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지산의 품에 안긴 작은 도량, 용암사에서 다시 듣는 수행의 숨결
장지산의 품에 안긴 작은 도량, 용암사에서 다시 듣는 수행의 숨결
장지산의 품에 안긴 작은 도량, 용암사 순례기
파주 광탄면 장지산 초입에서 78번 국도를 따라 북쪽으로 오르면 길 오른편, 낮은 산자락 아래로 단정한 일주문이 시야에 들어온다. 다른 사찰처럼 깊은 숲길을 오래 걸어 도착하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도로에서 몇 걸음만 옮겨도 공기 속 질감이 확연히 달라진다. 일주문을 통과하는 순간 도시의 소음은 희미해지고, 사찰의 고요가 가볍게 발을 감싼다. 작은 절집이라 하여 그 품이 얕은 것은 아니다. 장지산이 만들어 놓은 자연의 곡선 속으로 절집은 밀착하듯 자리하고, 그 아래 아담한 공간 안에 수행의 장이 놓여 있다.
장지산의 품에 안긴 작은 도량, 용암사에서 다시 듣는 수행의 숨결
장지산의 품에 안긴 작은 도량, 용암사에서 다시 듣는 수행의 숨결
국도에서 곧바로 들어서는 산사, 일주문 너머의 또 다른 정경
용암사의 첫 인상은 ‘가까움’이다. 일주문 바로 뒤로 대웅보전의 지붕선이 깊게 드리우고, 종각과 요사채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가람의 배치는 크지도 화려하지도 않지만, 지붕과 돌계단, 처마 끝의 풍경이 바람을 타고 흔들리는 모습이 오래된 사찰의 품격을 잃지 않는다. 사찰 뒤편으로 펼쳐진 장지산 너른 숲은 작은 사찰 경내에 깊은 산사의 기운을 덧입힌다. 이곳이 단지 도로 가까운 절이 아니라, 오랜 세월 수행자가 기도해 온 터전임을 조용히 알려준다.
장지산의 품에 안긴 작은 도량, 용암사에서 다시 듣는 수행의 숨결
장지산의 품에 안긴 작은 도량, 용암사에서 다시 듣는 수행의 숨결
소박한 가람 아래 켜진 기도의 불빛
용암사의 역사는 다른 전통사찰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록이 많지 않다. 고려 시대 창건 전승과 쌍미륵 조성 설화가 전해지지만, 조선 시대의 사적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본격적인 재정비는 1930년대, 지역 유력 신도들의 발원으로 이루어진 중창이었다. 이후 여러 시기마다 중수와 전각 보수가 이어졌고, 화재로 소실된 건물이 다시 세워지면서 현재의 가람 형태가 형성되었다. 규모는 아담하지만, 절집 곳곳에 담긴 ‘다시 세우고 다시 기도한’ 시간의 흔적은 소박한 전각들보다 오래된 울림을 준다.
범종각의 종, 오층석탑, 전각마다 걸린 기도등에는 화려함 대신 간절한 마음을 담은 발원들이 켜켜이 쌓여 있다. 수도권에서 접근이 쉬운 덕분인지, 조용히 소망을 올리러 들르는 이들이 눈에 띄며, 절집의 수수한 분위기와 잘 어우러진다.
장지산의 품에 안긴 작은 도량, 용암사에서 다시 듣는 수행의 숨결
장지산의 품에 안긴 작은 도량, 용암사에서 다시 듣는 수행의 숨결
미륵전과 삼성각, 삶의 간절한 소망을 품다
대웅보전 오른편으로 난 오르막을 따라가면 용암사의 독특한 전각, ‘미륵전·삼성각’이 한 지붕 아래 나란히 자리한다. 한 건물이 두 신앙 공간을 나누어 담고 있는 모습은 수행과 기도가 이 절에서 어떻게 이어져 왔는지를 보여준다.
미륵전에는 장지산의 수호신앙과 미래불 신앙이 만난 발원 공간이 마련되어 있고, 삼성각에는 조왕·산신·칠성에게 올리는 민간적 기원이 오랜 시간 들어차 있다. 절집의 크기와 달리 이 두 전각이 품고 있는 삶의 무게는 깊고 넓다. 해마다 들려오는 가족의 건강 기도, 새 생명을 위한 발원, 어려움을 넘어설 힘을 구하는 기원들이 바람과 함께 고요히 머물러 있다.
장지산의 품에 안긴 작은 도량, 용암사에서 다시 듣는 수행의 숨결
장지산의 품에 안긴 작은 도량, 용암사에서 다시 듣는 수행의 숨결
바로 옆에는 1950년대 이승만 대통령 내외가 참배한 뒤 세웠다는 동자상과 칠층석탑이 서 있다. 정치적 사건과 시대의 굴곡을 담은 유물이라 할 수 있지만, 지금의 순례객에게는 그 자체보다 ‘그 시대에도 이곳을 찾았던 누군가의 간절함’이 더 크게 다가온다.
절집을 감싸는 장지산 솔바람, 오늘 순례자가 머무는 자리
용암사 순례의 마지막은 다시 산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장지산의 능선이다. 바람에 흔들리는 솔잎의 소리, 범종각 풍경이 울리는 청아한 금속음, 대웅보전 처마 아래 드리워진 빛. 그 모든 감각이 작은 사찰의 조용한 숨결을 만들어낸다.
장지산의 품에 안긴 작은 도량, 용암사에서 다시 듣는 수행의 숨결
장지산의 품에 안긴 작은 도량, 용암사에서 다시 듣는 수행의 숨결
멀리서 보면 소박하기만 한 절집이지만, 더 가까이 다가가면 이곳을 지켜온 수행과 중창, 신앙과 발원의 긴 역사가 마음에 잔잔하게 내려앉는다. 장지산의 품 속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며, 각자의 삶에서 놓쳤던 마음의 무게를 가만히 들여다볼 수 있는 곳—용암사는 그런 자리로 순례객을 맞이한다.
도시에서 한 시간 남짓 떨어진 곳에, 일상의 소음이 닿지 않는 조용한 사찰 하나. 작은 절집 아래 큰 불상이 서 있는 장지산의 이 도량은, 순례객에게 ‘쉼’과 ‘기억’을 동시에 건네주는 특별한 공간으로 오늘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금까지 파주 장지산 용암사 순례를 함께 하신 모든 분들!!! 성불하세요~~
박정숙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