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괘불도의 대표"…부여 무량사 대형 불화, 국보 됐다
14m 화폭에 화려한 색감…괘불도 국보 지정, 1997년 이후 28년만
대방광불화엄경소·삼봉선생집·동국이상국전집 일부는 보물로
X
'부여 무량사 미륵불 괘불도' 부분 [국가유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김예나 기자 = 14m에 달하는 화폭에 부처의 모습을 담아 대형 괘불(掛佛)의 시작을 알린 충남 부여 무량사 괘불이 국보가 됐다.
국가유산청은 조선 후기 괘불도인 '부여 무량사 미륵불 괘불도'를 국보로 지정했다고 24일 밝혔다.
괘불 혹은 괘불도는 사찰에서 야외 의식을 거행할 때 거는 대형 불화다.
길이 10m가 넘는 경우도 있는데, 압도적인 규모로 다양한 도상을 표현한 점은 다른 나라 불화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점으로 평가받는다.
X
'부여 무량사 미륵불 괘불도' [국가유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17세기부터 20세기까지 꾸준히 제작됐으며 현재 '칠장사 오불회 괘불'을 비롯한 국보 7점과 보물 55점 등 전국적으로 120여 건이 전한다.
무량사 괘불도는 아름답게 장식한 모습의 부처가 특징이다.
길이가 약 14m에 이르는 삼베 바탕에 화려한 보관을 쓴 부처가 서 있는 모습을 균형감 있게 표현했다. 도톰한 입술, 속눈썹, 콧수염까지 세밀하게 묘사해 눈길을 끈다.
국가유산청은 "화려한 보관을 쓰고 신체를 아름답게 꾸민 부처를 뜻하는 장엄신(莊嚴身) 괘불의 시작점을 연 작품으로 미술사적으로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X
일제강점기 때 촬영한 무량사 괘불도 유리건판 자료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림 아랫부분에 남긴 기록인 화기(畵記)에 따르면 이 괘불도는 법경·혜윤·인학·희상스님 등이 제작에 참여했으며 1627년에 그린 것으로 파악된다.
괘불이 국보로 지정되는 건 1997년 이후 약 28년 만이다.
무량사 괘불도는 기존에 국보로 지정된 다른 괘불도보다 제작 연대가 앞서고 충청 지역에서 유행한 미륵대불 신앙이 반영돼 있다는 점에서 연구 가치가 크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괘불도 확산과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한 작품"이라며 "규모, 장엄성, 시기성, 상징성, 예술성 측면에서 우리나라 괘불도의 대표 격"이라고 평가했다.
X
'대방광불화엄경소 권118' [국가유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국가유산청은 이날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전적 3건은 보물로 지정했다.
이번에 보물이 된 '대방광불화엄경소 권118'은 당나라 승려 징관(738∼839)이 지은 '화엄경수소연의초'에 대해 송의 승려 정원(1011∼1088)이 해설을 단 불경 중 하나다.
대방광불화엄경소는 대각국사 의천(1055∼1101)이 고려로 귀국할 때 정원이 선물로 줬으며, 이를 새긴 경판 2천900여 장이 1087년 고려로 전해졌다고 한다.
국가유산청은 "우리나라에서는 이 경판을 중심으로 책을 찍었으나, 일본이 여러 차례 경판을 요청하면서 1424년 다른 경판과 함께 일본에 하사했다"고 설명했다.
X
'삼봉선생집 권7' [국가유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동일한 판본 중에서는 국내에 남은 유일한 자료로 알려져 있다.
고려 말 조선 초기 학자이자 문신 삼봉(三峰) 정도전(1342∼1398)의 글을 모은 삼봉선생집 가운데 권7에 해당하는 자료도 보물로 지정됐다.
고려 중기 학자 이규보(1168∼1241)의 글을 모은 문집인 '동국이상국전집'(東國李相國全集)의 권18∼22, 31∼41 등 일부도 보물로서 가치를 인정받았다.
X
'동국이상국전집 권18∼22, 31~41' [국가유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yes@yna.co.kr
(기사발신지=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