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나 박세은 "'파리오페라 에투알 갈라', 제 커리어 정체성"
7월 30일∼8월 1일 갈라 공연…"10명 에투알 모이는 건 기적"
"무용은 일이 아닌 삶…다른 발레단 에투알 모이는 무대 만들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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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오페라발레단 에투알(수석무용수) 박세은 발레리나 [연합뉴스 자료사진]
(기사발신지=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에투알 갈라'는 제가 단순히 출연하는 걸 넘어, 무대 전체를 기획하고 표현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무대로서 제 커리어의 정체성입니다."
아시아 최초의 파리오페라발레단 에투알(수석무용수) 박세은이 오는 29일부터 8월 1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세계 최고의 발레단으로 꼽히는 파리오페라발레단의 간판스타들을 이끌고 갈라 공연을 한다. 2022년, 지난해에 이어 세 번째 갈라 공연이다.
박세은이 17일 연합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꾸준하게 내한 공연을 선보이는 원동력을 묻자 "무대 위에서 다양한 작품을 통해 새로운 감정과 해석을 나누고 싶다"며 이렇게 답했다.
박세은이 선보일 '파리 오페라 발레 에투알 갈라 2025'는 파리오페라발레단의 공식 레퍼토리를 비롯해 저명한 안무가들과 협업한 작품 중 일부를 무대에 올리는 공연이다. 박세은이 직접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캐스팅을 총괄했다.
그는 "기획자로서 한국 관객에게 '지금 아니면 볼 수 없는 무대'를 계속해서 만들어가고 싶다"며 "무용수 각자의 개성과 파리오페라의 정서, 그리고 완성도 높은 레퍼토리를 통해 관객과 무용수 모두에게 깊은 기억으로 남기고자 계속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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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오페라 발레 에투알 갈라 2024' 기자간담회서 동료 에투알과 기념 촬영하는 박세은 [예술의전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박세은은 이번에 중편 레퍼토리를 선보이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더 깊은 감정과 이야기를 관객에게 전달하기 위한 목적이다.
그는 "'인더 나이트', '잠자는 숲속의 미녀 하이라이트'처럼 단막극처럼 구성된 무대가 관객들에게 더 진한 인상을 남긴다고 믿는다"면서 "무용수들도 단순히 기교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말하고 싶은 이야기를 몸으로 풀어낼 수 있어 몰입하게 된다"고 중편 레퍼토리의 장점을 꼽았다.
박세은은 고(故) 제롬 로빈스가 안무한 '인더 나이트'의 경우 제롬 로빈스 재단이 더 이상 갈라에서의 공연을 허락하지 않아 이번이 갈라로 접하는 마지막이 될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박세은은 '인더 나이트'와 '잠자는 숲속의 미녀 하이라이트' 등의 무대에 오른다.
그는 "이 작품들은 제 감정과 서사를 무대에서 온전히 풀어내는 중요한 매개체라고 생각한다"며 "관객 여러분께서는 제 세밀한 감정 표현, 호흡과 시선의 흐름을 따라가 주시면 좋겠다. 음악과 춤이 하나 되어 전달하는 '숨 쉬는 듯한 서사'를 깊이 느껴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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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리나 박세은 [예술의전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공연에는 프랑스 대표 발레리노 마티외 가니오와 같은 세계 정상급 무용수들이 함께한다. 기욤 디오프, 아망딘 알비송 등 10명의 에투알이 무대에 오르는데, 이는 그간 파리오페라발레단의 내한 갈라 공연 중 역대 최대 규모다.
박세은은 "10명의 에투알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기적 같은 일"이라며 "동료들은 한국 관객의 집중력과 호응에 큰 기대를 걸고 있고 '각자 스타일이 잘 드러나는 무대가 될 것 같다'며 자발적으로 참여했다"고 열기를 들려줬다.
그는 "관객 여러분께서는 파리오페라의 감성과 깊이, 각 무용수가 가진 진심 어린 이야기를 하나의 무대에서 느끼는 세계적으로도 갈라에서는 흔치 않은 기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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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오페라발레 수석무용수 박세은 [롯데문화재단 제공. 촬영 Agathe Poupeney.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박세은은 2011년 준단원으로 파리오페라발레단에 입단한 뒤 2021년 에투알로 승급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활동하는 동안 결혼, 출산 등 개인적인 삶의 변화도 겪었다.
그는 "에투알 승급은 책임감과 자유를 함께 준 전환점이었다"며 "출산 후에는 긴장보다 여유, 에너지보다 감정의 깊이로 무대에 오르게 됐다. 육아로 단시간 집중하는 습관이 생기며 연습의 밀도도 높아졌다"고 돌아봤다.
박세은은 발레의 매력에 계속해 무대에 오르게 된다고 했다.
"음악과 동작, 감정이 모두 하나로 이어지는 순간이 있어요. 몸이 생각보다 먼저 반응하고 무대 위 시간이 멈춘 듯한 기분이 드는 그런 순간, 관객의 숨소리조차 멀게 느껴지는 그 순간이 찾아올 때, '아, 그래서 춤을 추는 거구나' 하고 다시 한번 느끼게 됩니다."
그는 "무용이 제게는 '일'이 아니라 '삶'이라 그런 것 같다"며 "체력적으로는 쉽지 않지만, 직접 기획한 무대에서 동료들이 빛나고 관객이 감동하고 제작자도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어떤 피로도 다 보상받는 느낌"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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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2022 에투알 갈라' 무대를 앞둔 발레리나 박세은과 발레리노 폴 마르크가 25일 오후 서울 광진구 세종대 용덕관에서 작품 '로미오와 줄리엣'을 시연하고 있다. 2022.7.25 mjkang@yna.co.kr
박세은은 다가올 2025-2026시즌에는 '지젤'을 선보인다. 내년 여름에는 또 다른 갈라 공연을 할 계획이다.
그는 "내년 여름 '우리 시대의 에투알'이라는 갈라 기획을 준비 중"이라며 "전 세계 주요 발레단의 에투알이 함께하는 무대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encounter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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