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후보교체 작업" 지도부 "알량한 자리지키기"…초유의 충돌(종합2보)
金 "내주 단일화" 11일 이전 단일화 거부…지도부 "불가능한 주장, 한심하다"

권영세 "승리 위해 필요시 결단" 후보교체 가능성 시사…金, 전대소집에 법적대응

당 '후보선호도 조사' 강행, 金 "일방적 조사 엄중문책"…金·韓 2차 회동도 결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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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후보, 국민의힘 당사 대선 후보 사무실 입장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당사 대선 후보 사무실을 둘러보고 있다. 2025.5.8 ondol@yna.co.kr

(기사발신지=연합뉴스) 홍지인 김치연 박형빈 기자 =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와 당 지도부가 8일 무소속 한덕수 대선 예비 후보와의 단일화 문제를 놓고 정면으로 충돌했다.

김 후보가 지도부의 단일화 압박을 비판하며 중앙선거관리위 후보 등록 마감일(11일) 이후인 다음 주중 단일화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히자, 당 지도부는 강력히 반발하며 후보 교체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대선을 불과 26일 남긴 시점에서 거대 정당의 대선 후보와 지도부가 상호 비방을 넘어 법적 분쟁까지 벌이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전개되고 있다.

김 후보는 이날 오전 여의도 대선 캠프에서 연 긴급 기자회견에서 당 지도부를 향해 "이 시간 이후 강제 후보 단일화라는 미명으로 정당한 대통령 후보인 저 김문수를 끌어내리려는 작업에서 손 떼라"며 "지금 진행되는 강제 단일화는 강제적 후보 교체"라고 비판했다.

그는 한 후보와의 회동 후 기자들에게 "규정을 완전히 무시하고 제가 얘기하는 걸 단 하나도 안 받아들이는 게 지금 국민의힘 지도부"라며 "5월 3일에 (대선 후보로) 뽑혔는데 첫마디가 '단일화하기 전에 선대위를 발족시킬 수 없다'는 건데 말이 되나. 경선 과정에도 계속 어떤 다른 작업이 있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후보는 그러면서 오는 14일 방송 토론, 15∼16일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를 제안했다. 당 지도부가 후보 등록일 전 단일화를 목표로 제시한 일정표를 거부한 것이다. 그는 이날 예정된 한 후보와의 토론회에도 불참을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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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하는 권영세-권성동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8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2025.5.8 pdj6635@yna.co.kr

선관위 대선 후보 등록 마감 전에 반드시 단일화를 마쳐야 한다는 당 지도부는 강력히 반발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이틀 안에 반드시 단일화를 성사시켜 반전의 드라마를 만들어야 한다"며 "대통령 후보의 잘못된 결정이 있을 때 이거는 반드시 고쳐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 비대위원장은 이어 기자간담회를 열어 "12일 이후 단일화는 사실상 불가능한 주장"이라며 "대선 승리를 위해서 뭘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깊이 고민하고 필요하면 결단도 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가 '11일까지 단일화'에 끝내 응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미리 잡아놓은 전국위원회와 전당대회 등 절차를 거쳐 '후보 교체'도 강행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셈이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김 후보에 대해 "당원들의 명령을 무시한 채 알량한 대통령 후보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회견하는 모습"이라며 "정말 한심한 모습"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김·한 후보의 선호도를 묻는 당원 투표 및 국민 여론조사를 개시했다. 김 후보의 반대에도 예고한 대로 단일화를 위한 사전 절차에 착수하며 압박 수위를 한층 높인 것이다.

이에 대해 김 후보는 "당의 공식 후보임에도 불구하고 설문 문항에 대한 문의도, 상의도 없고 일방적으로 진행해서 발표하는 걸 내가 믿어야 되느냐"라며 "전부다 앞으로 엄중하게 문책하겠다"고 말했다.

양측의 갈등은 법적 분쟁으로도 비화하고 있다.

김 후보는 이날 "자기들(지도부)이 전당대회를 소집해서 후보를 교체하려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당 지도부의 전국위·전대 소집에 맞서 대통령 후보 지위 확인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신청했다.

당 지도부가 후보 교체의 근거로 삼고 있는 '상당한 사유가 있을 때는 대선 후보자 선관위 심의와 최고위(비상대책위원회) 의결로 대선 후보 선출에 관한 사항을 정한다'는 당헌 제72조에 대해서도 "법적으로 상당한 문제가 있다. 강력한 법적 조치에 들어갈 것"(김문수 캠프 김행 시민사회총괄단장)이라며 정면 대응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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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동 마치고 인사하는 김문수-한덕수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와 무소속 한덕수 대선 예비후보가 8일 서울 국회 사랑재에 위치한 커피숍에서 회동을 마친 후 인사하고 있다. 2025.5.8 [공동취재] pdj6635@yna.co.kr

거대 정당의 대선 후보와 당 지도부가 이처럼 반목하면서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은 유례를 찾기 어려운 초유의 사태다.

지난 2022년 20대 대선을 앞두고 당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갈등을 빚기는 했으나 지금처럼 전면전 양상은 아니었고, 더구나 당 지도부와 무소속 후보가 호흡을 맞춰 당 대선 후보와 대치하는 형국은 더욱 생경한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김 후보와 한 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전날에 이어 2차 회동을 가졌으나 단일화 시기에 대한 서로의 입장차를 다시금 확인하는 그쳤을 뿐 이틀 연속 빈손으로 돌아섰다.

한 후보는 "김 후보가 (단일화를) 일주일 연기하자'고 한 것이 결국은 하기 싫다는 말씀과 같이 느껴진다"며 국민의힘 지도부 입장에 발맞춰 후보 등록 마감 전에 단일화를 완료하자고 거듭 촉구했다.

그러나 김 후보는 "한 후보께서 출마를 결심했다면 당연히 국민의힘에 입당하는 게 합당하다고 생각하는데, 왜 안 들어오고 밖에 계시냐"라며 "이거는 단일화도 아니고 자리 내놓으라는 것"이라며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gee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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