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브라운대 총격 용의자 시신 발견…'동창' MIT 교수도 살해
포르투갈 출신으로 20여년 전 브라운대 박사과정 자퇴
미 정부, 사건 계기로 '영주권 추첨' 다양성 비자프로그램 중단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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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대 총격사건 발생 건물 (프로비던스 <미국 로드아일랜드주> 선크로니클 AP=연합뉴스) 2025년 12월 17일 미국 로드아일랜드주 프로비던스 소재 브라운대의 배러스앤드홀리 공학관 건물 앞을 한 사람이 지나가고 있다. (Lily Speredelozzi/The Sun Chronicle via AP, MANDATORY CREDIT) [선크로니클 기자 촬영 사진을 AP가 배포. 크레딧 원문 표시 유지 필수] 2025.12.19.
(기사발신지=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미국을 최근 떠들썩하게 했던 명문 브라운대 집단 총격 사건과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피살 사건의 용의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
현지 수사당국 관계자들은 두 사건의 용의자가 클라우디우 네베스 발렌트(48)로 밝혀졌으며, 그가 빌렸던 뉴햄프셔주 소재 보관시설 내에서 18일 저녁(현지시간) 네베스의 시신이 발견됐다고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시신의 상태로 보아 발렌트는 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이며 숨진 후 시일이 상당히 지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수사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포르투갈 국적인 발렌트는 숨진 누누 루레이루(47) MIT 교수 겸 플라즈마과학·핵융합센터 소장과 1995∼2000년에 포르투갈 리스본 고등이공대 물리학과에서 함께 공부한 대학 학부 동창생이었다.
발렌트는 유학생용 F1 비자를 받아 2000년 가을부터 2001년 봄까지 브라운대에 물리학과 박사과정 대학원생으로 등록했다가 휴학원을 낸 후 복학하지 않았고, 2003년에 자퇴 처리됐다.
그는 'DV1'이라는 영주권 추첨 프로그램으로 2017년 9월에 미국 영주권을 받았고, 알려진 마지막 주거지는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였다.
'다양성 비자 프로그램'으로 불리는 DV1 프로그램은 미국에 합법으로 이주하는 이민이 적은 나라 출신자들을 대상으로 연간 최대 5만명을 추첨으로 선발해 영주권을 준다.
DV1 프로그램과 관련해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DHS) 장관은 18일 밤 소셜미디어 게시물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이 제도를 중단키로 했다며 "이 극악무도한 사람은 애당초 우리나라에 입국이 허용돼서는 안 됐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 전부터 DV1 프로그램을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다만 일방적 DV1 프로그램 폐지 조치는 법적 쟁송을 유발할 공산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브라운대 집단 총격 사건은 지난 13일 오후 로드아일랜드주 프로비던스 소재 브라운대 교내 '배러스앤드홀리' 건물의 한 교실에서 경제학원론 과목 조교가 학생들의 기말고사 대비 복습을 도와주고 있던 도중에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브라운대 학내 공화당 조직의 부회장인 엘라 쿡과 신경외과의사를 지망하던 우즈베키스탄 출신 무함마드 아지즈 아무르조코브 등 학생 2명이 숨지고 9명이 부상해 입원했다.
입원했던 부상자 중 3명은 퇴원했으며 6명은 안정된 상태다.
브라운대 총격 이틀 후인 15일 밤에는 핵융합 분야 권위자인 루레이루 교수가 매사추세츠주 브루클라인 소재 3층 아파트 건물에 있는 자택에서 총격을 당해 다음날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브루클라인은 프로비던스로부터 북쪽으로 약 80㎞ 떨어져 있다.
수사당국 설명에 따르면 발렌트는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빌린 렌터카를 로드아일랜드주에서 운전했으며, 브라운대 외곽에서 이 차가 머무른 증거가 파악됐다.
발렌트는 로드아일랜드주를 떠나 매사추세츠주로 이동한 후에 메인주 번호판을 렌터카에 가짜로 달아서 추적을 피하려고 시도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피터 네론하 로드아일랜드주 법무장관은 용의자의 신원이 밝혀졌으나 동기에 관해서는 "아직도 모르는 것이 많다"며 "왜 지금이었는지, 왜 브라운이었는지, 왜 이 학생들이었는지, 왜 이 교실이었는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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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격범 수색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사건은 범인이나 용의자의 얼굴이 확실히 드러난 감시카메라 화면이 없는 등 단서 부족으로 수사당국이 용의자 특정과 행방 추적에 어려움을 겪어왔으며, 브라운대 당국도 감시카메라를 제대로 설치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집단총격이 발생한 건물은 대학 캠퍼스가 인접한 주택가와 맞닿아 있는 곳에 있으며, 총격범은 주택가 바로 맞은편에 있는 건물 출입구로 들어왔다가 범행 후 똑같은 출입구로 빠져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사건 발생 장소인 배러스앤드홀리 건물은 물리학과 수업이 열리던 곳이어서, 발렌트가 지형지물에 익숙했을 공산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학 관계자들은 브라운대 캠퍼스에 1천200개의 감시 카메라가 달려 있으나, 250여개 건물 안팎 전체를 커버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해명했다.
앞서 수사당국은 브라운대 집단총격 발생 당일인 13일에 다른 남성 용의자 1명을 구금했다가 사건과 무관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석방한 바 있다.
총기 폭력 아카이브(GVA)에 따르면 올해 들어 미국에서 발생한 '집단 총격 사건'(총상 피해자 4명 이상) 건수가 300건을 넘어섰다.
또 올해 미국에서 최소 75건의 학교 총격 사건이 발생해 최소 31명이 숨지고 100여명이 부상한 것으로 집계됐다.
solat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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