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난동배후' 수사에 전광훈 "교회는 '가스라이팅'하는 곳"
경찰 '심리적 지배' 의심에 "교회 아느냐"…공개수사 후 첫 주일예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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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제일교회 압수수색, 발언하는 전광훈 목사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경찰이 올해 1월 발생한 서울서부지법 폭력 난동 사태에 연관됐다는 의혹을 받는 전광훈 목사와 사랑제일교회에 대해 압수수색에 나선 5일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 나온 전광훈 목사가 발언하고 있다. 2025.8.5 jjaeck9@yna.co.kr [연합뉴스 자료사진]
(기사발신지=연합뉴스) 이율립 기자 = 일요일인 10일 오전.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의 배후로 지목된 전광훈 목사의 사랑제일교회에는 수많은 신자가 몰렸다. 2층 규모 본당과 신당, 로비가 가득 찼고, 앉을 자리를 찾지 못한 신도도 눈에 띄었다.
오전 11시부터 이곳에선 경찰이 지난 5일 전 목사와 교회를 압수수색한 뒤 처음으로 주일 예배가 열렸다. 대다수가 중년의 신도였고, '광화문 집회'에서 익숙한 얼굴들도 보였다.
예배 주제는 '성경의 원리를 알자'였지만, 참석자들은 수사에 대한 성토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전 목사에 앞서 연단에 오른 한 목사는 "저들이 아무리 교회를 탄압하고 거짓 뉴스로 우리를 조롱해도…주님의 고난에 기쁨으로 동참하겠다"고 외쳤고, 신도들은 "아멘"이라고 화답했다.
특유의 팔을 걷어붙인 푸른 양복 차림으로 등장한 전 목사는 경찰이 압수수색영장에 적시한 "신앙심을 이용한 가스라이팅"을 여러 차례 언급하며 반박 입장을 보였다. 그는 "교회는 가스라이팅 하기 위해 오는 것"이라며 "정신 나간 소리", "(경찰이) 교회와 기독교와 성경에 대해 무엇을 아느냐" 등의 공세적 발언을 내놓았다.
신앙심을 강조하며 교리나 의견을 설파하는 식으로 이뤄지는 종교활동의 본질적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수사라는 식의 주장을 경찰이 사용한 '가스라이팅'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되갚는 식으로 비판하는 취지로 읽힌다.
경찰은 전 목사가 교인을 상대로 우월한 입장에서 심리적 지배 상황까지 나아간 게 아닌지, 그 과정에서 교회 자금을 임의로 쓴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또 교회의 울타리를 넘어 실정법에 어긋나는 불법행위에 관여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전 목사는 영장 내용을 보도한 언론을 향해서도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신도들은 "아멘"이라며 호응했다.
전 목사가 "나는 감방 한 번 더 가도 좋다"고 말하자 한 신도가 "안 돼요. 목사님 없으면 우리가 힘을 못 써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경찰은 서부지법 난동에 가담했다가 1심에서 실형을 받은 이 교회 특임전도사 출신 이모·윤모씨가 신앙심과 금전 지원을 고리로 전 목사의 심리적 지배를 받고 있던 것으로 보고 전 목사에게 특수공무집행방해 교사 등의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경찰은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조만간 주요 관련자를 소환할 방침이다.
2yulri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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