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계, 광복 80주년 맞아 한반도 평화·분단 극복 염원
정순택 대주교 "해방 기쁨 만끽 전에 분단의 아픔…평화 첫걸음 희망"

한일 성공회 "화해·통일 기원"…일본 성공회 "식민지 지배의 죄 회개"

조계종·천도교·개신교 단체들도 남북 화해·분단 상처 치유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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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80주년 서울시 경축식 사전공연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서울시가 연 '광복 80주년 경축식'에서 국악합창단 k-판이 공연을 하고 있다.

(기사발신지=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광복 80주년을 맞은 15일 종교계는 빼앗긴 나라를 되찾은 것을 축하하고 분단된 남북의 화해와 한반도의 평화를 기원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이날 정순택 대주교가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집전한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에서 광복절의 의미를 새기고 분단 80년을 맞이하는 한반도의 평화를 염원했다.

정 대주교는 "바로 오늘, 광복절은 그러한 민족적 광야를 떠올리게 하는 날"이라면서 "해방의 기쁨을 온전히 만끽하기도 전에 분단의 아픔이 밀려오기 시작한 이날은, 우리에게 그저 과거를 기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희망을 준비하라는 부르심이기도 하다"고 강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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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택 대주교 [자료사진, 천주교 서울대교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정부가 최근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한 것 등을 언급하며 "모든 변화는 언제나 작은 결단과 용기에서 시작된다. 오늘의 이 작아 보이는 변화가, 상처 입은 우리 민족의 광야를 지나 평화의 약속을 향한 첫걸음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성모 승천 대축일은 가톨릭교회가 성모 마리아의 영혼과 육신이 하늘로 올라간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광복절과 같은 8월 15일로 지정돼 있기 때문에 한국 천주교회는 일제 강점에서 벗어나 국권을 회복한 의미를 미사에서 함께 되새기고 있다.

대한성공회와 일본성공회, 한일 양국 성공회 주교회는 '2025년 8·15 한일성공회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공동선언에서 일본성공회는 "과거 한반도에 가한 식민지 지배의 죄를 깊이 회개하며, 한반도의 형제자매들에게 씌운 상처와 아픔, 그리고 그로 인해 일어난 남북분단을 잊지 않으며, 주님의 용서하심 안에서 진정한 화해를 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양국 성공회는 "분단된 한반도가 하느님의 은혜로 화해하고 통일되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이 과정에서 한일성공회가 평화의 동반자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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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성공회 선교협력 40주년 기념대회(2024년 10월, 제주) [대한성공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천도교중앙총부는 '광복 80주년 기념 천도교 성명서'에서 "일제의 강점으로부터 벗어난 1945년 8월 15일 광복은 민족 자주와 세계 평화를 향한 하늘과 국민의 뜻이 이룬 결실"이었다고 돌아봤다.

이 단체는 "민족 자주의 광복은 평화적 남북통일로 이어져야 한다"며 "정부와 시민사회는 남북 교류 확대와 평화체제 구축에 더욱 책임 있게 나서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대한불교조계종은 전날 서울 강남구 봉은사에서 '8·15 광복 80주년 기념 남북의 평화와 화합을 위한 기원법회'를 열어 남북 간 특사 교환을 포함한 고위급 회담 재개와 적극적인 민간 교류를 통해서 한반도의 평화를 촉진하자고 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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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 광복 80주년 기념 남북의 평화와 화합을 위한 기원법회 [대한불교조계종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10일 세계교회협의회(WCC)와 함께 올린 '남북의 화해와 한반도의 평화를 염원하는 예배'에서 남과 북이 80년간 이어진 분단의 상처를 극복하고 대화와 화해의 행보를 시작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은 13일 '한국기독교 140주년, 대한민국 광복 80주년 한국교회 기념예배'에서 "선열들의 희생을 기억하며,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지키는 한국교회가 되겠다"며 "한반도의 분단을 치유하고, 항구적 평화와 회복을 위해 계속 기도하겠다"고 다짐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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