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으로 치닫는 빅텐트 첫단추…金·韓 단일화 두고 적전분열(종합)
김문수 "내주 단일화" 제안…권영세 "만약 韓이 되면 '기호 2번' 없어져"

'이미 시너지 상실' 비판도…"단일화돼도 감동 떨어져" "스몰텐트도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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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한덕수 대선 단일화 위한 회동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와 무소속 한덕수 대선 예비후보가 7일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후보 단일화 관련 회동을 하고 있다. 2025.5.7 hkmpooh@yna.co.kr

김승욱 최평천 안채원 김치연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에 대항할 카드로 거론됐던 보수 진영의 빅텐트 구축이 파국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애초 빅텐트 구축의 첫 단추로 꼽히던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와 무소속 한덕수 대선 예비후보의 단일화를 두고 당 지도부, 김 후보, 한 후보가 충돌하면서 파열음이 터져 나오는 것이다.

단일화의 세 축인 당 지도부와 김 후보, 그리고 한 후보가 충돌하는 지점은 '시간'이다. 오는 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후보 등록이 마감되면 각 후보의 소속 정당과 기호가 확정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8일부터 9일까지의 여론조사를 거쳐 11일 이전 단일화하는 '로드맵'을 고수하고 있다.

김 후보가 애초 경선 과정에서 '조속한 단일화'를 약속했다는 점을 내세우는데, 이면에는 김 후보가 필승 카드로는 부족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번 주가 지나 한 후보로 단일화되더라도 그는 무소속이며, '기호 2번'도 쓸 수 없기 때문이다.

권영세 비대위원장 12일 이후 단일화에 대해 "만일 김 후보로 단일화가 된다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무소속 후보로 단일화가 될 경우에 국민의힘 기호 2번은 이번 대선에서 없어지게 된다"며 "우리 당은 대통령 후보 없이 선거를 치르게 되는 것이다. 무소속 후보로 단일화될 경우 우리가 선거 운동 비용을 쓸 수도 없고, 쓴다고 하더라도 보전받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조속한 단일화를 위해 "필요하면 결단도 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권 위원장은 결단이 무엇인지 밝히지 않았지만, 김 후보가 당의 로드맵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전당대회를 통한 '후보 교체'에 나설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당의 단일화 로드맵을 거부하면서 "시너지와 검증을 위해 일주일간 각 후보는 선거 운동을 하고 다음 주 수요일에 방송 토론, 목요일과 금요일(16일)에 여론조사를 해서 단일화하자"고 제안했다.

6월 3일로부터 18∼20일 이상 전이면 단일화를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고, 국민과 당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절차에 따라 단일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김 후보가 내세우는 주장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단일화 협상에서 자신의 주도권이 강화되고,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셈법으로도 보인다. 한 후보가 "11일 이전까지 단일화가 되지 않을 경우 본 후보 등록을 하지 않겠다"는 발언대로 후보 등록을 포기하더라도 자신은 단일화의 끈을 놓지 않았다는 명분을 확보해두려는 포석일 수도 있다.

공식 대선후보라는 점을 이용해 단일화 시점을 늦추면서 당 지도부와 한 후보를 압박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 후보는 전날 김 후보와의 회담 직전 '후보 등록 포기' 카드로 배수의 진을 친 데 이어, 이날 김 후보를 향해 11일까지인 당의 단일화 로드맵에 응하라며 적극적인 공세를 폈다.

한 후보는 이날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가와 국민을 생각한다면 그동안 김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가 되면 즉각 한덕수 후보와 단일화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약속한 것처럼, 그 약속을 지키라고 얘기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주 안에 단일화를 통해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을 경우 무소속 상태로 대선을 뛰어야 하는데, 당의 인적·물적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태에서 자력으로 레이스를 완주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현실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단일화 시점을 두고 평행선을 달리는 김 후보와 한 후보가 이날 오후 국회 사랑재에서 단일화 논의를 위한 2차 담판을 시작하면서 협상 결과가 주목된다.

이처럼 보수 진영의 빅텐트 구축이 각자의 엇갈린 이해관계 속에 내홍을 거듭하면서 김 후보와 한 후보의 '아름다운 단일화'는커녕, '적전분열'로 귀결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보수 성향의 두 후보 단일화만으로도 증폭된 갈등이 국민들에게 피로감을 안겨준 상황에서,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나 새미래민주당 이낙연 상임고문까지 아우르는 빅텐트는 시도조차 하지 못할 가능성도 점점 커지고 있다.

또 당내 경선뿐 아니라 단일화 과정에서 각 주자 사이에 '앙금'이 남으면서 단일 후보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보다는 각 지지층의 표가 분산되는 역효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국민의힘 목요상 상임고문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지금 김·한 후보가 극적으로 합의해도 문제가 완전히 풀리는 게 아니고, 분란을 일으키면 단일화가 된다고 해도 국민들에게 주는 감동이 별로 없지 않겠나"라며 "김 후보가 혼자 후보로 등록하더라도 국민에게 제대로 지지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지금은 '스몰텐트'도 안 되게 생겼다"며 "한 후보는 권력 쟁취 의욕이 없고, 김 후보는 당권이라는 대안이 있으니 단일화에 대한 절박성이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p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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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발신지=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