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APEC] 李대통령의 '동북아 구상'…현실 인정 속 대화·협력 추구
北엔 거듭 유화 손짓하되 북미대화 우선 '페이스메이커론' 고수

"韓中, 아직 회복되지 않았지만…작은 장애 넘어 더 큰 이익으로"

日과도 '투트랙 접근' 유지…"다카이치, 만나보니 훌륭한 정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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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APEC 정상회의 기자회견 (경주=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일 경북 경주 국제미디어센터에서 APEC 정상회의 기자회견 중 질문하는 기자를 바라보고 있다. 2025.11.1 xyz@yna.co.kr

(기사발신지 =연합뉴스) 특별취재단 = 이재명 대통령이 1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마무리하며 '동북아 구상'의 일단(一端)을 드러냈다.

불가피한 긴장과 균열, 앙금이 남아있다는 현실은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서도 경계를 맞대고 살아가는 이웃들인 만큼 대화와 협력의 길을 찾아내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APEC 정상회의 폐막 후 가진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북한·중국·일본과의 관계에 대한 각각의 구상을 설명했다.

우선 대북정책과 관련해서는 "북측이 조금이라도 안심하고 남측을 믿게 만들기 위한 선제적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며 "북측이 여러 계기에 적대적 표현을 사용하는 것도 변화의 과정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하나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과거보다 표현의 강도가 매우 많이 완화된 것 같다"고 진단했다.

또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의 체제 보장을 가장 필요로 하는 만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피스메이커'로서 대화를 이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북한이 한국의 대화 제안에 불응하고 북미 대화를 우선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하며 북미 대화를 통해 남북관계도 개선을 모색하겠다는 '페이스메이커론'을 다시금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한중관계에 대해서도 "실질적으로는 관계가 완전히 정상화돼 있거나 회복돼 있다고 보기 어려운 상태"라고 긴장관계가 남은 상황을 솔직히 인정했다.

그러면서 "지리적으로 아주 가깝고 경제적으로 깊이 의지하는 관계이므로 작은 장애들이 있더라도 이를 넘어 더 큰 이익과 더 큰 변화를 향해 나아가려 한다"며 "단순한 (관계) 회복을 넘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협력의 길을 다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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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APEC 정상과 함께 (경주=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이 대통령,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뒷줄 왼쪽부터 알렉세이 오베르추크 러시아 국제부총리, 로런스 웡 싱가포르 총리, 아누틴 찬위라꾼 태국 총리, 르엉 끄엉 베트남 국가주석,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 테레사 메라 페루 통상관광부 장관. 2025.11.1 xyz@yna.co.kr

이 대통령은 미중 갈등의 예를 들며 "경쟁하고 갈등하고 적대적으로 보이지만, 이면에서는 협력하고 거래하고 지원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잠재된 갈등의 요소와는 별개로 경제적 측면의 협력이나 민간 교류를 통해 상호 이익이 되는 길을 찾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한반도가 안정돼야 동북아도 안정되고 그것이 중국의 이익에 부합할 것"이라고도 언급했다.

자신의 'END(교류·관계정상화·비핵화) 구상'에 협조해달라는 당부를 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관점은 이 대통령이 대일 관계와 관련해 취하는 '투트랙 접근법'과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도 "한일관계는 잘 협력해서 지금보다 훨씬 나은 관계로 나아갈 수 있다"며 "있는 문제는 직시하고, 미래를 향해 함께 손을 잡고 서로 도움이 되는 관계로 충분히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경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에 대해서도 "개별 정치인일 때와 국가의 경영을 총책임질 때는 생각과 행동이 달라질 것"이라며 "저도 만나기 전에 혹시나 하는 걱정을 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직접 만나 뵙고 상당한 시간 대화해보니 똑같은 생각을 가진 훌륭한 정치인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평했다.

아울러 "다음은 제가 일본을 방문해야 하는데, 가능하면 (다카이치 총리의 고향인) 나라현으로 가자고 말씀드렸다"며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와 복원시킨 셔틀외교를 새 일본 내각과도 지속하며 협력 기조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sncwoo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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