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문수 후보의 ‘건국절’ 발언과 종교 중심 역사관, 공적 책임을 망각한 위험한 퇴행 사진: diana-mialik-2uUImOwjUBU-unsplash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최근 공개 석상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과 기독교의 역할을 강조하며, 대한민국 건국의 정통성을 1948년 8월 15일로 규정하고, 이를 ‘건국절’로 기념해야 한다는 주장을 재차 폈다. 이는 단순한 개인적 신념 표명의 차원을 넘어, 대선 후보로서의 공적 책임을 간과한 위험한 역사관의 정치화로 우려된다.

김 후보는 대한민국이 공산화되지 않고 자유국가로 남은 이유를 전적으로 이승만과 기독교의 영향으로 귀결시키며, 기독교 중심의 민족사 해석을 강하게 드러냈다. 그러나 이는 다원적 독립운동 역사와 헌법에 명시된 3·1운동을 통한 대한민국 건립 정신을 축소·왜곡할 수 있는 편향된 역사 인식이다. 1948년을 건국 기점으로 보는 뉴라이트 계열의 ‘건국절’ 주장은 이미 수차례 헌법 가치와 충돌하며 사회적 논란을 야기해 왔다.

더욱이 대선 후보가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선거 전략과 정책 비전의 핵심 축으로 삼는 것은 유권자 전체를 포괄해야 할 공직자의 책무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하나님께서 대통령 후보로 세우셨다”는 김 후보의 발언은 신앙적 확신일 수 있으나, 그것이 정책의 정당성을 결정하는 논거가 되어서는 안 된다. 종교와 정치는 명확히 분리되어야 하며, 특정 종교의 역할을 국가의 정통성과 동일시하는 것은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

김 후보는 이승만과 박정희의 동상을 세종대왕, 이순신과 나란히 세우자고도 주장했지만, 그에 앞서 한국 현대사를 구성하는 다양한 목소리와 희생을 기억하고 조명하는 것이 정치인의 균형감각이다. 특정 인물에 대한 일방적 찬양은 역사적 평가의 영역을 침범하고, 과거에 대한 객관적 성찰을 방해할 뿐이다.

이번 발언은 단순한 개인 견해가 아니라 대통령직을 지향하는 후보의 공적 발언이라는 점에서 그 무게가 다르다. 김문수 후보는 극단적 역사관과 종교 중심의 이념 정치를 앞세우는 대신, 대한민국 헌법에 담긴 민주주의와 정교분리 원칙, 국민 통합의 가치에 충실해야 한다.

대선이 중반을 넘어서고 있는 지금, 김 후보의 행보는 정치의 본질인 국민 통합과 공공성보다는 특정 세력의 결집에 치우쳐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시대가 요구하는 지도자의 조건은 신념의 과잉이 아니라 균형 감각과 역사적 책임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