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연 3만% '살인이자'…서민 2만명 울린 고금리 대부업자들
경찰, 679억원 불법 대부·추심한 4개 사금융 조직 61명 적발
(기사발신지=연합뉴스) 강영훈 기자 =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을 대상으로 고금리 이자를 받고 불법 채권 추심을 한 대부업자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남부경찰청 형사기동대는 대부업법 위반, 채권추심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법 사금융 조직 총책 30대 A씨 등 4개 조직 61명을 검거하고, 이 중 18명을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19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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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거된 피의자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A씨 등은 2021년 1월부터 지난 9월까지 수도권 등지에 무등록 대부업 사무실을 차려놓고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소액 대출을 해주겠다고 접근해 679억원 상당을 불법 대부·추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한 번에 27만~190만원을 대출해주면서 상환 기간을 7일 이내로 정했다.
이자율은 그야말로 살인적이었다.
최소 금액인 27만원을 빌리는 경우를 예로 들면, 일주일 안에 원금과 이자를 포함해 총 50만원을 갚아야 한다고 계약(연이자 4천442%)했다. 27만원을 대출했다가 바로 다음 날 상환하는 경우에도 50만원을 돌려줄 것을 강요했는데, 이를 연이자로 계산하면 무려 3만1천92%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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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박문자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A씨 등은 제때 돈을 갚지 못하는 피해자에 대해 다른 대부업체 직원으로 위장한 조직원을 보내 더 큰 금액을 대출하도록 권유하는 수법으로 범행을 지속했다. 이 때문에 97만원을 빌렸던 한 피해자는 계속 돌려막기를 하다 11개월간 이자만 5천700만원까지 불어나 고통을 겪기도 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A씨 등은 피해자의 가족·친구 연락처를 사전에 담보로 받아 놓고, 채무 사실을 주변에 알릴 것처럼 협박하면서 빚을 갚을 것을 독촉했다. 이자를 깎아주겠다며 피해자로부터 은행 계좌를 넘겨받아 대포 계좌로 쓴 사례도 있었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경기복지재단 불법 사금융 상담팀으로부터 첩보를 받아 수사에 착수, 최근까지 A씨 등을 순차적으로 검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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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수차량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아울러 범죄수익 240억원 상당을 몰수·추징 신청해 법원에서 인용 받았았으며, 이 중 아파트·오피스텔·토지 등 부동산과 고가의 외제차, 명품 시계와 귀금속, 현금 등 140억원 상당을 실처분 금지 조처했다.
경찰은 검거한 일당 61명 중 35명에 대해서는 지휘·통솔 체계를 갖춘 범죄단체를 조직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보고, 형법 114조(범죄단체 등의 조직)를 추가 적용했다.
이 밖에 경찰은 피의자들로부터 자금세탁을 의뢰받아 35억원 상당을 상품권 거래 대금으로 둔갑시킨 돈세탁책 1명을 붙잡았다.
또 경기남부 지역 지자체들로부터 대부업 등록현황 자료를 받아 전수 조사한 끝에 개인정보 DB를 불법 수집한 145명을 검거하고, 범행에 사용한 광고용 전화 136대를 이용 중지시켰다.
경찰 관계자는 "어려운 경제 상황 속 취약계층을 노린 불법 사금융 범죄에 대해 엄정 대응하겠다"며 "단기·소액 대출로 인한 피해를 당한 경우 경찰이나 경기복지재단에 도움을 요청해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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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수품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k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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