원칙적으로 위 조항이 적용되기 어렵다고 할 것이고, 설령 적용될 여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피청구인의 주장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
위 조항의 취지는,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로 행정 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 계엄사령관으로 하여금 그 기능이 마비되지 않도록 방지하거나 정상적으로 유지․회복될 수 있도록 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따라서 해당 기관의 통상적인 기능수행을 전면적으로 인수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계엄 목적의 달성에 반드시 필요한 한도 내에서 해당 기관의 담당 사무가 정상적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하는 개별적․구체적 조치에 한하여 할 수 있다는 의미로 새김이 상당하다. 선관위는 선거와 국민투표의 공정한 관리 및 정당에 관한 사무를 수행하고 있고(헌법 제114조 제1항), 이 사건 계엄 선포 당시 선관위가 위 사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없는 상태에 있지 않았다. 피청구인은 부정선거에 관한 의혹을 해소할 필요가 있었다고 주장하나, 이를 이유로 한 전산시스템의 점검이 선관위의 기능이 마비되는 것을 방지하거나 이를 유지․회복하기 위하여 병력을 동원하면서까지 반드시 취하여야 할 조치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4) 소결
그렇다면 피청구인은 영장주의의 예외에 해당하는 사유가 없음에도 선관위에 대하여 영장 없이 압수․수색하도록 함으로써 영장주의를 위반하였고, 행정부 수반의 지위에서 독립된 헌법기관인 선관위에 대하여 헌법과 법률이 예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군대를 동원한 압수․수색을 함으로써 선관위의 독립성도 침해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