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피 돌파] '불장'에도 하락 종목 더 많아…건설·콘텐츠株 '눈물'
콘텐츠 업종 하락률 1위…건설주는 두 번째로 낙폭 크고 운송주도 하락
전문가들 "당분간 반도체주 중심 상승 지속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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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투자자 손실 (PG) [강민지 제작] 일러스트
(기사발신지=연합뉴스) 이민영 기자 =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4,000선을 돌파했지만, '풍요 속 빈곤'을 느끼는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
대형 반도체주 중심의 랠리가 지속되면서 미처 반도체 '쇼핑'에 나서지 못한 투자자들은 한숨을 내쉬는 분위기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4일 종가 기준 국내 증시에서 지난 6월 20일 대비 음(-)의 수익률을 기록한 종목은 1천537개로, 같은 기간 양(+)의 수익률을 기록한 종목 수(1천104개)를 웃돌았다.
6월 20일은 코스피가 3년 6개월 만에 3천선을 돌파한 날이다. 코스피는 3,000선을 넘은 지 약 3개월 만인 지난달 10일 3,300선을 뚫으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이후에도 거침없이 사상 최고치를 새로 쓰며 마침내 이날 4,000선 고지를 넘었다.
이 4개월 사이 코스피 상승률은 30%에 달했지만, 하락 종목 수가 더 많은 실정이다.
일별로 봐도 지난 6월 20일 이후 이달 24일까지 총 85거래일 중 하락 종목이 상승 종목보다 많았던 날은 52거래일로, 상승 종목이 더 많았던 날(33거래일)보다 많았다.
특히 지난 17일 상승·하락 종목 수 격차가 컸다. 17일 당시 국내 증시에서 하락한 종목은 1천908개, 상승한 종목은 526개로 하락 종목 수가 상승 종목의 3.6배에 달했다.
메모리 업황 기대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000660] 등 시가총액이 큰 코스피 대형 반도체주 위주로 상승세가 쏠리면서, 그 외 종목으로는 온기가 번지지 못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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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건설현장 [촬영 이충원]
업종별로 보면 특히 인터넷·엔터테인먼트 등 콘텐츠 업종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카카오[035720], 에스엠[041510] 등으로 구성된 KRX K콘텐츠 지수는 코스피 3,000선 돌파 이후 4개월 사이 7% 내려 KRX(한국거래소) 업종 지수 중 가장 하락 폭이 컸다.
지난달 중국에서 열릴 예정이던 걸그룹 케플러의 팬 콘서트가 돌연 연기되면서 업계가 오랫동안 기다려온 중국 한한령 해제 기대감이 약화, 엔터주에 찬물을 끼얹었다.
건설주 낙폭도 두드러졌다.
KRX 건설지수는 같은 기간 6% 내려 콘텐츠지수 다음으로 하락률이 높았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주시하는 가운데 최근 건설 업황 부진과 잇따른 산업 재해 사고가 부각된 영향이다.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반도체 등을 중심으로 상승한 가운데 건설업은 부동산 정책 및 3분기 실적 추정치 하향 영향으로 주가가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GS건설[006360]과 현대건설[000720] 주가가 이 기간 각각 12.9%, 11.6% 급락했다.
이밖에 아시아나항공[020560](-8.2%), 진에어[272450](-20.2%) 등 항공주가 하락하면서 KRX운송지수(-1.7%)도 약세를 보였다.
증권가에서는 업황 회복과 정부 정책 기대가 맞물리면서 당분간 반도체주가 지속해 시장을 이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주가 급등에 따른 밸류에이션(평가가치) 부담에도, 공급 부족 장기화 조짐에 따른 업황 개선 모멘텀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파운드리와 D램 공정 경쟁력이 다시 회복되고 있는 삼성전자와 HBM(고대역폭메모리)과 서버 D램 수익성 호조 수혜가 예상되는 SK하이닉스를 반도체 최선호주로 꼽는다"고 밝혔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각 정권의 2년차는 주식시장의 성과가 가장 좋고 주도업종이 드러나는 시기인데, 정부는 내년 R&D(연구개발) 예산을 역대 최대로 늘렸고 그 중심엔 AI가 있다"며 "내년에도 반도체 업종이 코스피 상승을 견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도체를 제외한 타 업종의 실적 둔화가 예상되는 점도 우려 요인이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내년 코스피 영업이익은 올해보다 27.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나, 반도체 업종을 제외한 타 업종은 실적 모멘텀이 둔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mylux@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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