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정상회담] '협력' 강조한 다카이치…'강경보수' 우려 일단 불식
李대통령과 첫 대면서 '미래지향 발전' 언급·셔틀외교 의지 적극 피력

엄중한 안보 환경 속 '갈등 불씨' 역사·영토 문제 관리해 나갈 듯

日언론 "中 염두 두고 한일관계 중시…美, 한일 관계 악화 바라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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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정상회담, 발언하는 다카이치 총리 (경주=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30일 경북 경주 APEC 정상회의장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의 한일 정상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0.30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superdoo82@yna.co.kr

(기사발신지=연합뉴스) 경수현 박상현 특파원 = 강경 보수 성향으로 알려진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30일 이재명 대통령과 첫 한일 정상회담에서 양국 협력을 적극적으로 강조했다.

과거 역사·영토 문제에서 한국을 향해 '매파' 발언을 쏟아냈던 다카이치 총리가 북한·중국·러시아의 군사 협력 등 지정학 상황을 고려해 전임 총리들처럼 한일, 한미일 공조를 지속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 대통령과 회담 모두 발언에서 "그간 구축해 온 일한 관계의 기반을 토대로 양국 관계를 미래지향적이고 안정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양국을 위해 유익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의 전략 환경 아래 일한 관계, 일한 간 공조의 중요성은 더욱 증대되고 있다"며 "일본과 한국은 서로에게 중요한 이웃 나라"라고 덧붙였다.

또 올해가 국교 정상화 60주년이라는 점도 언급하고, 양국 정상이 정기적으로 상대국을 오가는 '셔틀 외교'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도 강하게 피력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발언하는 동안 환하게 웃으며 회담장 분위기를 밝게 만들기도 했다.

그는 회담 직후 만난 일본 취재진에 "매우 따뜻하게 환영받았다"면서 "이웃 나라이기 때문에 입장이 다른 여러 현안이 있지만, 이를 리더십으로 관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일 간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는 역사, 영토 문제가 양국 관계 발전을 저해하지 않도록 노력해 나가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카이치 총리가 이날 언급한 '미래지향적이고 안정적인 관계 발전', '셔틀 외교', '이웃 나라'는 모두 역사 인식이 온건하다고 평가받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가 자주 썼던 표현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달 초순 집권 자민당 총재로 취임하기 전까지 정기적으로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해 왔다. 이 때문에 집권할 경우 한일관계가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이달 17∼19일 가을 예대제(例大祭·제사) 기간에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지 않았고, 21일 취임 기자회견에서는 한국 김·화장품·드라마를 좋아한다면서 이 대통령과 회담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이 대통령과 회담에서 협력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명확히 표명해 기존 우려를 일단 불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한일 양국은 자국 우선주의로 기울어가는 미국과 관계 구축이라는 공통 과제를 안고 있다"며 "중국과 러시아, 북한이 협력을 심화해 주변 안전보장 환경의 엄중함도 커지고 있다"고 해설했다.

이어 "양 정상은 안보·경제 양면에서 대립보다는 협력이 상호 이익이 된다는 인식을 공유했다"고 덧붙였다.

닛케이는 "역사, 영토 문제 등은 양국의 불씨로 남는다"며 "셔틀 외교로 정상이 빈번하게 대면해 상호 이해 촉진을 추진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아사히신문도 "다카이치 총리가 중국을 염두에 둔 미국 주도 한미일 안전보장 협력을 중시해 한일관계를 중시하는 것"이라며 "미국은 한일 양국이 역사 문제 등으로 관계가 악화하는 것을 바라지 않아 다카이치 총리도 '미래지향' 관계를 구축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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