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나라' 한국에 간 딸" 이태원참사 노르웨이 유족의 눈물
서울광장 4천명 모여 희생자 3주기 추모대회…"침묵하지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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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는 슬픔'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25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3주기 시민추모대회에서 외국인 희생자 유가족들이 슬픔에 잠겨있다. 2025.10.25 saba@yna.co.kr

(기사발신지=연합뉴스) 최윤선 기자 = "159명의 별들, 그들은 더 이상 우리 곁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남긴 물음은 여전히 우리 앞에 있습니다. 우리는 그 물음에 답해야 합니다."

이태원 참사로 아들 이재현 군을 떠나보낸 송해진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25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희생자 3주기 시민추모대회에서 슬픔을 삼키며 이같이 말했다.

시민추모대회는 이날 오후 6시 34분 '별들과 함께, 진실과 정의로'라는 제목으로 열렸다. 오후 6시 34분은 3년 전 참사 당일 최초로 112 신고가 접수된 시각이다.

다소 쌀쌀한 날씨에도 시민추모대회에는 4천여명의 시민이 모였다. 광장은 보라색 재킷을 입고 머플러를 걸친 유족과 시민들로 가득 찼다.

이태원 참사로 가족을 잃은 외국인 유족 46명도 자리를 함께했다.

이란, 러시아, 미국, 호주, 중국, 일본 등 14개국에서 한국을 찾은 이들은 참사 현장인 용산구 이태원 '기억과 안전의 길'을 찾아 헌화와 묵념을 한 뒤 추모대회가 열린 서울광장까지 시민들과 함께 행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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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겠습니다'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김민석 국무총리(오른쪽 네번째)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25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3주기 시민추모대회에서 추모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2025.10.25 saba@yna.co.kr

이태원 참사로 자식을 잃은 이란 출신 자흐라 레자에이 씨는 연단에 올라 슬픔을 삼키며 직접 쓴 추모 메시지를 낭독했다.

그는 "우리가 사랑과 정성으로 길러온 자식들이 이 법과 질서의 나라에서 법의 부재와 책임을 다하지 않은 이들의 잘못으로 희생됐다"며 "이 자리에 함께한 부모님들과 함께 진실이 밝혀지고 정의가 바로 설 때까지 결코 침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노르웨이에서 온 유족 수잔나 씨는 "딸은 항상 한국이 안전하고 멋진 나라라고 했다"며 "그래서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는지 아직 믿을 수도, 이해할 수도 없다"며 눈물을 흘렸다.

국적과 인종을 막론하고 가족을 잃은 고통을 공유하는 유족들은 서로를 껴안으며 슬픈 마음을 달랬다.

전날 입국한 외국인 유족들은 일주일간 한국에 머무르며 추모행사와 유가족 간담회, 정부 공식 추모식 등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날 추모대회는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행정안전부, 서울시가 공동 개최했다. 참사 이후 유가족과 정부가 공동으로 개최한 추모대회는 이번이 처음이다.

ys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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