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기 당국자 "韓, 對美투자 늘려도 품목관세 인하 어렵다"
스티븐 본 전 USTR 법무실장 "美경제 탄탄해 시간갈수록 합의비용 올라갈 것"
"美, 자유무역으로 돌아가지 않아…트럼프 설득하려면 관세보다 좋은 것 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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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본 前 미국무역대표부 법무실장 (워싱턴=연합뉴스) 스티븐 본 전 미국무역대표부(USTR) 법무실장이 22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한국 특파원단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5.7.22
(기사발신지=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한국이 미국에 아무리 투자를 많이 해도 자동차와 철강 등 대미(對美) 주력 수출 품목에 대한 관세를 완화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트럼프 1기 정부에서 한미 무역협상 업무를 한 통상 전문가가 관측했다.
스티븐 본 전 미국무역대표부(USTR) 법무실장은 22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한국 특파원단과 진행한 간담회에서 현재 진행 중인 한미 무역협상과 관련, "철강과 자동차 관세를 어떻게든 피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실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주요 자동차·철강 수출국이라는 점에서 영국과는 달리 자동차와 철강에 부과된 '무역확장법 232조' 관세를 낮추기는 매우 어렵다고 전망했다.
그는 한국이 트럼프 행정부에 관세 완화를 설득하기 위해 강조하는 포인트 중 하나인 '대미 투자 확대'가 협상에서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한국이 미국과의 교역에서 번 큰돈으로 미국 기업과 자산을 사들이는 것은 한국이 돈을 더 벌기 위해 하는 일이지, 미국이 원하는 균형 잡힌 무역 체계를 만드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이 미국인들에게 와서 '우리는 미국에 더 투자하고 싶다'라고 말하는 것은 양보가 아니다. 한국은 어차피 관세와 상관없이 미국에 더 투자할 것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미국의 물가가 낮고 경제가 탄탄해 무역 협상에서 시간은 트럼프 행정부의 편이라고 평가하고서 다른 나라가 시간을 끌수록 "거래의 가격이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는 미국이 오랫동안 자유무역을 시도했지만, 적자가 늘고 일자리와 제조업을 잃어 이제 보호무역 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면서 미국인들이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선택한 것은 자유무역에 대한 거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같이 미국과의 교역에서 흑자를 보는 나라들이 미국의 이런 변화를 이해하고 과거처럼 미국만 적자를 보는 교역 관계가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상 변호사 출신인 본 전 실장은 트럼프 1기 행정부의 USTR 대표였던 로버트 라이트하이저랑 같은 법률회사에서 14년을 일했으며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협상할 때 USTR 법무실장을 맡았다.
본 전 실장은 현재 미국 법률회사 킹&스폴딩에서 국제통상팀 파트너를 맡아 미국 철강사 클리블랜드-클리프스 등을 대변하고 있는데 USTR 재직 당시, 그리고 이후 킹&스폴딩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현 USTR 대표와 함께 일했다.
다음은 본 전 실장과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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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대기 중인 자동차 [연합뉴스 자료사진]
-- 한국이 협상을 통해 관세를 얼마나 낮출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게 현실적인가?
▲ 난 미국이 영국과 타결한 합의를 매우 자세히 들여다보겠다. 현실적으로 그게 미국이 어느 나라에든 줄 가장 낮은 관세라고 생각한다. 미국인들은 철강과 자동차, 다른 품목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 관세를 국가 안보 조치로 간주하기 때문에 매우 예민하며 이런 품목에 대해서는 미국 시장에 대한 접근을 더 허용하는 데 있어서 매우 조심스러울 것이다. 영국은 그런(자동차와 철강) 시장에서 큰 플레이어가 아니라 그런 합의가 가능했지만, 난 미국이 한국, 일본과 유럽연합(EU)에 대해서도 그런 합의를 하리라고 예상하지 않는다.
-- 한국은 영국과 같은 저율관세할당(TRQ) 조치가 어렵다는 건가?
▲ 232조 관세 품목과 관련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한국에 무엇이든 허용하면 미국은 일본과 EU에도 같은 것을 줘야 한다는 엄청난 압력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한국에 시장 접근을 허용하고, 일본에도 허용하고, EU에도 허용한다면 232조 관세가 과연 얼마나 남아나겠나?
-- 자동차와 철강에 대한 관세를 낮출 가능성이 없다고 보나?
▲ 난 그게 매우 매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할 뿐이다.
-- 한국은 미국과 제조업 협력을 통해 자동차와 철강 관세를 낮추려고 하고 있다.
▲ US스틸이 매각된 경위를 알지 않느냐. 미국의 철강 산업은 매우 취약하다. 우리의 크라이슬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크라이슬러는 유럽의 주인들에게 팔려 이제는 스텔란티스의 일부이며 미국에 남은 자동차 제조사는 GM과 포드뿐이다. 우리는 멕시코에 자동차 일자리를 엄청나게 잃었고 우리의 자동차 산업은 매우 취약하다. 미국이 철강과 자동차 산업의 일부를 계속해서 해외에 내줄 역량은 매우 제한된다. 그게 미국인들이 작년 선거에서 투표한 내용의 큰 부분이다. 펜실베이니아, 오하이오, 위스콘신과 미시간 같은 곳의 미국인들은 철강과 자동차를 더 이상 내주지 말라고 투표했다. 철강과 자동차 관세를 어떻게든 피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실망할 것이다.
-- 한국에 중요한 품목별 관세를 낮출 수 없는데도 한국이 계속 협상할 이유가 있는가?
▲ 난 지금, 그리고 앞으로도 한국이 우리와 협상해 우리 시장에 대한 접근성을 확보하는 게 EU나 인도, 중국, 다른 많은 시장에 대한 접근성을 확보하는 것보다 쉬울 것이라 생각한다. 미국 시장에 대한 접근성 확보가 10년 전처럼 쉽지는 않을 수 있지만, 난 여전히 미국이 한국의 무역 상대 대부분보다 나은 무역 상대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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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한국이 미국에 많이 투자하고 있는데 투자를 통해 관세를 줄일 수 있을까?
▲ 한국은 작년에 우리와 교역에서 660억달러 흑자를 냈다. 그 흑자로 무엇을 하겠는가? 분명 일부는 미국 서비스를 구매하는 데 쓸 것이다. 여러분은 하버드와 예일대에 학생을 보내고 미국에서 관광한다. 그런 것들을 하지만 여러분은 그 많은 현금을 그냥 들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에 재투자해 기업과 토지를 사고, 공장을 지을 것이며, 여기서 돈을 벌기 위한 일을 할 것이다. 그러니 한국이 미국인들에게 와서 '우리는 미국에 더 투자하고 싶다'라고 말하는 것은 양보가 아니다. 한국은 어차피 관세와 상관없이 미국에 더 투자할 것이었다. 미국에 더 투자하고 싶다고 말하는 게 협상에서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한국, 중국, 일본, 독일처럼 국제 무역에서 흑자를 내는 쪽에 있는 모든 국가는 무역흑자가 (적자를 보는) 다른 나라에서 일으키는 문제를 이해해야 한다. 무역적자가 큰 영국에서 포퓰리즘이 부상했고 영국은 EU를 아예 떠났다. 또 다른 대규모 무역 적자국인 멕시코와 브라질에서도 포퓰리스트들의 봉기가 있었다. 이런 일은 무역적자가 큰 나라에서 잇따라 일어났다. 무역흑자가 있는 국가들은 더 균형 잡힌 무역 체계를 받아들일지, 아니면 시스템 전체가 붕괴할 때까지 이런 흑자를 붙잡고 있으려고 할지 결정해야 한다.
-- 미국이 조선업을 재건하자고 하면서 원자재인 철강에 50% 관세를 부과하면 선박 건조 비용이 증가하지 않나.
▲ 우리는 여러분이 하자고 했던 자유무역을 시도해봤다. 어떻게 되는지 시도해보자고 했는데 선박을 더 건조하기는커녕 선박이 없다. 우리는 사실상 조선업을 거의 전부 잃었다. 우리는 저렴한 중간재를 수입하자고 했다. 그랬더니 최종재 생산이 늘기는커녕 줄었다. 철강을 만드는 기업들이 최종재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미국인들은 자유무역과 완전히 다른 접근을 시도해보겠다는 게 현실이다. 여러분은 우리가 기존 정책을 얼마나 많이 시도했고 그걸 거부했다는 것을 이해해야만 한다. 여러분도 한국이 무역 규제를 모두 없애고 유럽산 자동차, 중국산 자동차, 일본산 제품과 미국산 제품을 살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 않나. 한국 정부도 그런 행동을 장려하지 않을 텐데 왜 우리가 그래야 하는가. 우리는 자유무역을 해봤지만, 효과가 없었다.
-- 트럼프 1기 행정부가 한 한미 FTA 개정 협상이 실패했다고 생각하나.
▲ 성공하지 못했다고 말하지는 않겠다. 난 우리가 개정한 것들이 개정이 필요한 올바른 변화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렇게 개정하지 않았다면 미국의 적자는 지금보다 훨씬 더 심할 가능성이 크다.
-- 미국이 중국에 대항하려면 동맹이 필요한데 관세가 동맹을 약화한다는 우려가 있다.
▲ 난 대통령이 다른 나라들과 좋은 관계를 갖고 싶어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올해 우리의 무역적자는 아마 1조달러를 넘을 것이다. 그게 어떻게 지속 가능한가? 여기 누구도 그게 지속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기 누구도 미국이 이 많은 돈을 계속 빌리고 매년 자산을 팔면서도 강하고 건강한 경제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균형을 다시 잡은 무역 체계를 가져야만 한다. 우리에게는 다른 선택이 없다.
-- 한국이 국방에 돈을 더 쓰면 협상에 도움이 될까?
▲ 판단하기 어렵다. 유럽은 방위비를 더 쓰기로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3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1970∼80년대는 우리가 냉전 중이었고 동맹과 동맹 유지를 많이 신경 쓰는 시기였는데도 유럽, 일본과 매우 치열한 무역 협상을 했다. 미국인들이 원하는 것은 방위비 인상이 전부라고 생각하면 실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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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철강사 US스틸 [UPI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이 신속한 무역 합의보다 질 높은 합의가 중요하다고 했는데.
▲ 난 그가 완전히 진실을 이야기했다고 생각한다. 행정부는 서두르지 않고 있다. 미국 경제는 지금 잘되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낮고 실업률도 낮으며 증시는 역대 최고점에 가깝다. 2분기 기업 실적 발표도 대체로 매우 우호적이다. 그래서 난 그들이 크게 서두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베선트 장관이 하는 말은 미국은 입지가 탄탄하며 그저 합의하기 위해 합의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생각되는 경우에만 합의하겠다는 것이다.
-- 한국이 이번 달에 협상을 타결하는 게 나을까?
▲ 미국 경제가 계속해서 순항하면서 거래의 가격이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미국 경제가 계속해서 더 강해지면서 대통령은 더 많은 협상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래서 난 합의를 일찍 하는 사람들이 나중에 합의하는 사람들보다 더 나은 합의를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분명히 말하지만, 행정부는 협상하기 위해 관세를 부과하는 게 아니다. 그들은 관세를 좋아한다. 만약 여러분이 그들이 관세보다 좋아하는 것을 제안할 수 있다면 그들은 고려할 것이다. 하지만 여러분도 대통령이 며칠 전 한 말을 들었듯이 (관세율을 통보하는) 서한이 합의다. 그는 그것에 만족한다.
-- 관세 자체가 목적이라는 말이냐?
▲ 대통령은 관세가 미국 경제와 미국인, 미국 노동자에 이득이라고 믿는다. 그는 관세가 미국 경제를 더 생산적이고 부유하고 행복하게 만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관세를 없애기를 바란다면 여러분은 그가 관세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무엇인가를 줘야 한다.
-- 무엇을 제안하면 좋을까?
▲ 나라면 지금보다 미국에 더 우호적인 무역 체계를 만들 수 있는 제안을 생각해보려고 하겠다. 미국인들에게 계속 가서 '여러분은 2015년 체제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미국은 이 문제를 세 번이나 투표했으며 이전 방식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 관세 협상이 성공하려면 한미 정상회담이 필요한가?
▲ 보통 협상은 장관급에서 진행되며 장관들이 합의할 수 있는 내용을 어느 정도 파악한 이후에는 더 어려운 쟁점을 대통령에게 가지고 간다. 그게 일반적으로 최상의 방법이며 그 절차를 건너뛰려는 시도는 통상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 한국이 쌀, 과일, 소고기 등 농산물 시장을 개방하면 협상에 도움이 될까?
▲ 우리는 훌륭한 농업 분야를 가지고 있으며 확실히 쌀과 소고기를 더 팔고 싶어 한다. 다른 나라가 미국산 농산물을 더 구매할 생각이 있으면 미국은 늘 관심이 있다.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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