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총무원장, 법원 난입 시위대에 "강한 법적 조치 필요"
"참담한 심정…양심보다 욕심 과해지면 과격한 행동 표출"
제주항공 참사에 "희생자 영령 극락왕생 기원"
(기사발신지=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반발한 시위대가 서울서부지법에 난입한 데 대해 "어떠한 경우도 그런 폭력적인 방법은 용납되어선 안 된다"고 21일 말했다.
진우스님은 이날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나도 그 광경을 봤지만, 굉장히 참담한 심정"이라며 이같이 언급했다.
그는 "인간이 일차적으로 가져야 할 것이 양심이라고 생각한다. 자기의 주의 주장을 펼지라도 본인이 가진 양심에 의해서 그것을 표현해야 한다"며 "양심보다 욕심이 과해지면 양심을 접고 과격한 언행이나 행동으로 표출될 수가 있다"고 지적했다.
진우스님은 "이러한 폭력적인 일들이 반복되면 불안 심리에 의해서 서로가 폭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씨앗이 된다"며 "강한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표명했다.
아울러 목회자를 겸하는 일부 정치인이 갈등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에 대해 "어떤 연설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들어보지는 못했지만 만약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위법적인 것이 마치 합법적인 것처럼 선동하면 당연히 법적인 제재를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모든 곳에는 원인이 있다. 원인을 잘 찾아서 그런 것들이 일어나지 않을 수 있도록 바로 세우는 일도 필요하다"며 "불교계는 국민의 불안을 어루만지고 폭력적인 생각을 가진 분들이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려주는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진우스님은 한국은 민주주의 위기와 경제적 어려움에, 지구촌은 전쟁과 기후위기 등에 직면하고 있어 "온 세상이 불타는 집과 같다는 삼계화택(三界火宅)"이라고 현 상황을 진단하고서 "미래세대를 위해서라도 지금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계층, 세대, 지역, 종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적 갈등과 대립, 분열, 차별, 양극화, 혐오 등의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며 "화쟁과 화합으로 갈등을 조율하고 화합의 길을 함께 열어가자"고 강조했다.
지난달 29일 무안국제공항에서 179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에 관해서는 "희생자 영령들의 극락왕생을 간절히 기원한다"고 밝혔다.
진우스님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사회적 자비를 실천하는 자원봉사자 육성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다"며 기금을 조성해 활동을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연례행사인 불교박람회나 부처님오신날(5월 5일) 즈음에 열릴 연등행렬 등 불교문화 행사에서는 젊은이들과 공감하는 '힙한 불교' 흐름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서울 성북구 안암동에 중앙선명상센터 건립을 추진해 선명상을 보급하고 사찰이 국민 여가와 정신 건강 증진에 이바지하도록 템플스테이를 비롯한 프로그램을 지속해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진우스님은 코가 지면의 바위에 닿을 듯 말 듯 한 상태로 엎어진 채 발견돼 '5㎝의 기적'으로 불리는 경주 남산 마애불상을 바로 세우는 구상에 관해서는 "상반기에 국가유산청과 경주시의 입불 모의실험이 완료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계종은 부처의 가르침을 전하는 전법(傳法) 활동과 관련된 기구인 교육원과 포교원을 총무원 직할로 통합하는 등 약 30년 만의 조직개편을 4월부터 시행한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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