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를 이겨낸 고운사 대웅보전


경상북도 의성군 단촌면에 자리한 천 년 고찰 고운사(孤雲寺)가 지난 25일 새벽, 갑작스러운 화마로 인해 중심 법당인 대웅전이 전소되는 비극을 맞았다. 불은 새벽 2시경 대웅전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인근 건물로의 확산은 막았지만 대웅전 내부의 삼존불과 조선시대 목조 건축물, 단청 등은 모두 소실됐다.

고운사라는 이름은 신라 말의 대학자 고운(孤雲) 최치원이 머물렀던 데서 비롯됐다. 이곳은 단순한 사찰이 아니라, 그가 수도하고 사상을 꽃피운 ‘정신의 성전’으로 불려왔다.

사라진 전각, 무너진 시간

고운사는 신라 신문왕 5년(685)에 의상대사가 창건한 이래 고려와 조선, 현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세월 동안 지역 불교문화의 중심지로서 살아왔다. 이번에 불에 탄 대웅전은 18세기 재건된 이후 원형을 간직해온 건물로, 전통 목조건축의 정수와 단청의 아름다움을 지녔던 대표적 유산이었다.

소방 당국과 문화재청은 정확한 화재 원인과 피해 규모를 조사 중이며, 문화재 지정 여부와 복원 가능성도 검토되고 있다. 하지만, 천 년 동안 이어진 수행과 기도의 장소가 불길에 사라졌다는 사실 자체가 더 큰 상실이다.

고운사 일주문 앞 공터에서 경행하는 성욱스님(구룡사 회주)

천 년 고찰 고운사 승가대학원 동문 성욱스님(세종 구룡사 회주)


고운 최치원의 흔적과 ‘보이지 않는 유산’

고운사는 고운 최치원이 잠시 머물며 불교와 유교, 도교를 넘나들며 사유를 펼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사찰 주변에는 그의 이름을 딴 ‘고운대’와 ‘최치원 유적지’가 자리잡고 있다. 오늘날까지도 템플스테이 등 수행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에게도 깊은 울림을 전해온 곳이다.

하지만 그 모든 정신의 무대가 이번 화재로 껍데기마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고운사의 가치는 단지 건축물에 머무르지 않는다. 사라진 것은 기와와 나무가 아니라, 그 위에 덧입혀진 시간과 수행, 기도와 철학이다.

불타버린 고요, 되살릴 수 있을까

사건 직후, 전국 불교계는 물론 지역사회와 문화재청에서도 충격과 안타까움을 표하고 있다. 경상북도는 긴급 복구와 문화재 가치 재평가를 통해 복원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원형 그대로의 고운사 대웅전은 이제 기록 속에서만 존재하는 풍경이 되었다.

불길 속에서도 고운사의 종각은 남아 있고, 산사의 아침 종소리는 계속 울리고 있다. 이 소리가 전해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불타버린 전각은 다시 지을 수 있어도, 사라진 정신은 다시 쌓아야 한다.”

다시는 보지 못할 천 년 고찰, 경북 의성 고운사

다시는 보지 못할 천 년 고찰, 경북 의성 고운사

다시는 보지 못할 천 년 고찰, 경북 의성 고운사

다시는 보지 못할 천 년 고찰, 경북 의성 고운사

다시는 보지 못할 천 년 고찰, 경북 의성 고운사

다시는 보지 못할 천 년 고찰, 경북 의성 고운사

다시는 보지 못할 천 년 고찰, 경북 의성 고운사

다시는 보지 못할 천 년 고찰, 경북 의성 고운사

다시는 보지 못할 천 년 고찰, 경북 의성 고운사

다시는 보지 못할 천 년 고찰, 경북 의성 고운사

다시는 보지 못할 천 년 고찰, 경북 의성 고운사

다시는 보지 못할 천 년 고찰, 경북 의성 고운사

다시는 보지 못할 천 년 고찰, 경북 의성 고운사