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정부 100일] ② 특검·개혁입법 '거침없는' 巨與…협치 실마리 찾을까
여대야소 힘입은 '개혁 속도전'…섬세한 후속조치로 부작용 최소화해야

"모두의 대통령" 여야대결 넘어 정치복원 모색…與와 관계, 또 다른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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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수하는 여야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여야 지도부 오찬 회동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 2025.9.8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xyz@yna.co.kr

(기사발신지=연합뉴스) 설승은 기자 = 극단적인 여대야소 구도 속에 탄생한 이재명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100일 동안 개혁에 거침없이 가속페달을 밟았다.

과반 의석을 차지한 '거여(巨與)'의 지원사격과 대선 패배 후유증을 좀처럼 떨쳐내지 못한 야권의 내부 사정이 맞물리며 이재명 대통령으로서는 유례없는 속도전을 벌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이재명 정부의 이 같은 속도전 이면에 잠복한 불안 요소도 적지 않은 만큼 이를 섬세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예기치 못한 변수로 개혁의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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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특검팀, 삼부토건 압수수색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삼부토건에 대해 압수수색에 나선 3일 서울 종로구 삼부토건이 입주한 건물 앞에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다.

민 특검 임명 뒤 처음 벌이는 강제수사이며 삼부토건 주가조작에 김 여사가 개입됐다는 의혹을 파헤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2025.7.3 nowwego@yna.co.kr

이재명 정부의 첫 100일은 전임 정부의 계엄과 각종 비리 의혹에 대한 특검 수사, 검찰개혁 등 이른바 '권력기관 제자리 찾기' 작업으로 숨 가쁘게 돌아갔다

특히 절대다수 의석의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튿날 1호 법률안으로 3대(내란·김건희·순직해병) 특검법을 처리하며 개혁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후 민주당과 정부는 특검법안의 국무회의 의결과 공포, 특검 후보 추천, 이 대통령의 특검 임명을 통해 특검이 본격 가동되기까지 모든 과정을 이 대통령 취임 8일 만에 속전속결로 밀어붙였다.

한편에서 특검 수사가 돌아가는 동시에 여권은 대선 당시부터 최우선 과제로 천명해왔던 검찰 개혁에도 가속 페달을 밟았다.

정부 출범 후 수사와 기소 분리를 통한 '검찰청 폐지'를 골자로 하는 정부 조직개편 방안 논의를 이어오다 지난 7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최종안을 확정했다.

검찰청 폐지 후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신설, 기획재정부의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의 개편, 방송통신위원회 폐지 후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신설 등 대대적인 정부 조직 개편 방안을 담은 법안은 오는 25일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기업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과, 집중투표제 도입 의무화 등 '더 센 상법'으로 불리는 2차 상법 개정안, 공영방송 지배구조 변화를 가져올 '방송 3법',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대상을 확대하는 '노란봉투법' 등의 이른바 '개혁 입법'도 잇따라 관철됐다.

이 같은 이재명 정부의 개혁 속도전은 현재 166석인 거대 여당의 든든한 화력이 뒷받침하고 있다. 조국혁신당(4석), 진보당(4석), 기본소득당(1석), 사회민주당(1석) 등 '우군'까지 더하면 범여권 의석수는 180석 가까이 이른다.

여기에 지난달 2일에는 민주당 대표로 '전광석화 폭풍 개혁'을 기치로 내건 정청래 대표가 선출되면서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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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여야 지도부 회동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여야 지도부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2025.9.8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xyz@yna.co.kr

다만 이러한 개혁의 성과가 안착해 국민의 삶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하려면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만만치 않다.

우선 시스템의 급격한 변화에 따른 충격파를 최소화하려면 적지 않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례로 검찰개혁의 경우 일단 수사·기소 분리에 따른 기관 신설·폐지라는 큰 얼개가 결정된 만큼 국무총리실 산하에 설치한 범정부 검찰개혁추진단을 통해 이후 구체적인 시행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검찰 중심의 수사·기소 관행이 오랫동안 이어져 온 만큼 자칫 범죄예방 및 수사역량 약화를 불러온다면 개혁 행보 역시 빛이 바랠 우려가 있다.

개혁 과제를 둘러싸고 노출되고 있는 당정 간의 온도 차를 조정하는 것도 이재명 정부의 주요 과제다.

물론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당정대 원팀'을 외치고는 있지만 최근 들어 속도전을 강조하는 민주당과 신중론을 펴는 대통령실이 엇박자를 내는 듯한 모습이 잦아지고 있다.

'전략적 역할 분담'이라는 관측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런 구도가 반복될수록 당정 간 긴장도가 커지면서 여권 내에서 원심력이 강해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속도차로 인해 여야 간 협치 도출을 위한 방정식도 조금씩 복잡해지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야당에 손을 내미는 모양새이지만,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내란 정당'으로 규정하며 공세를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다.

이 대통령이 지난 8일 여야 대표와의 회동에서 "이제 저는 모두의 대통령이 돼야 한다"며 협치를 강조한 바로 이튿날 정 대표가 교섭단체 연설에서 '국민의힘 해산'을 언급한 점도 이 같은 시각차를 드러내는 대목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10일 "이 대통령으로서는 협치 분위기를 조성하고 주요 국정과제에 대한 초당적 협력을 끌어내는 것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정치 복원의 실마리를 찾으려면 야당뿐 아니라 여당과의 관계 설정에도 공을 들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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