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노래하는 게 좋다"던 김광석…30년 세월 이겨낸 음악의 힘
뮤지션 새싹들 '광석이 다시 만나기' 경연…권진원·김형석·정원영 등 심사
"광장서도, 방구석서도 듣던 김광석 노래"…무대 제단엔 생전 좋아하던 테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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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김광석 30주기' (대구=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 6일 가수 김광석 30주기를 맞아 추모행사가 열린 대구 중구 김광석스토리하우스(기념관)를 찾은 시민들이 김광석을 떠올리며 추모하고 있다. 2026.1.6 psjpsj@yna.co.kr
(기사발신지=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음악을 하다 보면 노래가 싫어질 때가 있고, 피곤할 때도 있고, 감기에 걸려서 목소리가 안 나올 때도 있죠. 하지만 직장인이 컨디션 안 좋다고 회사에 안 나가나요? 저는 매일 노래하는 게 제일 좋아요."
'영원한 가객' 김광석(1964∼1996)은 생전 절친했던 싱어송라이터 박학기에게 무대를 향한 이 같은 신념을 말했다고 한다.
김광석은 실제로 음악적 '고향' 같던 소극장 학전에서 장기간에 걸쳐 공연하기로 유명했다. 어느 날 100일에 걸친 공연의 뒤풀이를 끝내고 나오면 대학로 거리에 벌써 다음 공연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고 한다. 동료 뮤지션들은 이를 보고 "또 해?"라고 되묻곤 했고, 이 때문에 그의 별명은 '또해'가 됐다.
김광석이 세상을 떠난 지 꼭 30년이 된 6일 저녁 박학기는 옛 학전이 재단장한 아르코꿈밭극장에서 열린 '광석이 다시 만나기' 경연에서 이 같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박학기는 "지금의 대학로 KFC 앞 횡단보도에서 저 멀리 광석이가 따님을 등에 업고 왔다"며 "당시 김광석이라고 하면 대학로에서 완전 스타가 아니냐. 그런데도 태연하게 아기와 함께 와서 저와 밥도 먹고 차도 마셨던 기억이 있다"고 떠올렸다.
이처럼 김광석과 각기 추억을 가진 동료 뮤지션과 또 다른 김광석을 꿈꾸는 음악 새싹들이 모였다. 총 일곱 팀의 참가자들은 각각 김광석의 노래 1곡, 창작곡 1곡으로 실력을 겨뤘다. 심사위원으로는 싱어송라이터 권진원·정원영, 동물원의 박기영, 스타 작곡가 김형석 등이 참여했다.
무대 위에는 향을 피운 작은 제단이 차려져 30주년 기일임을 실감케 했다. 김광석이 생전 즐겨 마셨다는 테킬라 한 병이 장미꽃과 함께 놓여 눈길을 끌었다.
김광석 음악의 맥을 잇고자 바쁜 일정을 쪼개 함께한 뮤지션들은 저마다 가진 추억을 풀어냈다.
김형석은 "제가 태어나서 처음 가수에게 곡을 준 게 광석이 형이다. 그게 1집 타이틀곡 '너에게'였다"며 "형이 이후 2집을 내서 '사랑이라는 이유로'도 주게 됐다. 형에게는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형은) 사랑하는 사람의 기억에 있음으로써 영생을 얻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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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광석이 다시 만나기 [김광석추모사업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정원영은 김광석의 음악을 가리켜 "시간을 이기는 음악"이라고 되짚었고, 권진원은 "매년 이맘때 이렇게 모여 신년회를 하는 기분"이라고 했다.
김광석은 1984년 노래를찾는사람들로 데뷔해 동물원을 거쳐 솔로로 데뷔했다. 1996년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기까지 '사랑했지만', '서른 즈음에', '바람이 불어오는 곳',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등 수많은 명곡을 남기며 '가객', '음유시인'으로 불렸다.
김광석추모사업회는 기일이 있는 1월마다 '김광석 따라 부르기', '김광석 노래 부르기', '김광석 노래상 경연대회' 등을 열고 있다. 김광석이 세상을 떠난 지 3년 뒤인 1999년 동료 가수들이 모여 연 릴레이 공연이 성공을 거두면서 약간의 자금이 모였고, 이는 추모 사업의 밑거름이 됐다.
김광석추모사업회를 이끈 고(故) 김민기(1951∼2024)는 "이 돈은 작은 돈이지만 세상의 어떤 다른 돈과 같이 논할 수 없는 돈"이라며 "이 돈이 씨앗이 돼 언젠가 광석이를 오랫동안 기억하는 좋은 일에 쓰일 종잣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김광석추모사업회 자금 규모는 30주기인 현재 약 4억원까지 늘어났고, 올해 재단으로 전환해 또 다른 도약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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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광석이 다시 만나기 경연 대회 참가자들 [촬영=이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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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경연 대회에서 참가자들은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회귀',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 '일어나' 같은 김광석의 명곡을 자기만의 색깔로 불렀다. 특히 일곱 팀 가운데 무려 네 팀이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를 선곡해 노래의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
경연 결과 신예 싱어송라이터 윤소라가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와 자작곡 '우리의 봄'으로 대상에 해당하는 김광석상을 받았다. 그는 어머니의 암 투병과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느낀 진솔한 감정을 자작곡에 녹여내 호평받았다.
윤소라는 "너무 큰 상을 받게 돼 영광"이라며 "김광석 선배님처럼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노래를 만들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광석의 노래는 굉장히 스펙트럼이 넓어요. 광장에서 불리던 노래부터 여자친구에게 바람맞고 방구석에서 혼자 이어폰으로 듣던 노래까지, 우리네 삶의 크고 작은 순간마다 그의 노래가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1996년이든 2026년이든 김광석의 노래가 갖는 존재감은 여전합니다."(동물원 박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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