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마 군정, '요식행위 총선'서 압승?…"1차 투표서 과반 승기"
투표율 저조 속 친군부 정당, 다수 의석 확보 중…야권 배제 속 투표율은 저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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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사정권 수장 투표 미얀마 군사정권 수장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지난 28일(현지시간) 수도 네피도의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모습.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기사발신지=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미얀마 군사정권이 쿠데타로 집권한 지 4년 10개월 만에 처음 실시한 총선 1차 투표에서 친(親)군부 정당을 앞세워 압승하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사회가 이번 총선에 대해 '야권이 배제된 채 치러지는 반쪽짜리 선거', '군정을 포장하기 위한 쇼'라고 비판하는 가운데 군정이 장기집권을 위한 사실상 첫단추를 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9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수도 네피도에 있는 익명의 한 정당 관계자는 여러 보고에 따르면 통합단결발전당(USDP)이 전국적으로 과반 의석을 얻어가며 승기를 잡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미얀마 선거관리위원회가 집계하는 공식 결과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전직 군 장성들이 주도하는 USDP는 군사정권 지원으로 탄탄한 조직력·자금력을 갖고 있다.
이번 총선의 전체 후보 중 USDP 소속 후보가 20% 이상을 차지한 가운데 변변한 경쟁 후보가 없는 여러 지역에서 USDP 후보들이 사실상 무투표로 당선되고 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이번 선거에 참여한 전국 정당 6곳 중 USDP 외 나머지 5곳도 모두 친군부 정당으로 분류된다.
반면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을 비롯해 2020년 총선에서 전체 표의 73%를 득표한 약 40개 정당은 군사쿠데타 이후 해산돼 이번에 후보를 내지 못했다.
군정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친군부 정당들의 '독무대'로 선거가 치러지는 셈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USDP가 선거에서 압승하고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대통령직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유엔이 임명한 미얀마 인권 전문가 톰 앤드루스는 엑스(X·옛 트위터)에 "민간인을 폭격하고, 정치 지도자를 투옥하며, 모든 형태의 반대 의견을 범죄 취급하는 군사정권이 주관하는 선거는 선거가 아니라 총칼 아래에서 펼쳐지는 부조리극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전날 1차 투표는 전국 330개 타운십(행정구역) 가운데 102곳에서 진행됐다. 이어 내달 11일 100개 타운십, 내달 25일 63개 타운십에서 2·3차 투표가 잇따라 실시될 예정이다.
총선에서 민주 진영 등 야권이 사실상 제외되면서 투표율도 지난 총선보다 크게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대 도시 양곤, 제2 도시인 중부 만달레이 등 전국 주요 도시들의 주민 10명은 이번 총선 투표율이 2020년 총선 당시의 약 70%보다 상당히 낮은 것으로 보였다고 로이터 통신에 전했다.
내전이 계속되는 북서부 친주의 주도 하카에서는 현지 반군 단체가 투표 보이콧을 촉구한 가운데 전날 길거리가 텅 비었다고 주민 2명이 말했다.
만달레이의 한 20대 남성은 "사람들은 아마도 이번 선거의 공정성을 믿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 혼란에 휘말리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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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총선 투표 지난 28일(현지시간) 미얀마 총선 1차 투표가 실시된 가운데 수도 네피도의 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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