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이어진 구세군 심장수술 지원…아동 1천10명 새 삶 얻었다
캄보디아 소녀 국내 병원서 6시간 수술받고 회복 중…여러 기관 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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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세군 심장수술 지원 1천10번째 수혜자 쏙 리나(18·왼쪽 두 번째) 양 [구세군 한국군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기사발신지=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생후 6개월 된 딸이 선천성 심장병인데 수술비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어요."

1995년 5월 구세군 강동교회 이재습 사관은 한 교인으로부터 딸 이슬기 양의 안타까운 사정을 듣고서 흉부외과 전문의인 김병열 국립의료원 흉부외과 과장에게 도움을 청했다.

구세군의 지원 아래 김 과장이 집도한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이양은 새 삶을 살게 됐다. 이를 계기로 돈이 없어 치료받지 못하는 심장병 어린이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된 구세군은 본격적으로 지원 사업에 나섰다.

30년간 1천명이 넘는 아동의 인생을 바꾼 구세군의 심장병 수술 지원 사업은 이렇게 시작됐다.

26일 구세군 한국군국에 따르면 폐동맥 이상으로 위태로웠던 캄보디아인 쏙 리나(18) 양이 구세군으로 초청을 받아 23일 국내 한 의료시설에서 약 6시간에 걸친 수술을 받고 집중치료실에서 회복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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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받는 쏙 리나 양 [구세군 한국군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쏙양은 구세군이 1995년 시작한 아동 심장병 수술 지원 사업의 1천10번째 수혜자로 기록됐다.

심장병 수술 지원 사업을 시작한 첫해에만 34명이 새 생명을 얻었고 1997년 말까지 100명이 수술을 통해 건강을 되찾았다.

국내 기초생활수급자 및 저소득층 심장병 환자를 중심으로 사업을 펼치던 구세군은 1999년 중국 연길의 조선족 어린이 4명을 초청한 것을 시작으로 국경을 넘어 심장병 아동을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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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병 치료에 구세군 도움받은 중국인 [구세군 한국군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올해 10월까지 중국, 러시아, 몽골, 필리핀, 베트남, 캄보디아, 키르기스스탄 등 7개국 아동 531명과 국내 어린이 479명 등 1천10명이 구세군의 도움으로 심장병 수술을 받았다.

구세군의 심장병 수술 지원사업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수혜자의 처지를 고려해 치료비 전액을 대신 부담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구세군 관계자는 "대상자를 결정하기 위해 까다롭게 심사하는 대신 그 비용을 줄여 한 명이라도 더 치료하자"는 것이 기본 방침이라며 복잡한 서류 심사 대신 지역 기관장의 추천서와 필수 심사서류만으로 지원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수술받고 건강을 되찾은 이들의 사연은 다양하다.

2019년 구세군의 지원으로 수술받은 롱피에트라(캄보디아·당시 16세) 군은 자신이 도움을 받았던 것처럼 인술을 베풀고자 현재는 대학에서 간호학을 공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생후 2개월에 심장병 진단을 받았지만, 어려운 형편에 치료를 미뤄 숨 쉬는 것조차 힘들었던 챤다 쏘티에라 군은 두 살 때인 2017년 수술을 받은 후 잘 뛰어다닐 수 있을 정도로 건강을 회복했다고 구세군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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챤다 쏘티에라 군 [구세군 한국군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생명을 살리는 일에 여러 기관이 힘을 보탰다.

국립의료원, 부천세종병원, 안산동의성단원병원, 가천대길병원 등 국내 의료기관과 캄보디아 헤브론병원 심장센터, 키르기스스탄 국립병원 등 외국 기관이 함께 했다.

한국도로공사는 비용 마련을 위해 요금소에서 모금했고 최근에는 키오스크 방식으로 자금 마련에 협력하고 있다. 금융감독원과 KB국민은행은 매년 약 1억원 규모를 지원했다. KB측은 스타 선수들과 함께 환자 격려 방문 등을 실천하고 있다.

구세군은 최근에는 수술받은 아동과 국내 후원자를 일대일로 연결해 지속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구세군 관계자는 "내년에는 동남아지역 필리핀 캄보디아 내 더 많은 대상자를 발굴해 아이들이 건강한 심장으로 뛰놀고, 학교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며, 자신만의 꿈을 키워나갈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라며 "생명 존중 가치를 세계로 확산시키는 의미 있는 여정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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