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취임] 美전문가 "한미동맹에 방위비·무역압박 예상되나 극복할 것"

불교일보 승인 2025.01.21 09:57 의견 0

[트럼프 취임] 美전문가 "한미동맹에 방위비·무역압박 예상되나 극복할 것"
"트럼프, 우크라·중동 해결 뒤 北과 대화 시도하겠지만 北 관심이 관건"

"한미 첨단기술·공급망 협력 유망…對中 견제 동참 압박 커질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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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대통령 [워싱턴 AFP=연합뉴스]

(기사발신지=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20일(현지시간)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한미동맹에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양국이 장기적으로 지금처럼 굳건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특히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데 필요한 조선업과 첨단기술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또 트럼프 행정부가 외교 우선순위인 우크라이나와 중동 전쟁을 해결하고 나면 북한과 대화를 시도할 여유가 생길 수 있지만, 북한의 대화 의지가 관건이라고 평가했다.

◇ "한미관계 긴장 불가피하지만, 공통 이해관계 덕분에 굳건할 것"

시드 사일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고문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한미동맹에 일부 긴장이 있겠지만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방위비 분담, 한국과 교역에서 미국의 무역적자를 논의하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관계의 효익을 인식할 것이기 때문에 그런 갈등을 해결할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트로이 스탠거론 윌슨센터 한국 역사·공공정책 연구센터 국장은 연합뉴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한미동맹에 대한 부담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스탠거론 국장은 "트럼프는 한국과 다른 동맹이 공정한 몫을 기여하지 않았다고 오랫동안 믿어왔다. 트럼프는 자기가 보기에 더 공정한 분담을 한국으로부터 얻어내려는 과정에서 어느 협상에서든 자기 지렛대를 극대화하기 위해 긴장을 키우고 동맹을 압박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앤드루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는 이메일에서 "동맹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거래 지향적 접근이 바이든 행정부의 가치 기반 접근을 대체하면서 한미동맹에 조정의 시기가 있을 것"이라면서 "장기적으로는 양국이 공유하는 이해관계 때문에 한미동맹은 계속해서 견고하고 유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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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북미회담 당시 김정은과 트럼프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한미 공급망·핵심기술 협력은 계속"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미국이 첨단기술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해 제조 강국인 한국에 어느 정도 의지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스탠거론 국장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한미 협력이 유력한 분야로 해군 함정 건조와 방산 기술을 꼽았다.

그는 "미국이 인도태평양에서 중국에 우위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규모의 해군을 배치하려면 함정 건조를 늘리기 위해 동맹에 기댈 수밖에 없다"며 "한국은 이 분야에서 미국의 대단히 중요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와 다른 핵심, 신흥 기술에 대한 협력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 내에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한 논쟁이 있겠지만 미국은 IRA 관련 및 다른 중요한 분야에서 생산력을 확대해야 하며 한국은 여전히 미국의 중요한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여 한국석좌는 "한국산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지 않도록 트럼프를 설득하는 데 있어서 조선, 반도체, 인공지능(AI) 같은 분야가 새로운 협상 타결의 기반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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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 사일러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선임고문 [연합뉴스 자료사진]

◇ "트럼프, 북미 대화 재개 시도하겠지만 김정은이 무관심"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와 중동에 신경 써야 하고, 북한이 미국과 협상에 관심이 없는 데다 지정학적 여건이 트럼프 1기 때와 달라 대화 재개가 당장은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여 한국석좌는 "트럼프와 김정은의 만남이 조기에 이뤄질 가능성은 작다"며 "트럼프가 첫 임기 때는 김정은과의 관계를 대부분 미국과 북한 간에 양자로 다룰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한국, 중국,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 다른 이해관계자들이 회담을 복잡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일러 선임고문은 "김정은은 협상을 통해 핵무기를 포기할 생각이 없다. 미국이 북한이 핵보유국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면 김정은이 대화하겠지만 그전에는 북한이 미국과 대화할 필요가 없다"고 진단했다.

이어 "김정은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친해졌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할 필요가 더 줄었다"면서 "바이든 행정부에서 그랬던 것처럼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북한과 대화 중단 상태가 지속될 수 있다. 이건 트럼프의 결정이 아니라 김정은의 결정이다"라고 밝혔다.

스탠거론 국장은 "러시아가 유엔 제재를 노골적으로 위반하고 중국이 제재를 엄격히 준수하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이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가졌던 지렛대가 상당 부분 소멸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에 사용할 새로운 지렛대가 없는 상황에서 북한과 대화 가능성이 제약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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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이 스탠거론 윌슨센터 한국 역사·공공정책 연구센터 국장 [윌슨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트럼프 행정부도 대북 정책 목표는 비핵화"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 정책에서 북한의 비핵화라는 목표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현실적으로 비핵화를 바로 달성하기 힘든 만큼 트럼프 행정부가 단기적으로 북한과의 대화 재개와 위험 완화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고 봤다.

사일러 선임고문은 "트럼프 행정부의 국방부·국무부 장관 지명자나 국가안보팀에서 한 발언 중 트럼프 2기 대북 정책이 바이든이나 오바마 또는 트럼프 1기와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게 할만한 내용을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목표는 여전히 한반도의 비핵화이며 거기에는 군비 통제도 포함된다. 왜냐면 이건 완전한 비핵화나 비핵화 포기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은 항상 비핵화에 대해 점진적인 접근을 취해왔다"고 말했다.

스탠거론 국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장기 목표로 비핵화를 유지하면서도 군비 통제와 한반도에서 분쟁 위험 감소와 관련된 실용적인 조치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어 "완전한 비핵화는 단기에 달성할 수 있는 목표가 아니기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을 다시 비핵화를 향해 돌려세우고 러시아의 대북 군사 기술 이전을 제한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주문했다.

여 한국석좌는 "미국의 입장은 계속해서 완전한 비핵화가 될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가 어느 시점에 북한과 협상을 추진하려고 시도한다면 그는 북한을 대화로 끌어내기 위해 비핵화라는 최종 목표를 부각하지 않으려고 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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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루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 석좌 [앤드루 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중국 견제 동참 압박 커질 것"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바이든 행정부보다 중국에 더 강경하게 대응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한국의 협력을 요구할 수 있다고 봤다.

여 한국석좌는 "트럼프가 한미동맹을 북한을 억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중국에 대항하는 방향으로 조종하려고 한국을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 정부에서 한국은 그런 방향으로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지만, 트럼프는 한국이 편안하게 여기는 범위를 넘어 더 그런 방향으로 대중국 정책을 추진하도록 압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스탠거론 국장은 "미국과 한국이 보조금과 과잉생산을 비롯해 양국 기업이 시장에서 중국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능력을 저해하는 중국의 경제 관행에 대응하는 게 양국의 공동 이익에 부합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만약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경제 관행을 상대할 더 일관성 있는 정책을 개발한다면 여기에는 한국이 더 중대한 역할을 하도록 압박하는 게 포함될 것으로 예상해야 한다. 대만 같은 현안에서도 한국이 더 기여해야 한다는 기대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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