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의 탄생지 룸비니(Lumbini)로 가기 위해 새벽에 찾아간 터미널은 텅 비어 있다

2월, 인도 불교성지 순례단의 첫 여정은 붓다의 탄생지 룸비니(Lumbini)였다. 불교사의 핵심 유적 대부분은 오늘날 인도 영토 안에 남아 있지만, 붓다의 탄생지만은 네팔에 속해 있다. 역사적으로 룸비니는 고대 인도 문화권에 포함돼 있었으며, 아소카 왕의 석주가 세워진 이래 불교사에서 분명한 성지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근대 국가 간 국경 획정 과정에서 룸비니는 네팔 영토가 되었고, 이는 오늘날 순례자들에게 하나의 현실적 장벽으로 작용한다.

붓다는 기원전 5세기경, 카필라바스투 인근 룸비니 동산에서 태어났다고 전해진다. 『장아함경』과 『불본행집경』 등 여러 경전은 마야부인이 친정으로 향하던 길에 룸비니에서 태자를 낳았다고 기록하고 있으며, 기원전 3세기 아소카 왕은 이 전통을 확인하고 석주를 세워 “여기에서 붓다가 태어났다”고 명문을 남겼다. 이 석주는 오늘날 룸비니가 역사적 실재성을 지닌 성지임을 증명하는 가장 결정적인 유물이다.

하나 둘씩 모여드는 사람들.. 어딜 가도 기다림은 있었다...


순례단은 뉴델리 인디라 간디 국제공항을 통해 인도에 입국한 뒤, 시내의 아쇼카 호텔에서 하루를 보냈다. 다음 날 새벽, 델리 국내선 공항에서 북인도 고라크푸르로 이동했다. 공항에서 간단히 식사를 마친 뒤 곧바로 룸비니를 향해 출발했다. 지도상으로는 고라크푸르에서 국경까지 두 시간 반 남짓이지만, 실제 여정은 그보다 훨씬 길었다.

버스가 멈춘 곳은 흙먼지가 가득한 네팔 국경이었다. 하늘은 뿌옇게 가려져 있었고, 작은 출입국관리소 앞에는 여러 나라에서 온 여행객들이 줄을 서 있었다. 출국 심사는 쉽게 진행되지 않았다. 인도 특유의 느긋한 행정 속도는 나그네의 마음을 아랑곳하지 않았다. 순례자는 이곳에서부터 기다림을 배워야 했다.

오고... 가고... 붓다의 탄생지 룸비니(Lumbini)를 향하여


인도 측 출국 절차를 마친 뒤에도 곧바로 룸비니에 이를 수는 없었다. 네팔 입국 심사와 비자 발급 절차가 이어졌다. 당초 안내된 시간은 한 시간이었지만, 실제로는 두세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국경은 단순한 선이 아니라, 순례자를 시험하는 통과의례처럼 느껴졌다.

모든 절차를 마친 뒤 다시 버스를 타고 한 시간 남짓 이동해 네팔 바이라와의 숙소에 도착했다. 늦은 밤의 휴식은 짧았다. 이튿날 새벽, 간단한 네팔식 조식을 마치고 다시 길을 나섰다. 룸비니로 향하는 시골길은 짙은 안개에 잠겨 있었고, 논과 숲, 마을의 윤곽은 희미하게 드러났다. 아직 햇살이 들지 않은 시간, 버스는 룸비니 인근의 조용한 주차장에 멈췄다. 이곳에서 탐방단은 오토릭샤로 갈아타고 마지막 구간을 향해 이동했다.

오토릭샤로 갈아타고 마지막 구간을 향해...


붓다의 탄생지는 그렇게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국경을 넘고, 시간을 견디고, 안개 속을 통과한 끝에야 다가갈 수 있었다. 룸비니로 가는 길은 이미 순례였다. 그리고 이 긴 여정은, 붓다가 태어난 땅이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남아 있는지를 묻는 질문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성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