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특검 마지막 한달 더…'구명로비' 수사로 돌파구 찾나
사실관계는 대부분 확인 마쳐…'부당한 목적' 확인이 관건

구속 임성근 금주 소환…김건희 측근 이종호와 관계 추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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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심사 마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채상병 순직 및 수사 외압·은폐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5.10.23 hihong@yna.co.kr

(기사발신지=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 채상병 순직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별검사팀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 수사외압 의혹 핵심 피의자 5명의 신병을 확보하는 데 실패하면서 윗선 수사가 난관에 부딪혔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구명로비 의혹 규명으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구명로비 의혹은 수사외압과 바로 연결되는 의혹으로 외압의 이유와도 맞닿아있다.

법원이 외압의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도 범죄 성립 여부엔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 만큼 특검팀은 외압의 부당한 목적성을 드러낼 구명로비 의혹에 수사력을 모으는 분위기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팀은 조만간 구속 상태인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임 전 사단장은 특검팀이 영장을 청구한 피의자 7명 가운데 법원이 유일하게 영장을 발부한 인물이다. 지난 24일 업무상 과실치사, 군형법상 명령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특검팀은 부대 지휘관으로서 안전 의무를 저버렸다는 임 전 사단장의 혐의를 보강하는 한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와의 관계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특검팀은 배우 박성웅 씨 등 다수의 참고인을 통해 2022년 7∼9월 임 전 사단장과 이 전 대표가 술자리에서 가졌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들이 채상병 순직 약 1년 전부터 친분을 가졌다고 의심되는 대목으로, 특검팀은 임 전 사단장이 채상병 순직 사건의 혐의자에서 제외되는 과정에 이 전 대표가 힘썼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2023년 8월 '멋쟁해병' 단체대화방 일원인 김규현 변호사와의 통화에서 자신이 임 전 사단장의 사퇴를 만류했다는 취지로 말한 녹취록이 공개돼 구명로비 의혹의 중심에 섰다. 녹취록에는 이 전 대표가 "내가 VIP에게 얘기하겠다. 원래 별 3개 달아주려고 했던 것"이라고 말한 내용이 담겼다.

실제로 이 전 대표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시기 김건희 여사의 계좌를 직접 관리해줄 만큼 최측근으로 통하는 인물이다.

이 전 대표는 최근 특검 조사에서 "(멋쟁해병 단체대화방 일원을 통해) 구명로비 부탁을 받은 것은 맞지만 김 여사의 휴대전화 번호를 몰라 연락하진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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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섭, 영장실질심사 출석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채상병 순직 및 수사 외압·은폐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23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위해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가고 있다. 2025.10.23 hama@yna.co.kr

특검팀은 그간 두차례 수사기간 연장을 통해 외압의 실체 규명에 집중해왔다. ▲ 경찰의 이첩 보류 및 무단 기록 회수 ▲ 박정훈 대령에 대한 항명 수사 ▲ 국방부 조사본부에 대한 혐의자 축소 압박 등 단계적인 수사 외압이 이뤄졌으며, 이 모든 것을 이 전 장관이 주도·지시했다는 게 특검팀 시각이다.

다만 법원은 법리적 측면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영장실질심사에서도 쟁점이 됐듯 '일련의 지시가 직무권한을 남용한 것에 해당하는지'가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직권남용 혐의는 '국정농단' 사건 수사 이전까지는 적용 사례도 많지 않았고, 구성요건이 추상적이라 법리적 다툼이 치열한 범죄로 꼽힌다. 이른바 적폐 수사에서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돼왔다는 반성적 고려 속에 현 정부도 직권남용죄 조항을 개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구명로비 의혹이 향후 특검팀의 수사 성패를 좌우할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의혹을 해소한다면 이 전 장관 등 핵심 피의자들이 사적 편익 등 부당한 목적을 갖고 직무 지시를 내렸다는 점을 입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민영 특검보는 지난 24일 "구명로비의 실체적 사실관계가 확인되면 직권남용의 주요한 범죄 동기로 볼 수 있는 사정"이라며 "남은 수사 기간 실체 확인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특검팀은 임 전 사단장과 이 전 대표가 언제부터 친목을 가져왔는지, 이 전 대표가 김 여사에게 구명을 부탁했는지, 부탁했다면 김 여사는 이를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전달했는지 등을 규명하는 데에 수사력을 집중시킬 것으로 관측된다.

개정 특검법상 형벌 감면 규정도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구속 기소를 앞둔 임 전 사단장과 피의자 전환을 앞둔 이 전 대표가 주요 적용 대상으로 꼽힌다.

개정 특검법은 죄를 범한 사람이 자수하거나 타인을 고발한 때, 수사와 재판 절차에서 다른 사람 범죄를 규명하는 주요 진술·증언을 하거나 자료를 제출한 경우 형을 감경·면제할 수 있다고 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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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섭-임성근 등, 순직해병특검 피의자 영장심사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신준희 기자 = 채상병 순직 및 수사 외압·은폐 의혹과 관련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는 주요 피의자들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렸다.

왼쪽부터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김동혁 전 국방부 검찰단장, 박진희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 2025.10.23 hihong@yna.co.kr hama@yna.co.kr

한편 특검팀은 지난 24일 3차 수사기간 연장 승인 요청서를 제출했다. 이번이 마지막 기간 연장으로, 대통령 승인을 받을 경우 특검팀의 수사기간은 내달 28일까지로 늘어난다.

winki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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