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 부산회담 우호적일 것…서로 東亞문제 원치않아"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자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교수 전망

"다극 체제 속 美의 강력한 경쟁국인 中 도전은 지속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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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기사발신지=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자인 존 미어샤이머 미국 시카고대 석좌교수는 30일 부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만나면 "매우 우호적인 회담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27일자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이달 말 한국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리는 미중정상회담 전망을 묻는 말에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그는 우선 "현재 미국은 중동과 우크라이나 전쟁에 깊이 관여하고 있어 동아시아에서 중국과 마찰을 빚는 걸 원하지 않고, 중국 역시 경제·정치적 문제로 미국과의 갈등을 더욱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두 정상이 만나면 서로 동아시아에서 문제를 원하지 않는다는 걸 확신시키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견해는 현재 미중 양국이 인공지능(AI) 기술 제한과 희토류 수출통제, 초고율 관세 맞불 조치, 미국산 대두 수입과 식용유 수입 중단, 조선업 및 선박 항만세, 중국산 합성마약 펜타닐 밀수출 통제 강화 등을 이슈로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지만, 서로 큰 충돌을 피하면서 결국 '적정 수준'의 합의를 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미어샤이머 교수는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미국 사업권 매각 관련해 "틱톡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대량학살 게시물을 많이 올리기 때문에 이스라엘이 미국에서 틱톡에 대한 우려를 조성하고 있다"면서 "미중 간에는 사소한 문제"라고 짚었다.

그는 그러면서도 "다극 체제화한 세계 3대 강대국 가운데 미국이 가장 강력하며 그중 약체인 러시아와 비교할 때 중국은 미국의 강력한 경쟁국"이라면서 "이미 유엔과 세계무역기구(WTO) 등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관심이 큰 중국의 도전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미국과 중국은 유력한 국제기구 등에서 경쟁할 것"이라며, 아울러 중국은 스스로 만든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확장하고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과 비서방 신흥경제국 연합체 브릭스(BRICS) 등의 지배력 확장에 주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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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미어샤이머 미국 시카고대 석좌교수 [홍콩 SCMP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미어샤이머 교수는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온건한 행위자로 비치길 원하기 때문에 '윈-윈'을 외치고 있으나 이런 미중 경쟁은 본질적으로 제로섬 게임"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미국이 서반구를 장악한 것처럼 중국은 동아시아를 장악할 목적으로 해군의 세력 투사 능력을 키우려 한다"면서 "그러나 미국은 이런 중국이 공해상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으며, 그 공간이 바로 대만과 남중국해이고 이는 미중 양국 경쟁의 근원"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대만이 두 강대국의 화약고"라면서 "전략적 이유로 대만의 독립성을 유지하는 데 전념하는 미국에 맞서 중국이 영토 회복을 명분으로 위기 지수를 높이고 있으나, 현시점에서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확률은 낮으며 시간이 지나 상황이 바뀌면 침공 확률은 높아질 것"이라고 짚었다.

또, "남중국해에 대해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지만, 미국은 국제적인 공해로 여기는 상황에서 미중 간에 무력 충돌 가능성은 크다"면서 "오판에 따라 자칫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미국에서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그가 정치적 분열을 이용해 당선되기는 했지만 주된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미국 내의 심각한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하위 계층의 분노가 양극화를 초래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조 바이든 행정부와는 달리 러시아와의 관계를 개선하려 하는 이유에 대해 "세력 균형 차원에서 러시아와 중국이 긴밀한 관계를 맺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라며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이 중국과 러시아의 긴밀한 동맹 구축에 일조한 걸 고려해 미국은 우크라이나전 종식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관련한 정책에서 실패했다면서 "스스로 천재라고 생각한 트럼프 대통령은 빠른 전쟁 종식을 요구하는 전문가 의견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고 짚었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오래되지 않아 종전할 걸로 보이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의 상당 부분을 합병하게 될 것"이라며 "결국 미국과 유럽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시도는 매우 어리석은 일이 됐다"고 지적했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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