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아픔 반복 않도록"…참사 3주기 밤을 지키는 추모 물결
이태원 세계음식거리에는 핼러윈 분위기 풍기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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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열린 '기억과 애도의 추모메시지 낭독회' [촬영 김채린 수습기자]
(기사발신지=연합뉴스) 김준태 기자 = 이태원 참사 3주기를 맞은 29일 해가 진 뒤로도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가 이어졌다.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는 이날 저녁 서울 용산구 이태원광장에서 '기억과 애도의 추모메시지 낭독회'를 열었다. 유가족과 생존자, 시민들이 추모 글을 낭독하는 자리다.
참사 당시 숨진 이상은 씨의 이모 강민하 씨는 "1주기 때나 작년, 올해 느끼는 슬픔과 상실감이 하나도 사그러들지 않는다는 사실에 많이 힘든 요즘"이라며 "그럼에도 나와 얘기할 수 있는 건 저희 곁에 와주고 손잡아주신 시민들 덕"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그날의 아픔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계속 행동하고 다시 길 위에 서겠다"며 "언젠가 상은이를 다시 만나 '이모 이제 웃어. 괜찮아'라는 말을 듣는 그날까지 희생자들을 기억하며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희생자 진세은 씨의 사촌언니인 싱어송라이터 예람 씨는 "여전히 10월 29일이 되면 시간이 흐르지 않고 있다고 느끼는 데, 제대로 진상규명이 되고 안전한 사회가 만들어져야 시간이 흐르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벼랑 끝에 와 있는 기분이 들더라도 마음을 모아서 나가자"고 힘줘 말했다.
참가자들은 주최 측이 나눠준 LED 촛불을 두 손에 쥐고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추운 날씨에도, 바람에도 촛불은 꺼지지 않고 자리를 지켰다.
낭독회가 끝난 뒤 참가자들은 참사 현장 인근인 이태원역 1번출구로 행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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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가 벌어진 해밀턴호텔 뒷골목을 29일 방문해 추모하는 시민들 [촬영 강류나 수습기자]
참사가 벌어진 해밀턴호텔 뒷골목 쪽에서도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인파 밀집에 대비해 용산구 직원들이 나와 상황을 살피기도 했다.
거리 가장자리로는 국화 꽃다발들이 가지런히 놓였고, 추모 전광판에는 '아들아 보고싶다, 그립다'는 등 내용의 포스트잇이 붙었다. 한 남성은 포스트잇들을 찬찬히 읽으며 눈물을 애써 참기도 했다.
군복을 입은 채로 묵념하던 남준우(21)씨는 "부대에서 외출 나왔다가 생각나 들렀다"며 "(희생자들) 편히 쉬시라고 포스트잇에 적어 벽에 붙였다"고 말했다.
한편 해밀턴호텔 뒤편 이태원 세계음식거리로도 적잖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일부 가게는 핼러윈 장식을 달았고, 거리에는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이나 스포츠 중계 음성이 흘러나왔다.
거리를 지나던 한 30대 남성은 "애도하는 것도 존중하지만, 장사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애도 분위기가) 너무 길어지면 안 좋지 않겠느냐"라고 조심스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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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이태원 세계음식거리를 찾은 인파 [촬영 강류나 수습기자]
readine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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