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불 기자
연일 이어지는 폭염과 폭우, 그리고 다시 폭염. 숨 막히는 날씨가 그야말로 사람과 자연 모두의 체력을 시험하고 있다. 휴가철은 어느덧 막바지에 이르렀지만,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할 시점이다. 여름이 그렇듯, 시장도 계절을 닮는다. 지나친 속도는 곧 피로를 부르고, 피로는 판단력을 흐린다.
최근 미국 국채 10년물 신규 발행 옥션은 기대에 못 미쳤다. 응찰률은 발행 물량 420억 달러의 2.35배로, 직전 2.61배보다 낮아졌다. 투자자들이 속도를 조절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뉴욕증시는 6일(현지시간) 나란히 상승했다. 다우지수는 0.18% 상승, S&P500은 0.73% 상승, 나스닥은 1.21% 올랐다. 특히 애플이 미국 내 생산 확대를 위해 1,000억 달러 추가 투자에 나선다는 소식에 주가는 5% 넘게 급등했고, 다른 대형 기술주들도 일제히 오름세를 보였다.
시장의 온도는 단일한 색으로 물들지 않는다.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는 연방준비제도(Fed) 인사들의 발언이 투자심리를 지지한 반면, 국채 시장의 미묘한 경계감은 여전히 남아 있다. 속도를 내는 쪽과 속도를 줄이는 쪽이 맞물려, 전체 그림을 형성한다.
이 대목에서 『장자』의 구절이 떠오른다.
“백구과극(白駒過隙) — 흰 망아지가 조그만 틈새를 스쳐 지나간다.”
인생과 시장의 흐름은 그렇게 빠르게 지나가며, 어느 순간의 과열과 냉각도 결국 지나간다. 중요한 것은 그 찰나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호흡과 속도를 지키는 일이다.
폭염 속 여름의 끝자락, 그리고 방향을 가늠하기 어려운 시장 한가운데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속도가 아니라 더 깊은 호흡일 것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속도 조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