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위 의혹에도 버티던 김병기, 여론 악화에 결국 '두 손'
의혹 확산에 前보좌관 출처로 지목하며 역공…당내 '자충수' 평가
일부 지지층 응원에도 '당·정부에 부담' 판단…진보 野도 돌아서자 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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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사퇴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30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본인 의혹 관련해 사퇴 의사를 밝힌 뒤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2025.12.30 hkmpooh@yna.co.kr
(기사발신지=연합뉴스) 최평천 오규진 기자 =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30일 결국 원내대표직에서 전격 사퇴한 것은 각종 비위 의혹이 전방위적으로 확산하면서 자신과 당에 모두 부담이 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애초 의혹 보도의 출처인 자신의 전직 보좌관의 폭로에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서면서 정면 돌파 가능성이 관측됐으나 여론 악화가 사그라지지 않자 해를 넘기기 전에 결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전 원내대표도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하면서 "국민의 상식과 눈높이에 한참 미치지 못한 처신이 있었고 그 책임은 전적으로 제 부족함에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9월부터 ▲ 차남 숭실대 편입 개입 의혹 ▲ 쿠팡 측과의 고가 식사 논란 ▲ 대한항공 호텔 숙박권 수수 ▲ 공항 의전 요구 논란 ▲ 장남 국가정보원 업무에 보좌진 동원 논란 ▲ 지역구 병원 진료 특혜 의혹 ▲ 배우자 구의회 업무추진비 사적 유용 의혹 등 김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이 잇따라 나왔다.
그는 자신과 관련한 언론의 특혜·비위 의혹 보도가 확산하자 지난 25일 면직된 자신의 전 보좌관을 그 출처로 지목하면서 "교묘한 언술로 공익제보자 행세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러면서 보좌진 면직 사유였던 '비밀 채팅방' 내용을 공개하고 전직 보좌관에 대한 역공에 나섰지만, '물타기'라는 비판을 언론 등으로부터 받았다.
이른바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마음)을 통해 원내사령탑을 거머쥔 김 전 원내대표의 사퇴 촉구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오지 않았지만, 당내에서는 김 전 원내대표가 더 버티기 힘들다는 기류가 적지 않았다.
거듭된 의혹으로 국민적 관심이 정부·여당의 정책·입법이 아닌 김 전 원내대표 개인에게 쏠리고, 국민의힘에 공세 빌미를 주는 상황에서 원내대표의 영(令)이 제대로 서겠느냐는 게 그 이유였다.
나아가 당이 이른바 2차 내란 종합특검을 추진하고 통일교 관련 의혹을 토대로 대야(對野) 공세를 하는 등 도덕적 우위를 기반으로 입법 드라이브를 해온 상황에서 원내사령탑을 둘러싼 의혹 논란이 계속될 경우 입법 및 국정 동력을 저하할 수 있다는 것도 김 전 원내대표의 결단이 불가피하다는 말이 나온 이유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정청래 대표는 지난 26일 "이 사태에 대해서 매우 심각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공개적인 우려를 전했다.
당 일각에선 김 전 원내대표의 사퇴 결단에 시간이 소요된 것은 여권 지지층의 지지와 결부시켜 보는 시각도 있다.
앞서 지난 6월 원내대표 선거 직전에도 언론에서 장남 국가정보원 채용 개입 의혹이 제기됐으나 당시에는 오히려 권리당원도 투표하는 원내대표 선거에서 지지층을 결집하는 기폭제가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에도 김 전 원내대표의 관련 의혹이 확산하자 이른바 '찐명'(진짜 이재명)을 자처하는 일부 지지자들은 김 전 원내대표에게 '사퇴하지 말고 버텨라' 등과 같은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며 인터넷상에 인증하기도 했다.
일부 지지층의 이런 대응은 자칭 이 대통령의 '블랙 요원'인 김 전 원내대표가 정 대표의 개혁 속도전과 관련해 청와대와 보조를 맞추며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연일 관련 의혹이 보도되고 보수 야당인 국민의힘은 물론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조국혁신당과 진보당 역시 거취 결단을 압박하자 이날 두 손을 들었다.
민주당에서 임기 1년인 원내대표가 선거 패배나 정치적 책임 문제가 아닌 개인 비위 의혹으로 사퇴한 것은 이례적이다.
가장 최근에는 박광온 전 의원이 2023년 당시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했으나, 이는 당시 당 대표였던 이 대통령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데 따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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