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유사(자료출처_인각사 홈피)


『삼국유사』를 어떻게 읽을까

『삼국유사』는 편찬자를 비롯하여 내용과 체제 및 문헌적 성격을 어느 하나로 규정하기는 불가능하다. 이 경우 『삼국유사』는, 좀 거칠게 정의를 내리면 하나의 텍스트Text다. 여기서 ‘텍스트’는 포스트모더니즘 혹은 해체주의 비평 전통에서 주장하는 의미이다. 프랑스의 구조주의 철학자이자 비평가인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는 「작품에서 텍스트로」라는 논문에서 작품(work)과 텍스트(text)를 엄격하게 구분한다. 바르트는 총 일곱 개 항에 걸쳐 텍스트의 본질을 규정짓는다. 그중에 몇 가지만 간추려 보면 다음과 같다; 1. 텍스트는 모든 장르와 관습적인 위계질서를 넘는다. 즉, 합리성과 읽을 만한 형태가 취하는 제한과 규칙들에 대항한다. 2. 텍스트는 중심을 정하거나 종결될 수 없는, 철저히 파괴적인 기표들의 자유로운 놀이를 통해 기의를 무한히 연기시킨다. 3. 텍스트는 이름도 없고 추적할 수도 없는 상호 텍스트적 인용과 지시, 반향음, 문화적 언어들로 이뤄진다. 즉, 피할 수 없이 수많은 의미를 산출하며 진리가 아닌 산종(散種)을 낳는다. 4. 텍스트는 협동의 장에서 독자에 의해 탄생된다.

바르트에 의하면 텍스트는 단일한 의미가 오고 가는 매개체가 아니라 다양한 해석의 유희가 펼쳐지는 장으로 규정된다. 『삼국유사』는 이 텍스트로서의 읽기에 충분히 부응한다. 독자들(이 경우는 『삼국유사』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삼국유사』를 역사서, 불교서, 설화집, 민족지로 규정하고 연구하거나, 향가나 이두 연구의 자료집으로 활용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것은 독자들이 각자 처해 있는 입장에 따른 분류에 지나지 않는다.

『삼국유사』 읽기의 흐름을 좀 더 추적하면 일찍이 최남선 이른바 순암수택본順庵手澤本(1512, 조선 제11대 왕 중종中宗 임신년 간행)과 조선광문회본(조선 초기 간행)을 교감하여 『계명』(제18호, 계명구락부, 1927.3)에 소개한 이래, 『삼국유사』는 국사학· 불교학· 신화학· 국문학· 국어학· 고고학 등 여러 분야에서 연구의 대상으로 삼거나 자료집으로 활용하였다. 각자 전공하는 학문 분야를 가지고 『삼국유사』를 천착하여 연구한 학자들은 이 저술의 다층성과 복합성 앞에 백기를 들 수밖에 없다.

『삼국유사』는 “신화학· 국문학· 민속학· 불교학 내지 역사학의 성전”이라든지 “『삼국유사』는 역사·문학· 철학· 종교· 민속 등 여러 학문 분야에서 취급할 수 있는 광범위한 것이기 때문에 개인의 힘으로 전모를 밝히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든지, “『삼국유사』는 사찬으로 문헌자료를 비롯하여 금석문, 고문서, 민간설화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자료를 수록했다는 점에서 한국 고대의 문화 전반을 폭넓게 담고 있는 민족지라 할 수 있으며, 역사서이며 문학서이고, 종교사이며 문화사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라든지, 하는 지적들이 저간의 사정을 반영하는 목소리들이다.

『삼국유사』, 종합적 검토가 필요하다

학계에서 『삼국유사』 읽기에 대한 선행연구의 반성과 극복에 대한 목소리들이 울려 나온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삼국유사』 이해는 궁극적으로 전체상이 구명되어야 온전해질 수 있다. 이런 인식 위에 개인 연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공동 연구가 모색되었다. 첫 번째 움직임은 1973년에 진단학회에서 한국고전연구 심포지움의 첫 번째 주제로 「『삼국유사』의 종합적 검토」를 채택하여 종합적 연구의 단초를 마련했다.

이후 몇 차례에 걸쳐 학술발표회가 개최되었고 다양한 분야에서 심도 있는 논문들이 발표되었다. 1980년 경주시 신라문화선양회에서 「『삼국유사』의 신연구」를 주제로 개최한 제1회 학술발표회, 1986년 정신문화연구원에서 「『삼국유사』의 종합적 검토」 주제로 연 제4회 국제 학술회의, 같은 해 경주시 신라문화선양회에서 「『삼국유사』의 현장적 연구」 주제로 연 제11회 학술회의 등이 이 노력의 일환들이다. 이밖에도 여러 곳에서 『삼국유사』 자료집 발간도 이어졌다.

여기서는 1997년 한국학술진흥재단 인문· 사회과학분야 지원에 의한 결과물로서 「『삼국유사』의 종합적 연구」라는 제목으로 3차에 걸쳐 발표된 논문에 주로 의지하여 『삼국유사』를 검토한다. 이 기획에 참여한 연구자들은 특히 제1차에서 편찬자의 생애와 사상, 편찬 배경과 과정, 내용과 체제, 기술태도와 서술원리, 사체와 사관에 대해 재검토하였다. 작자 일연의 체험과 정신과 시대적 배경이 『삼국유사』의 편찬 과정에서 어떤 양상으로 형식과 내용에 작용하고 용해되었는지 그 유기적인 상관관계를 구명하고, 나아가선 우리의 기본적인 관점과 시각을 정립시킨다는 것이 목적이었다. (학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