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정부 100일] ① '회복·성장' 앞세운 국민주권정부…진짜 시험대 이제부터
'국정 정상화' 앞세워 개혁·인사 속도전…내수회복·성장동력 확보 주력

관세협상·한미회담으로 '큰 산' 넘었지만…외교안보 리스크 관리 과제

당정 이견 노출 부담…여야 대치정국 풀고 '협치' 성과 낼지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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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공지능(AI) 전략위원회 출범식, 발언하는 이재명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에서 열린 국가인공지능(AI) 전략위원회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9.8 superdoo82@yna.co.kr

(기사발신지=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11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다.

12·3 비상계엄 및 대통령 탄핵의 여파 속에 치러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이 대통령은 숨 돌릴 틈도 없이 선거 이튿날인 6월 4일 임기를 곧바로 시작했다.

여권 관계자는 10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 대통령으로서는 인수위도 없는 열악한 상황에서 초유의 국가 비상 국면을 수습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라며 "자연스레 초반 국정 운영은 '국가 시스템 정상화'에 맞춰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회복과 성장'을 핵심 기조로 내건 이 대통령은 무너진 민생·경제를 일으켜 세우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판단, 대통령 1호 행정명령으로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를 가동했다.

비상계엄으로 위축된 내수 시장을 정상화하고 미래 성장동력 창출의 기반을 닦기 위해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역할 해야 한다는 게 이 대통령의 생각이다.

특히 지난 7월에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하면서 '과감한 확장재정'이라는 새 정부의 정책 기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기도 했다.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도 병행했다.

이른바 '3대 특검'을 가동해 전 정부에서 벌어진 비상계엄 사태 등에 대한 고강도 수사에 나섰고, 다른 한편으로는 여당과의 협의를 거쳐 검찰청을 해체하고 기획재정부를 분리하는 내용의 정부조직 개편안을 내놓는 등 구조적 개혁에도 박차를 가했다.

인사에 있어서도 분명한 메시지를 줬다.

5·16 이후 64년 만에 민간인 국방부 장관인 안규백 장관에게 군 개혁을 맡겼고, 사상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인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을 발탁하는 등 관례에 얽매이지 않는 '실용주의 정부'로서의 면모를 부각했다.

그러나 인선 과정에서 오광수 민정수석이 사퇴하고 강선우 전 여성가족부·이진숙 전 교육부 장관 후보가 낙마하는 등 검증 시스템에 대한 의문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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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빛의 임명장'과 함께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국민임명식 '광복 80년, 국민주권으로 미래를 세우다' 행사에서 국민대표가 전달한 '빛의 임명장'과 함께 자리하고 있다. 2025.8.15 hihong@yna.co.kr

외교로 눈을 돌려보면 가장 뚫고 나가기 어려운 관문으로 꼽혔던 한미 관세협상과 첫 한미정상회담에서 일단 '선방'했다는 평가를 끌어냈다.

한미 양국은 상호관세율 25% 발효 예정일(8월1일)을 코 앞에 둔 지난 7월 30일(미국 현지시간) 상호관세율을 15%로 적용하되 한국이 미국에 3천500억달러를 투자하는 데 합의했다.

물론 세부 협상은 아직 완료되지 않았으나 협의 결렬로 25%의 상호관세를 적용받는 사태를 우선 피했다는 점, 관심이 컸던 농축산물 분야 추가 개방을 일단 제외했다는 점 등에서 "최악은 면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달 25일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 역시 일각에서 우려했던 돌발 상황 없이 무난하게 소화하면서 큰 산을 넘었다.

이례적으로 미국에 앞서 일본에 들러 한일정상회담을 가지면서 한일 간 '셔틀 외교' 복원의 시작을 알리고 양국 관계 개선의 물꼬를 튼 점 역시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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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당정협의회 기념촬영 (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김민석 국무총리가 7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등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성호 법무부 장관,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김 총리,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 2025.9.7 uwg806@yna.co.kr

마치 폭풍과 같은 100일을 보낸 이 대통령이지만 진짜 시험대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우선 임기 초 개혁의 속도가 유달리 빨랐던 만큼 이에 따르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이 대통령이 검찰개혁과 관련해 "중요 쟁점에 대해 국민 앞에서 합리적으로 논쟁하고 토론하라"고 주문한 것도 '세심한 개혁'의 필요성에 무게를 실은 발언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여당의 이견이 노출되는 일이 잦아지면서 '엇박자' 지적이 계속해서 흘러나오는 것은 이 대통령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아울러 특검 수사와 입법 속도전에 대한 야당의 반발로 국회의 대치 전선이 가팔라지고 있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오찬 회동을 하며 민생협의체 구성 합의를 끌어내는 등 일단 소통의 첫발을 내디뎠지만, 실제 협치의 성과물로 이어지기까지는 적잖은 난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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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회담 (워싱턴=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25.8.26 xyz@yna.co.kr

외교안보 분야의 과제들도 간단치 않다.

한미정상회담으로 한 차례 고비를 돌파했다고는 해도 관세 관련 세부 협상이나 한미동맹 현대화를 명분으로 이뤄지는 안보 협상 등은 여전히 남아있다.

여기에 최근 벌어진 미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 한국인 구금 사태처럼 예기치 못한 변수가 언제든 튀어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한미동맹에 대한 섬세한 관리가 절실하게 요구되는 상황이다.

북중러 밀착 움직임 속에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체제 구축을 어떻게 진전시킬 수 있을지도 고민거리다.

이 대통령은 이번 한미회담에서 '페이스메이커'를 자처하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을 제안하는 등 북미대화의 동력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북한에서 이렇다 할 호응이 없다는 점에서 상황을 낙관하긴 어렵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포함, 하반기 외교무대에서 이 대통령이 어떤 성과를 거두느냐에 따라 한반도 정세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hys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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