曺·秋로 시작해 만사현통·최민희로 끝난 국감…일각서 무용론
여야, '막말·고성' 난타전 속 李정부 첫 국감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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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퇴요구 받는 최민희 위원장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최민희 위원장이 최수진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들로부터 사퇴요구를 받고 있다. 2025.10.29 pdj6635@yna.co.kr

(기사발신지=연합뉴스) 김연정 곽민서 기자 = 지난 13일 시작된 이재명 정부 첫 국정감사가 3주의 여정 동안 여야 간 정쟁과 공방만 남긴 채 30일 사실상 마무리된다.

여야는 당초 국감에서 각각 윤석열 정부와 이재명 정부의 실정을 파헤치겠다는 의지를 다졌으나, 정책 질의는 실종되고 욕설, 막말, 고성만 오갔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과거와 달리 국회가 상시로 열리는 상황에서 국감을 현재와 같이 진행하는 게 맞느냐면서 국감 무용론도 재점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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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법사위 국감 진행 항의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곽규택, 나경원 의원 등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 진행과 관련해 추미애 법사위원장 자리로 찾아와 항의하고 있다. 2025.10.13

hihong@yna.co.kr

◇ 반말·욕설·조롱 이어진 '쇼츠 국감'…전쟁터 된 법사위·과방위

이번 국감의 최대 격전지였던 법제사법위원회는 13일 대법원을 상대로 진행한 국감 첫날부터 논란의 중심에 섰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인사말을 하러 출석한 조희대 대법원장의 이석 요청을 관례를 깨고 허락하지 않았다.

당시 민주당 의원들은 이른바 대선 개입 의혹 등과 관련해 조 대법원장을 향해 약 90분간 질문 공세를 이어갔다.

친여 성향 무소속 최혁진 의원은 조 대법원장 얼굴을 일본 도요토미 히데요시 사진과 합성한 피켓을 들어 '조요토미 히데요시'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14일 법사위의 법무부 국감에서는 민주당 박지원 의원이 국민의힘 신동욱 의원에게 "조용히 해"라고 말하자 신 의원이 "왜 반말이냐"고 따지면서 소란이 일었다.

여당 의원들이 이튿날 대법원 현장검증을 강행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항의하며 국회로 복귀해 '반쪽 국감'이 이뤄지기도 했다.

일부 의원들이 현장 검증과 질의 과정을 유튜브 쇼츠로 찍어 올리면서 이른바 '쇼츠 국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의원들이 정책 질의 대신 지지자들을 겨냥한 자극적인 '쇼츠용' 발언에만 집중했다는 지적이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이른바 '문자 폭로' 사태로 막말·욕설 공방을 벌였다.

민주당 김우영 의원은 14일 국감 도중 국민의힘 박정훈 의원으로부터 욕설이 담긴 문자를 받았다며 전화번호와 함께 해당 문자를 공개했고, 박 의원은 이를 문제 삼으면서 '한심한 XX'라고 발언했다.

이후 비공개회의에서도 "한주먹거리", "내가 이긴다" 등 원색적 언사가 오갔고 이는 양당이 서로 상대 의원을 고발하는 사태로까지 번졌다. 이 과정에서 과방위 증인·참고인들은 휴식 시간을 빼고 4시간 30여분을 국회에서 대기해야 했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의 딸이 국회에서 국감 중 결혼식을 올리면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도 크게 불거졌다. 여기에 최 위원장이 MBC를 상대로 한 비공개 업무보고에서 자신에 대한 보도를 문제 삼아 보도본부장을 퇴장시키는 일까지 발생하면서 최 위원장을 둘러싼 논란이 확대됐다.

국민의힘은 최 위원장이 피감기관으로부터의 축의금 수금 의혹 등을 제기하면서 사퇴 공세를 이어갔다. 이에 대응해 최 위원장은 야당 의원들의 의사진행발언을 허용하지 않는 등의 조치를 취하면서 충돌이 이어졌다.

지난 13일 국방위원회 국감에서는 국민의힘 소속 성일종 국방위원장이 안규백 국방부 장관에게 '내란' 표현 사용의 부적절성을 지적하자, 민주당 김병주 의원이 반발하며 양측에서 '지X'이라는 욕설이 오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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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회의 참석한 김현지 부속실장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김현지 제1부속실장이 2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있다. 2025.10.21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xyz@yna.co.kr

◇ 김현지 증인채택 놓고 여야 설전…오로지 네탓 '국감 무용론'도 대두

이번 국감 초·중반은 '김현지 국감'으로 불릴 정도로 김 대통령실 부속실장을 둘러싼 공방이 여러 상임위에서 벌어졌다.

국민의힘은 김 실장과 관련한 여러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른바 '만사현통' 공세를 벌였고 민주당은 근거 없는 정치 공세라면서 방어했다.

양측은 김 실장의 국정감사 출석을 놓고도 대립했다.

국민의힘은 복수의 상임위에서 김 실장의 출석을 무더기로 요구했으나 여당의 반대에 막혔다.

여야는 다음 달 초 겸임 상임위인 운영위 국감을 앞두고 김 실장의 증인 채택 문제에 대한 담판을 시도했으나 끝내 결렬됐다.

민주당은 내달 6일 오전 김 실장이 일반 증인으로 국감에 참석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국민의힘은 "국감이 치킨인가. 반반 출석하게"(국민의힘 김은혜 의원)라며 종일 출석안을 요구했다.

결국 운영위는 김 실장에 대한 일반증인 채택 합의에 실패했다.

여아 간 공방으로 이번 국감 역시 '역대 최악의 국감'이라는 평가가 나왔으나 여야는 이를 두고도 '네탓' 주장만 반복했다.

민주당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30일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은 내란 청산·민생 개편 국감에 충실했지만, 국민의힘이 정쟁과 발목잡기로 국감을 파행으로 끌고 가면서 일정 부분 말린 측면이 있다"며 "정책보다 소란이 부각되는 이런 국감은 옥에 티"라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대변인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일부) 민주당 상임위원장들이 상임위를 너무 편파적으로 운영하고 자기 정치만 하면서 다른 국감이 다 묻혔다"며 "법안 처리부터 국감까지 이어지는 다수당의 폭거, 브레이크 없는 돌진"이라고 비판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국감 무용론도 일부 제기됐다.

유용화 한국외대 초빙교수는 통화에서 "국감의 본래 의미는 야당이 여당을 견제하고 (입법부가) 행정부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비판적으로 국정 운영의 생산성을 만들어내는 건데, 여야 모두 전략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 충청권 중진 의원은 "현재 국회는 상시로 가동되고 있으며 정기국회는 물론 임시국회 때도 정부 업무 보고 등의 일정이 진행된다"라며 "매년 이렇게 소모적인 국감을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ms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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