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산재 엄벌' 발언에 산업계 긴장…대책 마련 분주
사고 취약한 건설업계 등 당혹…안전관리 강화대책 마련 착수
(기사발신지=연합뉴스) 산업팀 = 이재명 대통령이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잇따른 일부 기업을 거론하며 사망사고 반복 기업에 대한 강력한 조치를 주문하자 산업계가 '올 것이 왔다'며 긴장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9일 국무회의에서 올해 들어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 사망사고가 잇따른 사실을 언급하면서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 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며 강도 높게 질타했다.
회의에서는 사망사고 빈발 기업에 대한 형사처벌 및 징벌적 손해배상과 더불어 공공입찰 참여 제한, 영업정지 조치, 은행 대출 제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 불이익 조치 등이 거론됐다. 이 대통령은 이런 기업에 대해 "여러 차례 공시해서 주가가 폭락하게 (만들 수도 있다)"라는 언급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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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 대책 듣는 이재명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김민석 국무총리가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의 산업재해 관련 발표를 듣고 있다. 2025.7.29
hi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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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는 소년공 출신에 인권변호사로 활동한 이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부터 산업현장 중대재해 대응 강도가 눈에 띄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는 있었다. 그러나 전날 이 대통령이 일부 기업 실명까지 본보기로 거론하며 수위 높은 발언을 내놓자 적잖이 당황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전날 타깃이 된 포스코이앤씨가 속한 건설업계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건설업은 높은 곳에서 이뤄지는 작업이 많고 각종 중장비와 무거운 자재가 현장에서 수시로 오가기 때문에 추락, 붕괴, 낙하물 충돌 등 치명적 사고 위험이 상존하는 업종이다. 외부에 노출된 환경에서 작업하므로 여름철 폭염에 따른 온열질환에도 취약하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 1분기 산업현장에서 사고로 숨진 근로자 137명(잠정) 가운데 건설업종 소속이 71명으로 절반을 웃도는 비중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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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인사하는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사장
(인천=연합뉴스) 임순석 기자 =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사장이 29일 인천 송도 본사에서 연이은 현장 사망사고와 관련한 담화문 발표에 앞서 관계자들과 사과 인사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올해 포스코이앤씨 현장에서 연이은 산업재해 사고로 노동자들이 숨진 사실을 언급하며 질타했다. 2025.7.29
soonseok0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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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30일 "특정 회사명이 거론되고 발언도 강하니 업계 전반적으로 상당히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라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내부적으로 안전관리를 강화하고는 있지만 사고는 협력업체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원청 대기업에만 책임을 묻는 구조는 아쉽다"고 말했다.
중견 건설사의 한 임원은 "어제 대통령 표현은 건설업을 하지 말라는 것과 같은 의미"라며 "일부러 근로자를 죽게 하는 것도 아니고, 하도급 구조도 복잡다단해 책임 소재도 갈리는 데다 사고는 근로자 개개인 부주의를 비롯해 다양한 변수가 있지만 사고가 난 회사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대다수 건설사들은 전날 이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과 그에 뒤따른 포스코이앤씨의 사과문 발표 등 일련의 상황을 접한 뒤 현장 안전관리 강화를 위한 대책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도 "새 정부 들어 강화된 제도나 규제가 나올 것은 예상된 일"이라며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의 산업안전 관련 정책 추진 계획을 면밀히 검토하고 안전보건 체계를 재확인해 구체적 실천 계획을 수립하고 이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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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현장(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연합뉴스 자료사진]
건설업과 더불어 산재에 취약한 업종으로 꼽히는 제조업계도 이 대통령의 발언에 부담을 느끼면서 내부적으로 작업 환경 안전관리 재점검에 나섰다.
대표적인 고위험 업종인 조선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며 현장 안전을 점검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조선업에서는 선박 추락, 용접작업 화재, 블록에 깔리는 사고 등으로 약 20명의 근로자가 사망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업은 고소, 밀폐, 화기 등 위험성이 높은 작업이 많다"며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철저한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최근에는 폭염이 심하다 보니 온열 질환을 중심으로 현장 안전에 만전을 기하는 분위기"라고도 전했다.
HD현대 조선 3사는 그룹 차원의 공동 대응 체계를 마련하고 생산 현장에서는 작업자들을 대상으로 정기 안전교육과 작업 전 안전회의(TBM)를 실시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발표한 1조9천억원 규모의 스마트 안전 시스템 구축 사업을 차질 없이 완료하겠다는 계획이다.
디스플레이업계의 한 관계자도 "수시로 안전교육을 하거나 ESG 리포트에 산재 현황 등을 공개하며 이미 적극 대응하고 있다"며 "이번 대통령 발언 이후 기업들이 제도를 다시 점검하거나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임기창 박초롱 홍국기 홍규빈 강태우)
pul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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