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가 서울로 옮긴 보물 원랑선사탑비, 고향 제천에 돌아오나
탑비 세워졌던 월광사지 발굴 착수…제천시 "환수 작업 첫걸음"
(기사발신지=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충북 제천 월악산 자락에 자리한 통일신라 시대 절터 월광사지에 대한 대규모 발굴조사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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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원랑선사탑비 [연합뉴스 자료사진]
13일 제천시에 따르면 지난 11일 국가유산청으로부터 문화재 발굴 허가를 받고, 2억1천500만원의 예산으로 이르면 이달 말 월광사지(충북도기념물 제154호) 1천583㎡에 대한 시굴조사에 들어간다.
이곳에는 석재와 석축, 기왓조각 등이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시는 정밀 발굴 등 내년까지 추가 조사를 진행한 뒤 그 결과를 바탕으로 국가지정문화재인 사적 승격을 추진할 방침이다.
또 월광사지 진입로 개설과 전시관 건립 등도 계획하고 있다.
조사는 충북도역사문화연구원이 맡는다. 월광사지는 보물 원랑선사탑비가 있었던 곳이다.
신라 말 고승 원랑선사(816∼883)의 일생을 기록한 원랑선사탑비는 헌강왕의 명령으로 제작돼 890년 진성여왕 때 지금의 제천시 한수면 송계리 월광사 경내에 3.95m 높이로 건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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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월광사지 원랑선사 대보선광탑비 붕괴 모습 [제천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후 일제강점기인 1922년 조선총독부에 의해 월광사 터에서 경복궁으로 옮겨진 뒤 2005년 국립중앙박물관이 용산으로 신축 이전하면서 중앙 로비에 자리 잡았다.
2020년에는 이 탑비가 방탄소년단(BTS)의 가상졸업식 '디어 클래스 오브 2020'에 배경으로 등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원랑선사탑비를 내년 개관하는 국립충주박물관으로 이전하기로 결정하자 제천지역에서는 고향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목소리를 꾸준히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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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의림지박물관 인근에 조성된 원랑선사탑비 모조품 [김형우 촬영]
제천시가 원랑선사탑비 환수 염원을 담아 원형을 닮은 복제비를 제작, 2023년 3월 의림지역사박물관 광장에 세운 배경이기도 하다.
일제에 의해 무단 반출된 고려시대 석탑이 제자리로 돌아온 가장 최근 사례로는 지광국사탑이 있다.
일제강점기 때 무단 해체돼 경성, 일본 오사카로 반출됐다가 돌아온 뒤에도 경회루 동쪽 등에 옮겨지고 6.25전쟁 때는 폭격으로 1만2천개 조각으로 분리되는 등 시련을 겪은 지광국사탑은 복원을 거쳐 113년 만인 지난해 고향 원주 법천사지에 안착했다.
강진원 제천시 학예연구사는 "이번 발굴조사는 원랑사지의 역사 및 문화적 가치를 조명해 현재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보물 원랑선사탑비를 고향으로 이전하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vodcas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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