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 탄생지 룸비니 마하데비사원(마야부인사)

붓다 탄생지 룸비니 입구에 서 있는 커다란 종

붓다 탄생지 룸비니 입구에 서 있는 벽돌건물들

붓다 탄생지 룸비니 입구에 서 있는 벽돌건물들

룸비니 입구 안내판


안개를 지나, 태어남의 자리로

바이라와(Bhairahwa)에 자리한 타이거 팰리스 리조트를 이른 새벽에 출발했다. 아직 해가 들기 전, 호텔 주변은 고요했고 공기는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간단한 조식을 마치고 버스에 오르자, 목적지는 분명했다. 붓다의 탄생지, 룸비니였다. 그러나 그 길은 곧바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안개에 잠긴 룸비니 가는 길

룸비니로 향하는 도로는 짙은 안개에 덮여 있었다. 논과 밭, 낮은 숲과 마을은 형체만 남긴 채 희미하게 사라졌다. 도로 위를 미끄러지듯 달리는 버스 창밖으로는 시간의 감각마저 흐려졌다. 이른 아침의 안개는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라, 붓다의 탄생지로 향하는 길목에 드리운 하나의 상징처럼 느껴졌다.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성지를 향해 가는 설렘과 긴장이 동시에 스며들었다.

낯선 땅을 찾아가는 나그네의 마음에는 문득 김승옥의 소설 「무진기행」이 떠올랐다. 안개는 현실과 기억, 현재와 과거의 경계를 흐리게 만든다. 순례 역시 그러하다.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시간과 의식의 경계를 넘는 여정이기 때문이다.

버스는 룸비니 인근의 한적한 주차장에 멈춰 섰다. 아직 햇살이 닿지 않은 시간이었다. 이곳에서 탐방단은 오토릭샤로 갈아타고 마지막 길을 향해 움직였다. 작은 엔진 소리와 함께 안개 속을 헤치며 나아가는 순간, 붓다의 탄생지는 더 이상 추상적인 이름이 아니라, 곧 마주할 ‘현존하는 장소’로 다가왔다.

안개 덮힌 붓다 탄생지 룸비니를 바라보며 입구에서부터 몸과 마음을 단정하게....

안개에 덮여 있는 룸비니 가는 길

오! 탄생불....멀리 눈에 익은 아기붓다가... 반갑다


붉은 벽돌로 둘러싸인 룸비니 입구

안개 속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 것은 붉은 벽돌로 지어진 룸비니 입구의 건물이었다. 소박하지만 단정한 구조의 건물 앞에는 ‘Lumbini Sacred Garden’이라 적힌 안내판이 세워져 있었다. 이곳이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전 세계 불교도가 성지로 공경하는 공간임을 알리는 표식이었다.

입구 주변에는 이미 여러 나라에서 온 순례자들이 모여 있었다. 각기 다른 언어, 다른 복색을 하고 있었지만, 이곳을 찾은 이유만은 하나였다. 붓다가 태어났다고 전해지는 그 자리를 직접 보고, 걷고, 기억하기 위해서였다. 일부 순례자들은 입구에서 기념사진을 남기며 감격을 나누고 있었다.

아기 붓다상

룸비니 입구 아기 붓다상 앞에서 외국 순례자들



벽돌 포장도로와 도 한복판의 아기 붓다상

룸비니 성역 안으로 들어서자, 붉은 벽돌로 정갈하게 포장된 도로가 이어졌다. 안개는 여전히 주변을 감싸고 있었고, 나무와 연못, 유적의 윤곽은 차분히 모습을 드러냈다. 인공적인 장식은 최소화되어 있었고, 공간 전체가 ‘태어남’을 기념하는 침묵의 정원처럼 느껴졌다.

길 한복판에는 아기 붓다상이 서 있었다. 한 손은 하늘을, 다른 한 손은 땅을 가리킨 채, “천상천하 유아독존”을 상징하는 모습이다. 경전에서는 붓다가 태어나 일곱 걸음을 걸으며 이 말을 했다고 전한다. 역사적 사실 여부를 떠나, 이 상은 붓다의 탄생이 단순한 개인의 출생이 아니라, 불교 전통 안에서는 우주적 사건으로 인식되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관리소 근처에서 신발을 벗어놓고....
다시 마하데비사원을 향하여...

여기가.... 붓다께서 탄생하신 마하데비사원...

붓다께서 오신 룸비니 마하데비사원

마하데비사원 잎에서 수행하는 외국 순례자들...

아쇼카 석주 앞에서 외국 순례자들



마야부인사원과 아쇼카 석주

안개를 헤치고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자, 룸비니의 중심 유적인 마야부인사원(摩耶夫人寺)이 모습을 드러냈다. 현재의 사원 건물은 여러 차례 복원과 정비를 거친 것이지만, 그 아래에는 붓다 탄생과 관련된 가장 오래된 유적층이 자리하고 있다.

사원 앞에는 아쇼카 왕의 석주가 우뚝 서 있었다. 기원전 3세기, 불교에 귀의한 아쇼카 왕은 제국 전역에 석주를 세워 불교 유적을 표식했다. 이 룸비니 석주에는 “이곳은 석가모니 부처님이 태어난 곳”이라는 명문이 새겨져 있다. 이는 룸비니가 단순한 전승의 장소가 아니라, 고대부터 공인된 성지였음을 증명하는 결정적 사료다.

석주 옆에는 마야부인 연못이 자리하고 있다. 전승에 따르면, 마야부인은 이 연못에서 몸을 씻은 뒤 룸비니 동산을 거닐다 태자를 낳았다고 한다. 연못의 물은 고요했고, 그 수면에는 안개와 나무 그림자가 겹쳐 비쳤다.

아쇼카 석주 앞에서 불교일보 성불 기자

붓다 탄생지 룸비니 곳곳에 서 있는 나무들

마야부인사원 주변에는 오래된 고목이 서 있다. 전승에서는 마야부인이 이 나무의 가지를 붙잡고 산고를 겪었다고 전한다. 오늘날의 나무가 당시의 그것과 동일한지는 알 수 없지만, 이 고목은 오랜 세월 동안 붓다 탄생의 기억을 상징적으로 품어온 존재처럼 느껴진다.

붓다는 이렇게 룸비니에서 태어났다고 전해진다. 왕궁이 아닌 숲에서, 성대한 의식이 아닌 자연 속에서의 출생이다. 이 점은 이후 붓다의 삶과 가르침을 예견하는 상징처럼 다가온다. 출생의 순간부터 그는 이미 세속의 중심이 아니라, 길 위에 서 있었다.

안개는 서서히 걷히고 있었다. 그러나 룸비니가 남기는 여운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붓다의 탄생지는 화려함보다는 고요함으로, 설명보다는 침묵으로 순례자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이곳에서 순례는 더 이상 이동이 아니라, 사유의 시작이 되고 있었다.

안개가 서서히 걷히는 마하데비사원

성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