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 고려인 애환 노래한 171곡 만나는 한글문학 기획전
광주 고려인문화관, 광복 80주년 기념 창가집 소개
구전 노래 통해 강제이주 후에도 민족 정체성 지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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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인문화관 고려인 창가집 전시 고려인 리 알렉산드로와 전명진이 기록해 남긴 '창가집' [고려인문화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기사발신지=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광주 광산구 고려인마을 소재 고려인문화관(관장 김병학)은 광복 80주년을 기념해 고려인 창가집을 소개하는 한글문학 기획전을 연다고 30일 밝혔다.
1937년 구소련 시절 스탈린에 의해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 당했던 고려인들은 모국어로 된 구전가요와 창작가요를 모아둔 노래책을 창가집이라고 불렀다.
문화관은 창가집을 매개로 말로 전해지던 노래가 어떻게 기록으로 남고 역사로 이어졌는지를 보여준다.
전시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자료는 국가지정기록물 제13호 제9권인 '리 알렉산드로 창가집(1945년)'이다.
이 창가집은 고려인 리 알렉산드로가 카자흐스탄 타슈켄트 고려극장 배우였던 전명진 씨의 부탁으로 제작했다. 리 알렉산드로가 1944년 9월부터 1945년 4월까지 8개월간 중앙아시아 고려인 사회를 돌아다니며 구전으로 전해진 노래 171곡을 받아적어 남긴 기록이다.
이 기록물은 지금까지 전해진 고려인 창가집 가운데 노래 수가 가장 많고 오래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와 함께 국가지정기록물 제13호 10권인 '전명진 창가집'도 소개된다. 총 49곡이 수록된 이 창가집에는 필사 연월일과 시간까지 기록돼 있다.
한편 국가기록원은 지난 2020년에 고려인마을이 소장한 유물 1만2천여 점 가운데 고려인 작가·문화예술인의 육필 원고 21권과 고려극장 사진첩 2권 등 총 23권을 국가지정기록물로 등재했다.
김병학 관장은 "창가집은 개인의 메모를 넘어 공동체의 기억이다. 가혹한 강제 이주와 유랑 속에서도 고려인들은 노래로 슬픔을 견디고 언어로 정체성을 지켜냈다"며 "광복 80주년을 계기로 이 기록들이 지닌 역사·문화적 의미를 시민들과 나누고 싶어 마련한 전시"라고 소개했다.
wakar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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