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이춘석 제명 '초강수'…'탈당 꼬리 자르기' 비판 차단 포석
최고 수위 징계로 대응…정청래 "유사한 일 발생 시 엄단"
후임 법사위원장에 속전속결 추미애 내정…'검찰개혁 불똥' 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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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위원회에서 발언하는 정청래 대표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차명 주식 거래 의혹으로 탈당한 이춘석 전 국회 법사위원장에 대한 제명 결정을 발표하고 있다. 2025.8.6 hkmpooh@yna.co.kr
( 기사발신지=연합뉴스) 이슬기 곽민서 오규진 기자 = 더불어민주당은 6일 보좌관 명의로 주식을 차명거래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자진 탈당한 이춘석 의원을 제명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탈당 하루 만에 최고 수위 징계라는 초강수를 둔 것으로 성난 주식 투자자의 여론 악화를 막는 동시에 이 의원 문제를 서둘러 매듭짓고 민생·개혁 과제에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정청래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국민 여러분들께 정말 송구스럽고 몸 둘 바를 모르겠다"며 이 의원에 대해 제명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이 의원을 제명한 근거는 당규 제18·19조에 있다.
징계를 회피하기 위해 징계 혐의자가 탈당할 경우, 제명에 해당하는 징계 처분을 내릴 수 있고, 탈당한 자에 대해서도 당이 징계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 등을 조사할 수 있다.
이 의원 탈당만으로는 사태 종결에 이를 수 없다는 당의 판단이 제명 결정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의 탈당은 '꼬리 자르기'로, 정치적 책임을 회피하려는 인상을 준다는 비판이 야권은 물론 당내에서 제기되자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날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 의원의 탈당 같은 꼬리 자르기로 덮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당내에서도 이 의원에 대한 엄정한 대처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권칠승 의원은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본인은 차명거래가 아니라고 했지만, 국민 눈높이에서는 부족한 점이 있다"며 "탈당했다고 해서 면죄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수사 등 사실관계를 파헤치는 과정이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욱 의원도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벌어졌고 너무나 부끄러운 도덕적 결함이 있는 일"이라며 "이 의원의 탈당이 '꼬리 끊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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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하는 이춘석 의원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차명 주식거래 의혹을 받는 더불어민주당 이춘석 의원이 5일 국회 본회의에서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 관련 필리버스터 종결 동의를 표결하는 투표를 하고 있다. 2025.8.5 pdj6635@yna.co.kr
'꼬리 자르기' 비판 차단에 더해 자본시장 관련 세제 정책에 민감한 여론을 의식했다는 관측도 있다.
이재명 정부가 '코스피 5000' 달성을 목표로 내세운 상황에서 주식 차명거래와 같이 휘발성이 강한 이슈는 여론 악화에 기름을 부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강화 방안을 담은 세제 개편안 발표 이후 주식 투자자들의 불만이 고조된 상황에서 여당 의원의 차명 거래 의혹은 돌발 악재로 작용하기에 충분하다는 우려가 당 안팎에서 나왔다.
이재명 대통령도 주식 시장 내 불공정 거래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취해왔던 터라 이 의원에게 제기된 의혹만으로도 민주당 입장에선 큰 부담이 됐다.
당장 이 대통령은 휴가 중에도 이 의원의 의혹을 엄중히 인식한다며 엄정한 수사를 주문하는 메시지를 냈다.
정 대표도 "'대한민국 주식시장에서 장난치다가는 패가망신한다는 걸 확실하게 보여주겠다'고 선언한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의 기조대로 앞으로 유사한 일이 발생하면 엄단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이 의원 의혹을 둘러싼 일련의 사태가 제명으로 일단락되기를 기대하며 민생·개혁 작업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이 의원이 내려놓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자리에 곧바로 6선의 추미애 의원을 내정한 것도 이번 의혹을 서둘러 진화하고 개혁 동력을 이어가려는 당 지도부의 의중을 보여준 상징적 단면이라는 평가다.
이 의원 주식 차명거래 의혹으로 인해 국정 초반 검찰개혁 등 각종 입법에 불똥이 튀는 것을 신속히 차단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관측이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 "새 법사위원장은 추미애 의원"이라며 "강력한 의지, 검증된 능력을 믿는다. 검찰개혁, 함께 완성하겠다"고 적었다.
wi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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