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민요 26곡이 선사하는 흥…"흙속 진주 찾듯 민요 다듬었죠"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다시 그리는 노래'…지역 대표 민요 엮은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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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그리는 노래' 공연사진 [국립국악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기사발신지=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어절∼씨구나 들어가요 절씨구나 들어가요∼"

사물놀이패가 상모를 돌리며 경쾌한 장단을 연주하는 가운데 소리꾼 네 사람이 민요 '인천장타령'을 부르자 국악원 무대가 시끌벅적한 장터로 변신했다.

소리꾼들도 어깨춤을 곁들여 구성진 목소리로 신나는 가사를 노래하니 객석 곳곳에서는 자연스럽게 '얼씨구' 하는 추임새가 터져 나왔다.

9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미리 만나 본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정기공연 '다시 그리는 노래'는 민요의 흥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무대였다.

유지숙 예술감독은 이날 시연에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흙 속의 진주를 찾는 마음으로 잊힌 민요들을 다듬어 올렸다"며 "그 시대의 민요가 가진 감정과 정서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보람이 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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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그리는 노래' 기자간담회 왼쪽부터 유지숙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예술감독, 김태욱 연출 [국립국악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다시 그리는 노래'는 한국의 지역별 대표 통속 민요 26곡을 엮어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해 들려주는 공연이다. 일제 강점기에 발매된 음원을 비롯해 과거 현장 조사로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당대 예인들이 불렀던 민요를 추렸다.

민속악단 연주단원 등 50여명이 출연해 경기소리를 시작으로 서도소리, 남도소리, 강원도 소리를 아우르는 다채로운 무대를 마련한다.

경기소리가 중심이 된 1막에서는 세상을 떠난 이를 그리는 감정을, 남도소리를 다룬 3막은 봄에 걸맞은 밝은 정서를 표현하는 등 무대별로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이 특징이다.

유 예술감독은 "지역별 민요 분배를 고려하면서 세련된 곡을 찾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며 "인생무상, 사랑 등 주제에 맞춘 곡을 찾다 보니 빠지게 된 곡들도 있다. 기회가 되면 개인적으로라도 무대에 올리지 못한 곡을 살려보고 싶다"고 말했다.

서도소리 명창인 유 감독은 시연에서 직접 '서도메나리' 무대에 올라 퉁소 반주에 맞춰 노래를 선보였다. 유 감독은 객석 사이에서 등장해 힘 있는 목소리를 들려줘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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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통속민요 26곡으로 '다시 그리는 노래'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9일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에서 열린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정기공연 '다시 그리는 노래' 리허설에서 단원들이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2025.4.9 ryousanta@yna.co.kr

3막에서는 저마다 꽃을 든 다섯 명의 소리꾼이 노를 젓는 듯한 안무를 곁들이며 봄나들이 같은 무대를 연출했다. 3막 중 '화전가'에서는 "인간은 늙어지면 백수가 만발하니 늙기 전에 놀다 가세"라는 유쾌한 가사로 분위기를 띄웠다.

발에 탈을 끼우고 인형극을 진행하듯 재담을 들려주는 '발탈꾼'의 존재도 공연의 매력이다. 정준태 발탈꾼이 무대 사이사이 익살스러운 목소리로 공연의 주제를 설명하며 관객의 이해를 돕는다.

경기소리 무대가 끝난 뒤에는 흐느끼는 흉내를 내며 "괜스레 코끝이 찡한 것이 어머니 아버지 생각이 난다"고 말하는 대목이 웃음을 자아냈다.

김태욱 연출은 "발탈꾼을 통해 해학적으로 재치 있게 이야기를 던진다면 백성들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전달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무대도 백성들의 이야기를 듣는 마당판처럼 꾸며보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다시 그리는 노래'는 오는 10∼11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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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담 선보이는 발탈꾼 [국립국악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cj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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