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락연설서 '통합' 14번 외친 이재명…중도 공략 본격화 관측
'반명연대' 맞서 '헌정수호연대' 구축…이념·진영 넘은 실용주의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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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하는 이재명 후보 (광주=연합뉴스) 김혜인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경선 후보가 26일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호남권 합동연설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5.4.26 [공동취재] in@yna.co.kr
(기사발신지=연합뉴스) 설승은 곽민서 기자 = 27일 최종 선출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수락 연설에서 '통합'을 전면에 내세웠다.
'반(反)이재명'을 표방한 보수 진영의 반명연대에 맞서 국민 통합이라는 포용적 타이틀을 내건 것이다. 이는 내란 극복과 헌정 수호라는 가치에 공감하는 모든 세력을 아우르는 '헌정수호연대'를 구축해 승리를 거머쥐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대표 정책 브랜드인 '먹사니즘', '잘사니즘'을 바탕으로 경제 성장론을 제시하면서 중도층 표심을 확보하겠다는 뜻도 이날 후보 수락 메시지에 담겨 있다.
이 후보는 이날 연설에서 "모든 국민의 후보"를 자처하며 "대통령의 제1과제인 국민통합 책임을 확실하게 완수하겠다"고 말했다.
23년 전 같은 날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불신과 분열의 시대를 끝내고 개혁의 시대, 통합의 시대로 가자"라고 한 것을 인용하며 "오늘도 새로운 시대의 서막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6천여 자 분량의 연설에서 이 후보가 '통합'을 언급한 횟수만 14차례로, 위기(9회), 내란(8회) 등보다도 많았다.
이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 맞붙은 김경수, 김동연 후보를 향해서도 "김동연의 비전이 이재명의 비전이고, 김경수의 꿈이 이재명의 꿈"이라며 "더욱 단단한 민주당이 되어 원팀으로 승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부는 물론 범진보 진영의 단일대오를 강조하면서 정권교체를 위한 통합과 연대를 이번 대선 캠페인을 관통할 주요 화두로 삼으려는 모습이다.
특히 이번 6·3 대선이 당내 경쟁이 치열했던 지난 대선과 달리, 정당과 진영을 막론하고 '반명(반이재명)'이라는 깃발 아래 모인 '반명 연대' 세력과의 경쟁에서 어느 쪽이 민심을 더 얻느냐가 최대 과제가 될 것으로 민주당은 예상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내란 극복과 헌정 수호라는 가치를 최우선에 둔 '헌정수호연대' 세력을 더욱 단단히 구축해야 한다는 게 이 후보의 판단이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2월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헌정수호연대'를 구성하고 '헌정파괴세력'에 맞서 함께 싸우겠다"고 밝힌 바 있다.
나아가 이 후보는 경제·성장에 방점을 둔 외연 확장 행보로 중도층의 표심을 흡수하며 남은 대선 기간 대세론을 공고히 지켜나가겠다는 전략도 세워 놨다.
이 후보가 이날 연설에서 '먹사니즘', '잘사니즘'으로 대표되는 실용주의 경제 기조를 재차 강조한 점도 이와 맥이 닿는다.
이 후보는 "더는 이념과 사상 진영에 얽매여 분열과 갈등을 반복할 시간이 없다"며 인공지능(AI) 시대에 걸맞은 기술 역량을 키우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2기가 불러온 약육강식의 무한대결 세계질서, AI 중심의 초과학기술 신문명시대 앞에서 우리 안의 이념이나 감정은 사소하고도 구차한 일"이라며 "어떤 사상과 이념도 국민 삶과 국가의 운명 앞에선 무의미하다"고 주장했다.
적폐 일소와 기본소득 실현, 부동산 대개혁 등에 방점을 뒀던 2021년 대선 후보 수락 연설과 달리, 경제 성장론을 앞세워 중도 공략과 외연 확장에 상당한 공을 들인 모습이다.
이는 향후 대선 국면에서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뿐 아니라 중도층 표심까지 아우르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ms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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